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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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오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8.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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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강동현 교무 / 칠성부대 군종장교


한국전쟁 때 익산총부는 북한군에 점령당했었다. 총부엔「북한군 호남지구 철도경비사령부」가 주둔하게 되었다. 그 까닭에 공습폭격 대상 1호가 된 총부. 그러나 북한군이 물러가고, 휴전이 될 때까지 큰 피해는 없었다.


총부수호에 대해 선진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산종사님을 말씀하신다. 대각전 뒷방과 송대에 기거하면서 새벽이면 오랜 시간 동안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공습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송대 옆 방공호에 들어가기 전 일천정성의 해원기도를 올렸다던 정산종사.



소태산 대종사가 예견한‘환장세계’를 해원기도로 지켜 낸 정산종사. 하늘을 향해 외쳐본다. “정산종사님! 그립습니다.”


그리운 거리만큼이나 DMZ가 코앞에 있는 칠성교당. 법인절을 맞이하여 군종병 7명과 교당청소를 하고 있을 때다.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를 받아보니, 실상황이 발생했으니 사령부에 복귀하라는 명령이었다. DMZ에서 42년만에 발생 된 포격전 때문이었다. 긴박한 상황 속에 사령부에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법인절 기념식은 취소되었고, 교당 상공에는 하루 종일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초계비행을 하였다. 마을 주민들은 대피하여 거리는 온통 적막함이 감돌았다. 소속 부대가 멀어서 대기하게 된 군종병 4명과 교당을 대피소로 삼았다.


군종병들과 교당청소를 하면서‘해원기도’에 대해 알려줬다. 다함께 기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군종병들은 각자 기원문을 작성했다.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군종병들의 기원문은 간절했다. 기원문에 들어있는 공통 단어는 평화(平和). 평화를 염원하는 군종병들을 통해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군종장교로 임관하기 전 예타원 전이창 종사께서 해주신 말씀, “장병들의 마음에 평화를 위해 군복무하고 있다는 것을 심어줘라.”이 말씀이 가슴에 너무 와 닿았다. 실제 전방에서 고생하는 장병들과 주민들을 보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기도 후, 남북고위급접촉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군종병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기도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역경일수록 공부심이 절로 챙겨진다는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일요일 되었다. 병력이동이 통제되어 사단 군종부에서는 찾아가는 종교행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이웃종교들은 큰 문제가 없으나, 우리종교 입장에선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혼자서 감당하기엔 모든 면에서 벅찼다. 그래도 법신불 사은님만 믿고 진행했다.


출석부와 입교명부를 보고 총 11군데 부대를 선정했다. 예회참석 교도가 없다는 이유(?)로 오지 말라는 곳도 있었다. 그래도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8곳에서 예회를 주관하였다. 5명이 모인 소규모 예회부터 280명이 모인 대규모 예회까지, 약 500명의 장병들을 만났다.


교당 간식은 동이 나고,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날려버린 장병들의 한 마디, “교무님 기다렸습니다.”힘이 불끈불끈 솟았다. 그리고 가슴이 찡하고 먹먹했다. 오히려 미안했다. 더 함께하지 못해서 말이다.


무장한 채 상황종료만 기다리는 장병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했다. 그리고 남북평화와 세계평화의 최선봉 파수꾼임을 알려줬다. 부대를 나설 때마다 고생하는 장병들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모든 예회를 마치고 교당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도 상공은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초계비행을 하고 있었다. 군종병의 기원문 마지막 구절이 생각났다. '서로의 따뜻한 손으로 하나가 되는 평화가 오길 염원하나이다’그 구절을 되새기며 외쳤다. “평화는 오리, 평화는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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