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의 군종별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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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의 군종별 - 2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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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군종일기 ‘일곱개의 별’- 6 / 대위 강동현 교무(칠성부대 군종장교)

군종병 집체교육을 실시하면서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와 ‘의미가 담긴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를 생각했다. 집체교육이 카이로스가 되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소태산 대종사가 간절히 원했던 카이로스 ‘부처가 되는 길’을 생각한다. 그 길 위에서 묻는다. “부처가 되고 있는가?”


부처를 회복하기 위한 집체교육의 이튿날, 일요예회로 문을 열었다. 군종병들은 자발적 역할분담을 통해 예회준비, 보좌, 정리까지 알아서 척척하였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예회참석 후 군종병들의 반응이었다.


“교무님! 교리에 대한 이해가 있으니, 예회가 훨씬 의미 있고 좋습니다” 원불교 예회에 참석한 장병들의 보편적 소감은 대체로 ‘편안하다’고 했다. 편안한 마음에 교리이해를 더해 법회의 의미가 살아난다. 부처가 되는 카이로스다.


일요예회 후, 차량으로 40분 거리에 있는 신병교육대(이하 신교대) 예회를 주관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10월부터 예회참석의 판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 이번에 무려 270명의 훈련병이 예회참석을 신청했다.


신교대에 책정된 한 달 간식비를 총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 앞 일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든든한 군종병들과 함께하니 마음만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부자였다. 군종병들은 신교대 봉사활동에 대해 높은 만족을 나타냈다.


나누는 기쁨과 처음 입대하던 자신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초심을 챙기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신병교육대 예회 활성화 방향’에 대해 좋은 의견들도 많이 나누었다. 군종병들은 주인이 되어가고 있다. 참으로 고맙다.


모든 예회를 마무리 하고 저녁에는 서원의 밤을 진행하였다. 각자 기도문을 작성하고 단별로 촛불을 밝히며, 한 사람씩 불전에 올라와 기도문을 올렸다.


그리고 사무여한(死無餘恨)이 적힌 종이에 지장(指章)을 찍고 다시금 마음을 챙겼다. 기도문을 올릴 때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마음을 모으는 군종병들!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공부하는 동지라야 영겁의 동지가 된다는 정산종사의 말씀이 떠올랐다. 맞잡은 저 손이 영겁의 동지가 되길 염원하였다.


특히, 서원의 밤은 교육 후 평가에서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군종병들은 혼자서 향을 피우고 법신불에 헌배를 해본 것도 처음이었다며, 서로의 기원을 들어주고 함께 염원하니 정말로 이루어질 것 같았다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물론 좋은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손을 너무 오래잡고 있어 땀이 많이나 당황스러웠다는 깜찍한 항의도 있었다. 감동적인 서원의 밤을 마지막으로 집체교육의 이튿날이 저물어 갔다. 물론, 최종 마무리는 죽기살기로 하는 복불복 잠자리 게임으로 서로의 뜨거운 정을 나누었다.


셋째날의 아침, 도량청소로 문열이를 했다. 결제식 때 ‘화평하고 고운 얼굴을 갖고 싶거든 청소를 잘하되, 특히 대중이 귀중히 여기는 곳과 더러운 곳을 깨끗이 하라’는 정산종사의 법문을 소개했었다. 군종병들은 군인 아저씨지만 아직 외모에 관심이 많은 꽃다운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다. 그래서 고운 얼굴을 갖기 위해 잠자리 복불복 게임과 버금가는 죽기살기로 청소를 하였다. “어때? 나 얼굴 고와졌어?”를 서로 외치면서...


도량청소는 몸과 마음을 정리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었다. 바로 ‘집중교리공부’라는 집체교육의 본게임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첫째날 교리공부는 맛보기였다. 맛보기를 바탕으로 하루 종일 ‘교리도’를 갖고 삼켜서 소화해야 한다. 특히 저녁에는 무시무시한 ‘교리시험’이 예정되어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군종병들은 긴장하였다.


마침내 집중교리공부가 시작되었다. 한자세대가 아닌 군종병들은 우선 단어부터 어려워했다. 그래서 단어풀이를 해주고 쉬운 우리말로 재설명을 하면서 강의를 이어갔다. 어떻게든 내용을 받아 적어 보려는 군종병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펜은 춤을 추고, 고개는 쉼없이 인사를 하며, 의지와 상관없이 내려오는 눈꺼풀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카이로스가 크로노스가 되는 순간이었다. 어쩐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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