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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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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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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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박연하 교사 / 새나래학교


새나래학교는 지금, 그야말로 온통 하얀 동화 속 세상이다. 떡가루처럼 하얀 눈이 잠깐 내리는가 싶더니 이내 거리를 덮고, 건물을 덮었다. 아담한 교정은 그 누구의 발자국 하나 없이 순결하고, 옅은 햇살 한 줌에 반사된 눈 결정은 가끔은 분홍빛으로, 가끔은 푸른빛으로 시시각각 바뀌며 나를 황홀케 한다. 진회색 낮은 구름 사이로 가벼이 내리는 눈송이는 잎 떨어진 쓸쓸한 나뭇가지 위에도멈추어 서 있는 자동차 위에도 도톰히 쌓여만 간다.


4년의 시간이었다. 은혜학교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들! 그 4년의 시간 동안 여러 명의 학생과 교사가 새로이 학교에 들어왔고, 떠나갔다. 새로운 날개를 펴고 세상 밖으로 힘찬 날갯짓을 하고자 했던 새나래학교는 2014년도를마지막으로 날개를 접는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학생들로 인해 한 번 더 웃고, 또 그들로 인해 한 번 더 울고...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절망하고, 그 숱한 시간의 조각들이 모여져 지금을 맞이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학교의 어려운 상황과 미래를 조심스레 점쳐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힘을 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너무나도 많은 분들의 염원과 보살핌 속에서 학교가 시작되었고 유지되어왔기에 학교의 교문을 걸어 잠그는 이 시간은 더욱더 힘에 겹다. 두 번의 졸업식이 있었다.‘겨우 두 번의 졸업식’이라고 감히 쉽게 말 할 수 없는 졸업식이었다. 일반 학생들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졸업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 당연한 것이 힘에 부친다.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채 떠나가야 하는 학생들과 학교에 영영 이별을 고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이번 졸업식은 기쁨보다는 오히려 고통이었다.


어느 누가 다른 이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있겠냐마는 아직도 여전히 앞길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끝까지 이끌어 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떠나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졸업식이 있기 하루 전, 학교에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편지를 적었다. 평상시에 말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아프지만 꼭 해줘야만 하는 이야기들을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는 동안 가슴이아려왔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들을 매일매일 삼십분 이상 깨웠던일, 어르고 달래며 텃밭을 가꾸고 산정상을 등반했던 일, 아이들과 밥을 지어 먹으며 야영체험을 했던 일, 후원회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보은의 밤’을 준비했던 일, 4년의 시간들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이제 다시는 내게 올 수 없는 시간들이다.‘ 조금 더 아이들을 보듬어 주었을 것을… 조금 더이해해 보려고 노력할 것 을…’매일 터지는 사건 사고에 마음이 달아올라 나도 모르게 냉정했었던 시간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새나래학교를 나서는 학생들과 교사들은 이제 또다시 새로운‘시작’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서 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막연한 두려움을 동반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미래이기에 더욱 흥미진진하고 기대해볼 만한 것이 아니던가?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앞날에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본다. 가보지 않은 길에 힘찬 발걸음 내딛을수 있길! 바닥을 탁! 치고 솟아오를 수 있길!!!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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