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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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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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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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위 강동현 교무(칠성부대 군종장교)


칠성부대는 휴전선 가운데 가장 험준한 중부전선을 맡고 있다. 장병들 사이에 선‘신이 버린 땅’이라고 불린 지 오래, 그러고 겨울. 그런데 이보다 더 두려운 존재가 있다. 바로 철책 사이로 코끝을 에이는 듯 휘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이 그 주인공! 장병들을 위문할 때마다 바람에게말한다.‘ 바람아~멈추어다오!’그럼에도 바람은 꽁! 꽁! 꽁! 분다.


그 칼끝바람이 휘몰아치던 어느 날, GOP 경계작전에 투입되는 장병들을위해 사단 군종장교들과 출정 기도식을 했다. 연병장에 벌벌 떨며 완전군장을 하고 서 있는 장병들 보니 마음이 아팠다. 매서운 바람을 맞서 철책을 지킬 생각을 하니 아픈 마음이 시리기까지 했다.


기도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지 않아 “바람! 바람! 바람!”을 외쳤다. 군인의 상징은 외침이다. 마구 바람을 외치고 있는 그때! 그 마음따라 추억 한 조각이 떠올랐다. △△중대 중대장이 생각났다.


중대장은 교당에 올 때마다 선물을 가져오는 나눔 실천가다. 처음 온 날엔 커피를, 두 번째 온 날엔 초코파이 한 상자와 원불교 군종병을, 세 번째 온 날엔 음료수와 관심병사를, 네 번째 온 날엔 예회참석의 마음을 가져왔다. 원불교 관심 중대장이라 생각하고‘보은 즉 불공’의 마음으로 그가 통솔하는 부대를 위한 안전기도를 하러 갔었다.


기도식 날, 부대에 도착하니 중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병사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군종교무의 도착을 알아차린 중대장은 이야기를 멈추고 바로 부대안전기도가 진행되도록 안내해줬다. 나는 뭔지 모르지만 이 중대에 불고있는 어색한 바람의 기운에 기도 전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장병들에게 손을 맞잡으라고 했다. 그리고 손을 맞잡은 중대장과 장병들에게‘한 마음 한 뜻’이 되길 바라는 설명기도를 올렸다. 기도후 장병들에게 말했다.


“지금 잡고 있는 손을 놓지 마세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주세요. 다같이 옆에 있는 전우의 눈을 바라보며 함께 말해요. 전우야! 고맙다. 전우야! 사랑한다. 그리고 서로를 깊이 안아주세요.” 장병들은 진지하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깊이 안아주었다. 그리고 중대장에게 미션을 하나 주어 실행하게 했다. 미션은‘중대장이 직접 간식 나누고 안아주기.’중대장은 장병들에게 교당에서 준비해온 간식을 나누어 주며 장병들을 한 명씩 돌아가며 깊이 안아주었다.


기도식이 끝나고 부대를 떠나려는 순간, 중대장이“교무님!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다급히 불러 세웠다. 그리고 중대장은 장병들에게 감동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징계받을 병사들이 있는데 오늘 교무님이 오셔서 기도를 해주시니 느끼는 바가 많다. 여러분들도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없던 일로 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새롭게 시작하자.”연신 고맙고 감사하다는 중대장을 뒤로 한 채 떠나는 마음에 따스한 바람이 분다. 이 바람은 어떤 바람인가.


GOP 경계작전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매섭고 아픈 마음바람을 멈추고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조용히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을 묵상했다. ‘엄동설한에 동남풍의 훈훈한 기운으로 군장병들이 안심, 감사, 상생상화, 해탈, 갱생을 얻어서 가정·사회·국가·세계 어느 곳에든지 당하는 곳마다 화하게 된다면 그 얼마나 거룩하고 장한 일이겠는가!’ 법문을 따라 간절히 기도했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우리 장병들이 동남풍을 불리는 주인공이 되게 하옵소서!’아! 바람이 분다. 마음에 동남풍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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