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경찰교당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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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경찰교당의 꿈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3.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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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허성근 교도 / 연세대원불교교우회


원불교 경찰교당, 함께 상상해 봅시다



2015년은 원기100년이자, 저의 전역의 해입니다. 심훈의‘그날이 오면’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조국의 광복을 염원하듯이,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은 전역의 그날을 간절히 염원합니다. 어느덧 전역의 해, 전역의 달이 밝았습니다.


지난 21개월의 의무경찰 복무 동안 원불교 신앙과 수행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논산훈련소의 원불교 법회를 비롯하여, 틈틈이 읽었던 교전, 그리고 외출 나가서 수시로 들렸던 신촌교당, 정기법회, 부대로 오는‘한울안신문’등등 입대하기 전에 신앙과 수행을 게을리 했었고, 군대 와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마음공부의 힘을 절실히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힘들고, 지루하고, 답답한 순간을 감사와 행복의 시간으로 돌리고, 돌렸더니 어느덧 전역의 순간이다가왔습니다. 합장하는 게 눈치가 보여서 조용히, 남 몰래, 꾸준히 올린 심고 덕분에 별 탈 없이 지내왔습니다. 방심하지 않고 남은 기간도 열심히 불공을 드리고, 해제가 곧 새로운 결제이듯이, 전역 이후에도 교법실천의 삶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가 교법의 은혜를 입은 것을 넘어서서 의무경찰을 포함한 경찰 조직에도 교법이 전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0년대 들어서 원불교 교단은 활발한 군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고향인 대구경북교구의 3사관학교에도 법당 봉불식을 하였습니다.


활발한 군교화 소식을 들으면서, 원불교 경찰교당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경찰청은 행정자치부 산하 소속으로 청단위로는 무려 10만 5천여 명에 달하는 공무원 조직입니다. 여기에다 전국의 2만 이상의 의무경찰이 있습니다. ‘경찰은 국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여,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책임을 지닙니다(경찰헌장)’



한국 사회의 경우 오랜 권위주의 정권 체제와 이에 따른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사회적 갈등이 거리의 현장에서 폭발적으로 표출되었습니다. 과거 경찰은 정권의 하수인 취급을 받았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시민과 함께 하는 치안’으로‘민주경찰’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 치안에 대한 갈등은 단순히 경찰에게만 책임을 넘길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치와 사회가 성숙될수록, 훨씬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군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고들이, 단순히 군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거울이듯이 말입니다.


원불교 교단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에서 정신개벽의 기치를 걸고 작지만 큰 울림을 주는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원불교 백년을 앞두고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두고, 소통과 통합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입시교육과 취업교육에 매몰된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원불교의 대안학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원불교 백주년 사업으로 추진되는 햇빛교당사업, 스승님들의 경륜을 이어받은 종교연합운동 등등 군종의 경우도, 군대라는 조직에는 필요하지만 군 스스로가 하기 힘든 역할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단체들은 사회 곳곳의 문제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경찰조직의 경우 원불교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원불교 경찰교당, 함께 상상해봅시다.


(필자는 2015년 2월 28일 전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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