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날 사랑해 줄 건가요?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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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날 사랑해 줄 건가요?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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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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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허성근 / 승규, 연세대원불교교우회, 의무경찰 복무중


-‘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



# 신병,‘ 파반느’를만나다


전입한 지 한 달이 되던 작년 8월, 기동본부 도서관에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만났습니다. ‘파반느’의 작가 박민규는 최근 한국 현대 문학에서 주목받는 작가입니다. 작가의 명성, 그리고 문학 작품을가까이하라는 충고를 들은 저는 고민 끝에 두꺼운 책을 집었습니다. 5일간 부대 안에서, 버스 안에서, 첫외출을 나가던 지하철 안에서 소설을 만났습니다.


# 문학은 개인과 사회의 만남.



저의 전공은 정치학입니다. 정치나 사회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정치에 대한 고민을 하였던 대학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지인은 충고를 하였습니다. “너는 문학을 좀 더 읽어야 해.”사회나 구조도 결국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시작합니다. 문학은 개인의 내면과 영혼을 담으며, 개인을 둘러싼 시대와 사회를 담아냅니다. 때론 신문 기사, 정치학 서적보다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고민을 강렬하게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학입니다.


어떠한 개혁론보다‘홍길동전’의 통렬한 풍자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신분제가 없었다면‘춘향전’의 로맨스도 빛을 바랬을 겁니다. 나치즘과 전쟁의 아픔은‘안네의 일기’를 통해서 우리들의 가슴을 적십니다. ‘파반느’는 오랜 인류의 화두인‘외모’와‘부끄러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1980년대 한국에서 벌어지는 슬픈 연애 소설이자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 그래도 날 사랑해 줄 건가요?


작가가 이 소설을 쓴 이유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부인이 묻기를, ‘내가 예쁘지 않았더라도 사랑했을 거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작가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파반느’는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사람들이 비웃을 정도로 못생긴 여자말입니다.


어쩌면 비현실적인, 어쩌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에서 못생긴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는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갑니다. 그녀는 그에게말합니다.“ 그래도날사랑해줄 건가요?”세상 사람들이 그녀의 못생긴 외모를 비웃는데도 말입니다. 선뜻 그 말에 대답하지 못하는 남자.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만의 사랑을 조심스럽게, 아름답게, 가슴이 시리도록 한 걸음씩 내딛어 갑니다.


# 아름다움을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주관적인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외모적 경탄은 사랑의 중요한 전제입니다. 이처럼 당연한 본능이, 누구나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왜 이렇게 슬프게 소설에서 그려지는 것일까요?


사회, 공동체라는 것은 본능대로만 살지 않습니다. 인간의 탐욕, 분노, 어리석음과 같은 본능도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것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돈과 재산을 좋아합니다. 예쁨을 좋아합니다. 건강함을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사회, 나라에 따라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 부족한 사람들은 다르게 대접받습니다.


조금 덜 예쁘더라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회가 있는 반면에,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성형수술을 강조하는사회가 있습니다. 부모의 재산 여부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수당이 있는 사회가 있는 반면에 아파트 평수에 따라 친구 사귐을 가려서 하라는 부모들이 있는 사회가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능이 문제가 아니라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며, 수많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가 슬픈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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