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꽃과 일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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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과 일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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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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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위 강동현 교무 / 칠성부대 군종장교


작년까지 신병교육대 훈련병들에게 “원불교는 여러분들과 똑같은 두 자리 나이를 가진 젊은 종교예요. 형처럼 편안한 종교! 다같이‘원불교 형!’하고 불러볼까요?”라고 소개했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걸어놔도 돌아간다는 말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거룩하고 성스런 원기100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원불교 100년이라니! 어느 때보다 더 소태산 대종사, 역대 종법사, 선진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교단에 몸담고 살아가고 있음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감사한 하루! 오늘도 묻는다. ‘어떻게
교단에 보은하고 대종사님께 효를 다할 것인가?’


원기100년의 첫 날! 1월 1일. 칠성교당에 선물이 도착했다. 선물은‘얼음꽃’, 선물을 들고 온 배달부는 이웃집에 사는 칠성성당 군종신부였다. 신부는 얼음꽃과 함께 인삿말을 전했다. “교무님! 원불교 100년을 축하드려요. 그런데 꽃이 다 얼어버렸네요. 하하.”간밤에 꽃 바구니를 밖에다 놓아둔 모양이다. 얼음나라 화천에서 얼음꽃이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얼음꽃 사이에서 얼지 않고 아주 쌩쌩하게 빛나고 있는 하나가 있었다. 심지어 분홍빛 고운 빛깔이 찬란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그것은 바로 리본이었다. ‘원불교 100년을 축하합니다’라고 쓴.


사단 군종부에 원불교 100년 신정절 기념행사라 보고를 했는데, 잊지 않고 우리 100년을 기억하고 드러내며 축하해준 그 군종신부의 마음에 깊은 감사와 인사를 전했다. “신부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부님께서 원불교 100년을 축하해주시니 더 고맙습니다.”


신부가 돌아가고 대각전에 앉아 얼음꽃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천주교 성탄전야 미사에 참석하고, 기독교 성탄절 예배에 참석하여 축하해주던 일이 떠올랐다. 축하하러 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던가. 원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목사, 신부, 법사들과 함께 군종 일을 하다보면 아쉽고, 불편하고, 서러울 때가 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물러서서 뒤로 숨어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임관 전에 경
산 종법사가 신신당부했던‘지력, 신용, 화합’이라는 훈증을 마음에 새기며, 교단에 혹여 누가 되고 대종사에게 불효가 될까봐 얼마나 전전긍긍 노심초사 했던가.


시비이해로 마음에 쌓였던 업력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기독교와 천주교 성탄행사 축하를 위해, 오직‘세계의 모든 종교도 그 근본되는 원리는 본래 하나’ 라는 대종사의 법문에 의지해 기도하고 또 묵상했다. 마음에‘신(信)’이 세워졌다. 휴가를 내어 서울 양재동 꽃 시장에서 예쁘고 고급스런 난(蘭)화분 2개를 구입하고‘아기 예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고 예쁜 리본을 달았다. 전 근무지에서 인연이 되었던 가락교당 홍성인 교도가 도움을 주어 수월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더욱 감사했다. 두 손 가득 화분을 들고 오면서‘종교화합’을 염원했다. 그리고 이틀에 걸쳐 미사와 예배에 참석했다. 예쁜 화분을 봉헌하고, 헌금도 하며, 찬송가도 열심히 불렀다. 성경도 배운다는 심정으로 정성을 다해 봉독했다.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진지했는지 천주교 자매님은 방긋방긋 웃으면서 옆에서 찬송가도 찾아주고 성경도 찾아주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천주교 신학생 군종병이 말했다. “교무님께서 참석 해주시고, 미사 보시는 모습을 보며 저희들이 느낀 바가 많습니다.”기독교 예배 때는 부대 지휘관이 직접 원불교 교무가 참석했다며 신자들에게 소개해주었다. 본의 아니게 천주교 미사나 기독교 예배 때 참석한 군종장교는 원불교 교무뿐이었다.


얼음꽃을 보다가 주마등처럼 스쳐간 작년 연말...고개를 들어 대종사 진영을 우러러봤다. 대종사께 여쭸다. ‘대종사님! 미약한 제가 조금이나마 효를 했나요?’눈물이 뚝! 떨어졌다. 떨어진 눈물이 동그랗게동그랗게 번졌다. 이 눈물이 일원꽃으로 피어날 씨앗이 될까.“ 대종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눈물을 닦고 대각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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