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님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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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님을 부탁해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7.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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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위 강동현 교무 / 칠성부대 군종장교


7살 때로 기억한다. 집 앞에 있는 교회에 자주 놀러갔었다. 딸만 셋을 둔 목사님이 나를 친아들처럼 귀여워 해줬기 때문이다. 어느 아침 예배 때였다. 목사님께서 열정적으로 설교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철부지 어린이가 주목을 받고 싶었나 보다. 어디선가 귀동냥으로 들었던 말을 목사님을 향해 외쳤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목사님은 당황하지 않고 웃음으로 답을 해줬다. 그 웃음은 동심을 파괴하지 않는 배려였다. 그래서 그럴까? 그 목사님의 웃
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웃음은 군 교화에 힘이 되고 있다. 바로 일요 종교행사 때이다. 종교행사는 다양한 이해관계로 만나게된다. 다시 말하자면 장병들이 종교행사를 참석하는 목적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그 가운데‘마일리지 제도’때문에 종교행사를 오는 장병들이 더러 있다. 이 제도는 개인별 종교행사 참석 실적이 일정 기준에 부합되면 포상휴가증을 받게 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종교활동 활성화에 기여하고는 있으나, 종교행사 진행에 방해를 주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목적이 휴가증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행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잡담, 독서, 무단외출 등의 역동을 일으킨다. 이 역동을 적절하게 차단하지 못하면 종교행사는 엉망이 된다. 어떤 군종장교들은 이런 역동이 발생하면 엄교(嚴敎)로 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매서운 서북풍과 같은 엄교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장병들로 하여금 영원히 그 종교를 오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따뜻한 동남풍과 같은 웃음으로 감정에 호소를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 그게 바로 철부지 때 목사님께 배운 웃음이다. 그 웃음의 의미는‘교무님을 부탁해.’


최근 추원보본과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하여 한 달 동안 일요예회 시간에‘6.25한국전쟁 희생 영령 합동 위령재’를 올렸다. 의식에 익숙하지 않은 장병들을 고려하여‘설명기도, 성주 3편, 천도법문, 독경(일원상 서원문)’순으로 진행을 했다.


아울러 위패엔‘호국영령제위 영가’를 첨부하였다. 장병들에겐“지금 나라를 지키고 있는 여러분들도 호국영령에 포함되니 이 위령재는 자신을 위한 기도이기도 합니다”라고 강조하여 참석을 독려하였다.


6월의 첫째 주, 의식을 진행하는데 심각한 역동이 발생 되었다. 칠성시장이 열린 줄 알았다. 조용히 뒤돌아서 장병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교무님이 부탁합니다. 이 시간은 온전히 여러분들 시간입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의식을 진행하고 있구요. 우리 모두를 위해 집중해주면 좋겠어요. 교무님의 부탁 들어 줄 수 있죠?”


이 질문에 장병들의 대답은 그 어느때보다 우렁찼다. “네! 알겠습니다.” 분위기는 쇄신되었고 정성을 모아 의식을 진행할 수 있었다. 둘째, 셋째, 넷째 주…. 시간이 흐를수록 집중하는 문화가 조금씩 형성되고 무사히 위령재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이 효과는 지속적이진 않다. 늘 불특정 다수의 장병들이 오고 가기 때이다. 때론 마음관리에 소홀하면 장병들의 역동에 끌려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괜찮다. 오히려 나의 부족이 장병들에게 미안 할 뿐이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를 외쳤던 철부지 나와 비교하면 장병들은 굉장히 훌륭하다. 그래서 늘 마음으로 새긴다. 챙긴다. 웃는다. 외친다. “교무님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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