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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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쓰려면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4.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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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양은철 교무 /미주서부훈련원


말과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하는 능력은, 작가나 성직자 등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공교육에 대해 특별히 불만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편지 한 장 깔끔하게 작성하지 못하는 국어(글쓰기) 교육에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법을 전하는 성직자이다보니, 때때로 글을 써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좋은 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전공자인 성직자가 글쓰기를 논한다는 것이 당구 폐풍월(堂拘吠風月) 짝인 줄 잘 알지만, 오늘은 좋은 글에대해 -“ 훌륭한 인격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와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 말고 - 저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첫째,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임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원작자의 화풍이나 서체를 이해하려면, 모사(模寫)가 첩경이라고 한다. 수필가이자 소설가인 이태준님은 모사를 통해 완당(阮堂, 김정희)의 필력, 필의(筆意), 획의 성질을 휑하니 꿰뚫을 수 있었다고 한다. 모방이 갖고 있는 미덕의 일면이 아닐 수 없다. 맘에 드는 작가의 작품을 골라 표현을 베껴보자. 모방을 통해 유명 작가의 문체와 표현이 체화되면서 비로소‘나의 문체’가 만들어지게 된다. 가요계의 유명 프로듀서들이 가수 지망생들에게 유명 가수의 모창부터 연습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자신(自信)’의 글을 써야 한다. 모파상은 어느 단편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자는 여러 가지 요구를 한다. 나를 즐겁게 해 달라, 슬프게 해달라, 감동케 해 달라, 위로해 달라… 소수의 독자만이 당신 자신의 기질에 맞는 최선의 방법으로 무엇이든지 아름다운 것을 지어 달라 할 것이다.”


대중의 선호(選好)보다‘자신의 기질에 맞게’글을 쓰는 것은 대중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다. 정당일 뿐이다. 이름난 작가들의 글에는 자신(自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단거리가 체질에 맞는 육상선수가 마라톤이 인기 있다하여 마라톤에 나선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셋째, 지식을 넓히기보다 사고를 깊이 하기에 힘써야 한다. 경제원리로만 보면 풍부한 투입(input)은 풍부한 산출(output)을 보장하지만, 많은 양의 독서가 곧 좋은 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독서를 통한 정보 중심의 사고가 논리중심의 창조적 글쓰기를 저해하기도 한다. 독서의 기능은 사고의 자료를 얻는데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퇴고(推敲)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어느 작가는 한국문단이 지금 이대로 3년을 계속 나아가기보다 지금 작품들을 가지고 3년간 퇴고를 한다면 그냥 나간 3년보다 수준 높은 문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설교안을 새로 작성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용한 설교안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다 하겠다.


글이 우리의 사고를 구체화, 내면화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바르고 품위 있는 글을 읽고 쓰는 일은 우리의 사고와 인격을 바르고 품위 있게 가꾸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메마르기 쉬운 현대 생활이다. 좋은 글을 읽고 쓰는 일을 통해 정신세계를 고양(高揚)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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