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람을 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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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람을 챙겨야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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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요즘청년 / 육승현 교도(한양대학교 원불교 학생회 회장)

2013년 12월. 나는 한원회(한양대학교 원불교 학생회) 종강법회에서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나는 리더십이 뛰어나지도 않고 특출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나름 원대연, 서대연 등 각종 원불교 대학생 활동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보고 느꼈던 점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자 했다. 나는 현재 대학생 교우회의 문제점은 대학생 맞춤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었다고 생각을 했고, 이를 위해서 소소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크리스마스에는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위해 성당에 가서 미사 참석을 했었고, 신정절에는 교당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 인증샷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는 사람들에게 기프트콘을 보내주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발렌타인데이에는 교리 퀴즈를 내서 맞추는 사람에게 초콜렛을 기프트콘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육사법회 도우미나 서대연 성년식, 대산종사님 탄생 100주년 기념 칸타타와 같이 외부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방식은 성공하지 못했다. 내년에 졸업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시기적 어려움이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재학생들의 법회 참석률도 높이지 못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도 못했다. 사람들의 참여도가 줄어들면서 나는 점점 의욕을 잃었다.


무엇보다 서운함을 많이 느꼈다. 나는 한원회를 위해서 고민도 많이하고 활동도 열심히 하는데, 사람들은 자기 할 일들을 먼저 하느라 한원회를 항상 등한시 하는 것 같아서 서운했다. 동시에 내가 회장으로서 일을 너무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이 생각은 한원회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면서까지 이어졌다.


한원회 창립 30주년 기념식 준비도 순탄치는 못했다. 대학원 진학이 결정된 나는 시간이 많았지만 입사 면접을 앞둔 학생, 중간고사와 각종 과제에 허덕이는 학생들은 법회에 나오는 것도 힘들어했다. 따라서 30주년 준비는 시간이 되는 몇몇의 소수의 사람들이 해야 했다. 면접과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서야 사람들이 더 합류해 본격적으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지쳐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일들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동안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에 힘을 내서 무사히 30주년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통해 내가 일의 우선순위를 잘못 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사람들을 챙겼어야 했다. 항상 가족 같은 동아리를 추구했던 한원회이기에 더욱 더 사람을 챙겼어야 했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법회를 못나오는 친구들을 위해서 밥이라도 같이 먹는 시간을 마련하고, 멀리서 한원회 법회를 오는 친구들을 위해서 우리가 그쪽으로 한번 방문해보는 그런 자세가 필요했던 것 같다.


한원회 회장으로서 또 한원회의 오래된 일원으로서 꼽는 한원회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가족 같은 분위기이다. 우리는 서로의 꿈, 목표, 연애, 힘든 일 등을 모두 공유하며 힘들 땐 모여서 위로해 주기도 하고 기쁜 일이 있을 땐 다같이 축하해주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가 있었기에 한원회가 잘되는 교우회라 이런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한원회의 가족 같은 분위기는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었는데 나에겐 그런 분위기가 너무나 당연해서 그것을 유지하는 노력을 하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 너무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늦게나마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한원회 회장으로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남은 시간만큼은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위해 고생했던 한원회 재학생들과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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