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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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2.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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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요즘청년 / 박연하(새나래학교 교사)

불심이가 죽었다. 불심이는 ‘은혜의집’에서 키우던 몸집이 작은 개다. 오늘 아침 동네 개에 물려 생을 달리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학교에서 은혜의 집으로 달려갔다.작은 박스 안에 축 늘어진 채 힘없이 눈을 감고 있는 불심이... ‘수건한 장에 다 가려질 정도로, 저렇게나 작았던가?’ 4년 동안의 ‘삶’이 그 작은 박스 하나에 전부 담긴다는 사실이 많이도 씁쓸했다.


11년 추운 겨울, 내 손바닥만 한새끼 강아지였을 때 불심이는 내게 왔다. 학교 기숙사에서 키울 수 없어, 창고 한 켠 옷상자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었다. 밤마다 들려오는 어린 울음소리가 너무 애처로워 가끔씩 아무도 몰래 기숙사에 데리고 들어가 따뜻한 물로 꼬질꼬질한 때를 벗겨내고 침대 위에서 재우곤 했다.


딱딱하고 찬 바닥이 아닌 포근한 이불 침대에 신이 났는지 밤새한 잠 자지 않고 깡총 거렸는데… 방바닥에 수건을 깔아주자, 그 위에서 작은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볼일을 보던, 그 모습마저도 너무 앙증맞고 사랑스러워 입가에 웃음이 일곤 했었다.


불심이가 ‘은혜의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겨울 저녁이었다. 산책을 하는 나를 따라 솜뭉치 같은 털을 휘날리며 쪼르르 따라오던 불심이가 시간이 지나자 보이지 않았다. 어두컴컴해진 동네를 뒤지며 불심이를 애타게 불렀다.


‘혹시나 길을 잃고 얼어 죽지는 않을까?’노심초사하며 두 시간을 헤맸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온갖 걱정들이 머리를 떠돌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은혜의집’ 불심이의 보금자리(창고)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잠자리로 마련해 준 옷상자 안에서 불심이가 튀어오르듯 뛰어나와 내 앞에서 연신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저 밑에서부터 안도의 한숨이 훅~! 하고 나왔다. ‘다시 못 보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이 일순간에 밀려나면서 그 작은 강아지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가슴이 뭉클해졌던 기억!


내 발소리만 들려도 저 멀리서 한달음에 달려와 안아달라고 종종거리던 불심이. 올여름에는 새하얀 강아지 한 마리와, 얼룩 강아지 두 마리를 낳아 어미가 되었다. 세마리 모두를 분양했는데 그 뒤, 쓸쓸해졌는지 기운이 없어 자꾸 주저앉곤 했었다. 그러더니, 오늘 이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는 마주 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몸을 쓰다듬어 주면 늘 아련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곤 했었는데 그 눈길 뒤에 오늘의 죽음은 예견되어있었던 것인가?


불심이를 묻기 위해 낮은 언덕에 땅을 팠다. 작고 쓸쓸한 구덩이였다. 나에게 왔던 그때처럼 갈 때도 여전히 추운 날씨다. 생과 사는 둘이 아닌 하나라지만, 갑작스런 죽음은 언제나 ‘슬픔’이다. 어느 누가 죽음의 시기를 알랴마는 준비 없이 보내는 이의 마음은 애석하기만 하다. 불심이의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독경을 하고 기도를 했다.


눈 감은 불심이를 묻고 땅을 다진 뒤, 낙엽으로 덮어주었다. 추운 한겨울을 따뜻하게 나고 다시 좋은 인연으로 나에게 와 주었으면 한다. 안녕~! 늘 나에게 위안이 되어준 불심~!


다시 만나자 잘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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