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체제와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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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체제와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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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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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윤광일 교도 /중곡교당, 한양대 명예교수


23. 천주교의 어떤 단체는 기업주를 착취자로, 근로자를 착취당하는 자로 단정, 기업의 분열과 파괴를 조장하는데 자본주의 체제와 미덕을 부인하는 것인가?


천주교 차동엽 신부의 견해는“이 문제는 역사성 안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 노동 착취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전태일 씨 등은 하루 15시간 이상 노동 했으니까. 그런데 모든 기업주가 착취자라고 하면 곤란하다.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어디나 있다. 좋은 기업인도 있고, 나쁜 기업인도 있다. 그건 개별적 사안이다. 교회는 자본주의 체제를 부인하지 않는다.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했다. 다만 교회가 자본주의 체제의 부작용이나 폐해에 관심을 갖는 건 맞다. 거기에 약자와 소외된 자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원불교에도 진보성향의 모임인‘사회개벽교무단’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본주의 미덕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병폐로부터 약자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칼막스와 레닌은 노동만이 신성한 것이며 자본가는 노동을 착취한다고 규정 하였다. 그러나 그 말에 대해서 슘페터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써 그것을 부정했다.


호암 이병철 회장 같은 이는 부자다. 혼자서 잘 먹고 살라면 언제나 가능하신 분이다. 그러나 완전히 망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는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고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일으켰다. 이것은 노동자를 착취한 것인가 아니면 노동을 창조한 것인가? 바로 삼성전자를 통해서 전 세계에 28여 만명의 일자리를 창조하였다. 그러나 자본가가 돈을 놓고 돈을 먹는 부동산 투기나 자본 투기를 한다면 그것은 노동자의 신성한 노동을 착취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종교는 고대 사회의 소도(蘇塗)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약한 자가 종교라는 소도가 없다면 숨구멍이 없는 연못의 물고기와 같이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연못에서 썰매를 지치다가 연못의 숨구멍에 빠져 죽은 친구들이 있었다.


이와 같이 연못의 숨구멍은 어린이의 목숨을 빼앗는 함정이다. 그런데 왜 진리는 모든 연못에 숨구멍을 만든 것일까? 그것은 숨구멍이 없으면 물속에 있는 물고기는 숨이 막혀 몰살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못의 물고기는 적어도 숨구멍을 통해서 산소가 주입되지 않으면 몰살하게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강자로부터 특히 정치적인 탄압으로부터 종교가 양민을 지켜 주지 않으면 사회는 질식사하게 된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천주교의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974년 9월 26일 당시 한국순교복자대축일에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제1차 시국선언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결성된 전국 사제들의 모임이다.


1972년 당시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장기집권 음모를 노골화하였다. 이어 1974년 1월에 대통령 긴급조치 1,2호를 선포하여 학생, 교수,종교인, 변호사 등 양심적 지식인들을 체포하고, 4월에는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와 민청학련 사건을 조작하였다. 7월에는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를 불법 납치하였고‘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이를 규탄하는 기도회와 미사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결성된 자발적인 모임이다.


사제들의 사회적 투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이들의 헌신을 확인할 수 있다. 성직자들의 사회참여는 연못의 숨구멍이 아무 죄 없는 어린이를 익사시키는 잘못을 저지른 것과 같이 잘못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못에 숨구멍이 없으면 모든 물고기가 질식사하는 것과 같이 사회가 질식사할 수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성직자의 사회 참여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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