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소녀 프로젝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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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소녀 프로젝트(1)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7.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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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위 강동현 교무 / 칠성부대 군종장교


“찾아 가리 찾아 가리 총부를 찾아 가리”성가 159장의 가사다. 이 성가는 산골짜기 화천에서 마음의 고향을 향해 부르는 엘리지(elegy)이다. 그립다, 스승님들과 도반들이… 이곳 칠성교당에서 약 12km 앞에는 휴전선이 있다. 반면 총부까진 약 360km, 멀고도 참 먼 길이다.


그럴 때마다 마음으로 대조하는 글귀,‘ 염불수행 천리지척(念佛修行千里咫尺) : 부처를 생각하며 닦아 행하면 천리 밖에 있어도 지척이다.’마음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일원상의 진리로 새겨본다. 그래도 가끔은 그리운 마음 달로 소태산 대종사가 주석하던 총부모습을 떠올려 본다.


소태산 대종사 재세 시에 익산총부는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였다. 대자대비한 생불님, 법도 있는 공동생활, 정갈하게 정비 된 총부구내는 매력적인 지상낙원이었을 것이다. 특히, 팔타원황정신행 선진이 사다 놓은 원숭이 한쌍은 볼만한 구경거리, 가끔 우스운 생각을 해본다. 그 당시에 태어났다면 나는 생불님을 보러 갔을까? 원숭이를 보러 갔을까? 아무리 생각 해봐도 원숭이를 보러 갔을 것 같다.


이 곳 칠성교당에도 원숭이 한 쌍과 버금가는 강아지 한 쌍이 있다. 철원교당 출신인 두 강아지는 믹스견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성품을 지녔다. 그래서일까? 본의 아니게 장병들에게 힐링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슴없이 안기고 배를 내미는 행동에 장병들은 함박웃음으로 힐링을 한다. 그래서두 강아지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장병도 있고, 강아지를 보기위해 종교행사에 오는 장병도 있다.


그러나 비단 장병들에게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동네 아이들, 택배 아저씨, 우체국 배달원, 음식점 사장님 등등 칠성교당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은 두 강아지와 늘 교감하고 간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 강아지들의 작명을 한다는 점이다.‘ 까미’,‘ 까망이’,‘ 검둥이’등등 이름이 너무 많
아 정리를 해줬다. ‘현불이와 원불이’로….


현불이와 원불이는 칠성교당 옆에 있는 군인아파트 입주민들에겐 꽤 유명하다. 산골짜기라 마땅히 갈 데가 없는 엄마들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당에 오기 위해선 반드시 천주교 성당을 지나쳐야 한다. 성당에도‘칠순이’라는 개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성질이 사납고 포악해서 엄마들이 가질 않는다. 불쌍한 칠순이... 현불이와 원불이가 더 빛이 나는 이유, 칠순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칠순아, 고맙다.


전임교무로부터 인계인수를 받았을 때 칠성교당을 군인아파트 옆에 세운 이유 중 하나가 군인 가족교화라고 들었다. 부임 후 마땅히 가족교화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엄마와 아이들이 강아지를 보러오는 것은 좋은 기회였다. 욕심이 났다. 뭔가 빨리이루고 싶은 욕심! ‘아차!’함정에 걸
린 것이다. 엄마들을 욕속심으로 대하는 불편한 마음이 보였다. 법신불전에 기도를 했다. ‘욕속심으로 하는 교화가 아닌 행복한 교화가 되어지게 하시옵소서.’기도의 감응이었을까? 욕속심이 멈추고 한 가지 표준이 세워졌다. ‘편안함과 나눔’


마음에 욕심이 멈추면 편안한 것이니, 우선 엄마들을 교화 해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내가 편안하면 만나는 인연들도 편안할 것이란 믿음을 세웠다. 아울러 좌산상사님께서 종로교당 재직 시 동네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며 교화를 했다는 일화가 생각났다. 나도 이곳에서 나눔을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엄마들이 아이들과 교당에 놀러오면 편안하게 해줬다. 그리고 교당에 있는 간식을 나눠줬다. 나눔의 첫 간식은 작년에 장충교당에서 가져 온 사과였다. 엄마들은 추운 겨울을 제외하곤 매일같이 저녁 5시 30분부터 6시 30분 사이에 교당에 왔다. 그 사과를 기연으로 편안함과 나눔의 불공을 실천한지 10개월, 어느 날 한 아이 엄마가 물었다. “교당에 오면 항상 받기만 하네요. 왜 저희들에게 주시기만 하나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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