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와 복기復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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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와 복기復棋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4.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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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상도 교도 / 소태산의 마음학교 홈페이지 운영자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과거의 착오와 실패를 꼭 되새김질 하는 것



바둑을 잘 두지는 못하지만 바둑을 좋아한다. 가끔 프로기사들의 대국을 TV를 통해 관전하기도 하고 신문에 나는 바둑기사는 꼭 읽어본다. 젊을 때 두었던 기억들을 되살려 반상(盤床)에서 일어나는 변화들과 그 안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대결들의 이면을 살펴보기도 한다.


돌을 버려야 할 때 버리지 못하고 과감하게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하면 그 한 순간의 착오로 인해 판 전체를 잃어버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중도(中道), 즉 욕심을 버리고 판세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진 기사일수록 승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살이와 같다. 어디에 묶인 바 없이 그 변화의 흐름을 읽어낼수록 착오가 없을 것이며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에 집착하면 큰 것을 잃는)의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프로기사들은 대국이 끝나면 꼭 복기를 한다. 승자는 그 치열한 대국에서 승자로서의 포만감이 들겠지만 패자는 패배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자신의 실수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본다. 그 미세한 국면의 전환 속에서 실패의 아픔을 뒤로 하고 그 과정을 살펴보지 않으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낼 수 없기에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과거의 착오와 실패를 꼭 되새김질 하는 것이다.


이 복기의 과정을 바라보면서 마음공부 역시 끊임없는 복기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둑은 사방 열아홉 줄의 공간 내에서 그들이 살아왔던 삶의 역사를 표현하고 또 짧은 대국의 과정이 끝나면 복기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해 나가지만 몸과 마음의 역동적 변화는 구체적인 삶의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그 과정들 속에서 변화의 파장과 파동들을 읽어내지 못하면 삶은 더 없이 터덕거리기 마련이다.


마음공부는 마음을 알아야하는 것이고 마음의 변화를 읽어내야 하는 것이고 그를 통해 마음의 흐름을 자신의 의지대로 전환시켜나가는 매우 창조적인 일이다.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곳이며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곳이기에 내 마음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면 더불어 함께하는 수많은 관계(네트워크) 속에서 소통과 조율은 일어나지 않는다.


관계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면, 즉 나에대해 무지하다면 관계는 언제나 갈등과 대립과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이 곧 나에게 고통을 불러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이 언제나 밖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무지가,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무지가 고통의 씨앗임에도 그 책임을 언제나 타인에게, 또는 어떤 대상에게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행동한다. 따라서 세상은 그 충돌의 여파로 언제나 고통 속에 잠겨 있다.그리고 그에 대한 해법 역시 요원하기만 하다. 내가 나를 변화시켜낼 수 없는데 타인인들 변화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마음공부는 복기의 연속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파장과 파동의 흐름이 왜 일어나는 것인지 그 상황 속에서 왜 그러한 결과가 나타났는지 살펴보고 또 살펴봄으로써 복기를 통해 바둑의 미묘한 수의 변화들을 깨쳐 나가듯이 마음의 변화와 그 원리를 늘 깨닫고 그 깨달음을 통해 늘 다시 깨어있는 마음의 달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순간순간 부딪치는 일상 속에서 마음의 변화와 그 대응의 결과를 살펴보고 마음의 원리를 깨달아가는 것은 마음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매순간 하루의 삶을 성찰한다는 것은 내적인 성장을 위한 디딤돌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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