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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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법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3.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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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웅/둔산교당, KAIST 원불교 교우회


화상채팅 어플 등을 이용해 활동하는 행아웃 (行-OUT) 교화단



1년 전, 전국의 원불교 대학생 동아리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우리가 원하는 법회’의 모습에 대해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회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교무님과 문답감정하는 시간이 좋아요”“마음일기를 써보면 어떨까요?”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다음 질문은 지금 보고 있는 동아리 법회에 대한 만족도였다. 모두가 머뭇머뭇 거리더니 하나 둘씩 입을 열었다. “재미없어요”그래도 귀한 주말에 시간 내어 원대연 행사에 올 만큼 동아리에 애정을 가진 친구들의 얘기였다. 원불교를 갓 접한, 친구 따라 동아리에 놀러온 다른 친구들은 어땠을까.


회화, 문답감정, 마음일기, 모두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원불교의 훌륭한 공부법들이다. 그런데‘우리가 원하는 법회’에 대한 의견들 중에는 하나가 빠져 있었다. 교무님의 설법이 없었다. 대학생 지도 교무님들이 설법을 너무 못 하셨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전국의 많은 학생법회, 청년법회가 그렇듯 교립학교를 제외한 대학생 법회는 대부분 소수의 출석인원으로 꾸려진다. 적게는 두어명에서 많아도 열 명 안쪽이다. 장엄한 분위기와 권위 있는 설법, 이러한 대중 집회의 감동을 느끼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대신 인원이 적은 만큼 오순도순하게 정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섯 명이 10분씩 이야기를 해도 50분이니 모두의 생각과 고민을 다 들어도 모자라지 않은 시간이다. ‘우리가 원하는 법회’에 대한 의견들이 모두 쌍방향 소통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실제로 이뤄지는 법회는 100명의 규모로 이뤄질 때와 5명의 규모로 이뤄질 때, 교당을 20년넘게 다닌 어른들을 대상으로 할 때와 친구 따라 잠시 다녀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 때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교무님들이 재량껏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내고자 하시기도 하지만, 학생들 역시 기존의 법회방식에 익숙해진 탓에 스스로의 얘기를 잘 하지 못하곤 한다. 서로 간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대종사님 시절에는 글만 읽을 줄 알아도 꽤나 배운 사람이었고, 지금의 어른들은 빠른 문명의 변혁을 겪었다. 지금의 청년들은 초등학교 때 컴퓨터를 접하기 시작했고,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지금의 아기들이 미래엔 어른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까딱하면 세계 각국 명사들의 강의를 시청할 수 있는 정보의 홍수 속에 우리의 법회는 옛날과 얼마나 달라졌고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으며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익숙해진 모습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겠지만, 변하려는 노력 없이는 자칫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얼마 전, 과거 대학생연합회 활동을 함께했던 친구들이 모여 카카오톡과 구글 행아웃 화상채팅 어플 등을 이용해 활동하는 행아웃(行-OUT) 교화단 모임을 시작했다. 원불교 대학생 활동의 경험을공유하는 친구들끼리 왜 청년들이 법회에 나가기 어려울까, 미래의 법회는 어떤 모습일까 등의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하던 과정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화상채팅으로 전 세계의 학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쳇, 우리가 먼저 시작했는데’ 라고 툴툴거리면서도 이런 시도가 우리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우리가 원하는 법회’로 다가가는 데 있어 좋은 시도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변화를 시도할 때, 어려움에 부딪힐 때, 또 한 번 물어본다. 대종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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