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와‘종교’의 경계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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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와‘종교’의 경계는? ②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5.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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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혜란 교수 / 가톨릭대학교 외래교수


인본주의 심리학은 6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잠재력개발운동’(Human Potential Movement)의 토대를 형성하며 집단치료(상담) 운동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서구 심리학의 네 번째 흐름인‘트랜스퍼스넬 심리학’(Tanspersonal psychology:‘자아초월 심리학’혹은‘초개아 심리학’)은 이미 60년대 인본주의 심리학 내에서 태동되었으나 70년대 부터 독자적인 진영을 구축하게 된다. 이 흐름은 종래의 심리학이 인간이 내재하고 있는 영성을 간과하고 사회 적응적인 인격형성이나 자기실현이라는 인간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어 인간을 의식, 신체, 영성을 구비한 전인적(全人的) 존재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여기서 ‘자아초월’(transpersonal)이란 에고 중심의 자아의식으로 부터의 초월을 의미하며, 인간의식이 확장되면 자아실현의 단계를 넘어 우주의식이나 신비체험과 같이 비일상적(변성) 의식상태에 이를 수 있음을 말한다. 자아초월 심리학은 기존의 심리학 이론과 동양 종교사상(불교)을 융합하여 심리학과 종교(영성)의 경계를 넘나들면서‘영성적 심리학'(spiritual psychology)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렇듯 심리학 내지 이로부터 파생된 심리치료요법들이 단순히 심리적 질환의 치료를 넘어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활성화하고, 내면을 탐구하고 더 나아가 의식확장의 중요한 수단으로 진화한 것은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자아초월 심리학은 전통적으로 종교적 이슈이던 초월(transcendence), (내면의) 신성, 인간의 궁극적 본성, 절대의식, 궁극적 의미와 가치 등을 다루면서 종교의 영역을 포섭하고 있다. 이러한 대안적 심리치료요법 -자아초월 심리학은 적지 않은 대학에서 심리학 정규과목으로 정착되면서 대안적 성격을 많이 잃은 것이 사실이다-은 현대 종교문화의 흐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도 90년대 후반부터 인본주의 심리학에 기초한 신경언어프로그래밍(NLP: Neuro-Linguistic Programming), 로저스(Carl Rogers)의 인카운터(Encounter) 집단학습법, 자아초월 심리치료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상담치료 관련 전문가는 물론이고 (불교)성직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었으며, 독립적인 학회의 결성은 물론이고 기존 한국상담학회의 한 분과로 정착하였다. 특히 뉴에이지와 같이 비제도화된 종교영역에서 이들 이론과 치료요법은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변형되어 워크숍이나 강좌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심리치료요법을 비롯하여 유사과학적인 치료요법까지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것은 명상·수련단체들이다. 동사섭(同事攝)은 로저스의 집단학습이론에 기초한‘T그룹 워크숍(Training Group Workshop)’으로부터 출발한 단체이며, 황토명상마을은 NLP를 핵심 프로그램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그 밖에 마음수련, 명상월드, 아봐타 코스, 미스틱로즈(오쇼)명상센터, 단월드(심성수련) 등도 자신들이 개발한 심리치료요법을 적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대안적 심리치료요법들은 제도종교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한국의 종교계가 심리치료/상담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제공하였으며, 한 예로 자아초월 상담학은 불교심리상담의 핵심부분으로 기능하고 있다.


‘종교의 심리치료화’혹은‘심리치료의 종교화’는 종교 영역의 확장일 수도 심리학 영역의 확장일 수도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현대 종교문화의 빠른 변화 속에서‘종교’의 독립적 혹은 자율적 영역을 주장하기는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설사 정의를 통해‘종교’의 인위적인 경계를 설정하더라도 과연 이것이 종교학의 발전에 생산적인가라는 의문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단지 뉴에이지 현상을 연구하고자 하였을 뿐이나 결국 난해한 심리학 관련논문을 쌓아놓고 나오는 긴 한숨을 숨기며 본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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