신앙인과 광인狂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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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과 광인狂人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1.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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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호암의 물음에 도산이 답하다/ 윤광일 교도 (중곡교당, 한양대 명예교수)

18. 신앙인은 때때로 광인(狂人)처럼 되는데, 공산당원이 공산주의에 미치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천주교의 차동엽 신부는 “이 질문에 100% 동의한다. 다를 바가 없다. 똑같다. 이성과 감성, 그리고 의지가 어우러질 때 조화로운 신앙이 가능하다. 이 셋 중 하나가 지나치게 발달하면 몽상가나 다혈질 행동파가 될 수도 있다. 주로 ‘오직’을 강조하는 사람이 광신도가 될 소지가 많다. 오직 믿음, 오직 실천, 오직 성장, 오직 복지, 오직 우(右), 오직 좌(左), 오직 사랑, 오직 정의도 다 위험한 것이다. 종교든 이념이든 보편성을 잃을 때 미치게 되는 거다”


이에 대해서 불교 측 허정스님의 견해는 “이해 없는 믿음은 맹목이어서 광신이 되기 싶다. 붓다는 믿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잘 믿어지더라도 그것이 공허한 것, 거짓된 것, 허망한 것이 되기도 하고, 잘 믿어지지 않더라도 그것이 실재하는 것, 사실인 것, 진실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믿음은 항상 이해를 선두에 세우고 나가야 한다. 사람들은 신이 거기에 있어서가 아니라, 신이 거기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을 믿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표현한다.


광신은 종교나 공산주의뿐 아니라 모든 사상에서 가능한데 그것은 이성의 작용 없이 감성만이 작용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친다는 것은 예술과 같은 분야에서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서운 파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 원불교의 교리 중에서 신행문의 하나로 3학 8조가 있다. 이 중에서 8조는 진행 4조와 사연4조로 나누어지는데, 진행 4조는 수행을 통해서 지켜야 할 조목으로 ‘신·분·의·성’이 있고 사연 4조는 수행을 통해서 버려야 할 조목으로 ‘불신·탐욕·나·우’가 있다. 이 중 사행 4조의 ‘불신’은 타 종교와 같으나 진행 4조의 ‘의(疑)’는 다른 종교에서는 볼 수없는 차별화된 교리이다. 여기서 ‘의’는 교리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불신도 나쁘지만 더 나쁜 것은 의문이 없이 무조건 믿는 맹신이라는 교리이다.


우리 원불교 교전인「정전」정기훈련법에서는 정기훈련의 사리연구 과목으로 20개의 의두를 설정했는데 이는 원불교 교도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20개의 의문이다. 의두는 진리를 깨치기 위한 의심머리라는 뜻으로, 대소유무의 이치와 시비이해의 일이며 과거 불조의 화두 중에서 의심나는 제목을 연구하여 감정을 얻게 하는 것이다. 이는 연구의 깊은 경지를 밟는 공부인에게 사리간 명확한 분석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 제시된 것이다.


1927년에 처음 발간된「수양연구요론」은 전문수련서의 성격을 띠는데, ‘연구할 문목’으로 137개 조항을 설정하였다. 그러다가 1943년에 출간된「불교정전」에서는 ‘의두요목’을 47조로 정비하였고 이를 1962년「정전」을 발간하면서 20조목으로 정리하였다.


의두연마의 의의는 성품자리를 깨달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고, 일과 이치간에 걸림 없이 아는 데 있다. 바꾸어 말하면 맹신을 없애고 시간과 공간의 인과관계를 통해서는 모순으로 보이는 상징적인 언어를 통해서 신앙의 정도를 찾는 것이다. 대종사께서는 대종경 신성품 7장에서 “도가에서 공부인의 신성을 먼저 보는 것은 신(信)이 곧 법을 담는 그릇이 되고, 모든 의두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며, 모든 계율을 지키는 근본이 되기 때문이니, 신이 없는 공부는 마치 죽은 나무에 거름하는 것과 같아서 마침내 결과를 보지 못하나니라”고 하여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대종사께서 믿음과 함께 강조하시는 것이 바로 의두 공부이다. 믿음 그리고 성리가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라면 이를 제대로 통제하는 것이 의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두는 분석적이며 논리적인 사유를 필요로 한다. 원불교에서는 대개 의두 연마를 아침 좌선 마지막에 하도록 하고 있는데 상시공부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신앙과 의두연마를 동시에 수행하는 우리 원불교 교도 가운데 절대로 맹신자는 나올 수 없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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