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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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씨앗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6.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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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강명권교무의 네팔지진피해현장리포트③



30kg의 쌀을 도저히 들 수 없을 것 같은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다들 와서 웃음 띤 얼굴로 받아 간다. 아이를 들쳐 메고 먼 길을 온 엄마들이 쌀을 받아 돌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음을 알지만 등에 메는 것까지만 도와줄수 밖에 없는 미안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사진)


그렇게 1,000포의 쌀 배분을 어느 정도 마치고, 배급을 받으러 와야 할 마을 사람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잠시 뜨거운 햇빛을 피해 건물 앞에 일행들과 앉아 쉬고 있는데 갑자기 건물이“웅!”하는 소리와 함께 마구 흔들린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소리 지르면 정신없이 뛰쳐 나가고, 나 역시 일행도 못 챙긴 채 정신없이 뛰쳐나갔다.


지난 11년 동안 재난 현장을 수없이 다녔지만 이렇게 땅이 울리고 건물이 소리 날 정도의 지진을 맞닥뜨린 적이 없었다. 바로 앞에는 깎아지는 절벽이 있어 언제고 낙석이 떨어질지 몰라 걱정스런 마음에 자꾸만 절벽을 바라보게 되는데 그날 지진 강도가 진도 4.3에서 4.8까지 올라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들 평지에 누워 있거나 돌에 앉아 쉬고 있는데 다시 온 땅이 흔들렸다. 땅에서 그렇게 크게 우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뿐만 아니라 5~7초 정도 좌우로 흔들렸을 때 다들 갈피를 못 잡았고, 앉아 있던 사람들이나 누워있는 사람도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렇게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 사이에 먼 지역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도착하고 배분을 하는 중 다른 두 곳의 마을 사람들은 산사태로 인하여 배급을 받으러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산사태로 인해 배급이 불가능한 지역의 쌀과 몸이 아파서 오지 못하는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마을대표가 정부에서 보낸 지원금이 있으니 그들은 말에 물품을 실어서 배송을 해준다고 했다.


배송비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서 비용을 물어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9,000원이라고 한다. 쌀값이 13,500원인데 배송비가 9,000원이라니 굉장히 비싼 운송비지만, 산길을 30kg 되는 쌀을 메고 몇 시간에서 3일간을 걸어가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네팔의 수도인 카투만두 지역의 4인 가족 한 달 생활비가 20만원 정도라고 한다면 다른 지역은 교사의 한 달 급여가 10만원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이곳은 변두리보다 더한 변두리라 4인 가족 생활비가 10만원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쌀(10,000원~13,500원 정도로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름)한 포대가 살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이곳 주민 대부분 감자나 옥수수 등 밭작물을 재배하여 먹고 사는데, 쌀은 구입하기도 쉽지 않고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지진으로 피해도 있고 평소 구하기 어려운 쌀을 나누어 주기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심지어 갓난 아이를 업고 오기를 주저 하지 않는 것 같다.


평소에도 가난한 삶속에 살았는데, 이번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집도 파손되거나 사라진채로 살아가고 있을 그들에게 우리의 쌀 한 포대가 작은 희망을 만들어가는 씨앗이 되기를 바래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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