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을 키우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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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을 키우는 교육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9.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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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욱 박사 / 한국학중앙연구원


권력에서 멀어질수록 비도덕적인 인간으로 취급받기 쉽다. 권력이 늘 도덕으로 자신을 꾸며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도덕적 언설을 남발한다. 정견(政見)을 듣고 싶은데 정치인들은 도덕적인 말만 한다. 국정(國政)을 듣고 싶은데 고위직 관리들은 성실과 정직을 말하고자 한다. 사실을 전해야할 언론마저도 도덕을 말하고자 한다.


지식을 전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교수들 역시 인간성을 말한다. 권력은 도덕이 되고, 자본은 윤리가 된다. 2015년 7월 21일부터‘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국회위원 199명이 전원일치로 통과시킨 법안이라 한다.


이 법에서 인성교육이란‘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예·효·정직·존중·책임·배려·소통·협동심 등을 8대 덕목으로 예시하고 있다.


이러한 덕목은 한국 교육의 기본 목표가 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발의하고 통과시킨 사람들의 자기반성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이러한 덕목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시행하는 법이라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이 법령에의하면 정부는‘인성교육진흥위원회’를 설치하고, 교육부 장관은 인성교육의‘목표와 성취 기준’을 정하고, 학교의 장은 매년 인성에 대한‘교육계획’을 수립하여 교육을 실시해야 된다. 인성은 행정의 서류 속에서 열심히 잘 자랄 것이다. 이법에서 더욱 재미있는 것은‘인성교육프로그램개발자’와‘인성교육과정의 인증’ 이란 제도이다.


인성교육프로그램개발자란 인성교육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거나 인성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하려는 자를 말한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프로그램과 교육과 정의 인증을 받으면 인성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공자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들은 이룰 것이다. 훌륭한 프로그램을 통해 인성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가정을 이루고, 나라를 다스릴 때가 되면 천하가 태평해질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왜 삶의 현실을 도덕으로 환원시킬까? 세월호의 참사를 보면서 어떻게 인성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을까? 선장의 행동을 움직이게 만든 권력과 자본의 그림자는 볼수 없었을까? 마땅히 그 그림자를 보아야 할 사람이 이 법을 만든 사람이 아닐까? 이제 우리는 인성과 도덕성을 자유롭게 놓아주면 어떨까? 학교 밖의 사설기관에서 점수로 따야 할 인성이라면 너무 초라하다. 예·효·정직·존중·책임·배려·소통·협동심은 하는 사람이 즐겁다. 그렇지만 그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져다 줄 수 있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도덕은 더 많은 상처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자기 의지에 따라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안 되면 조금씩 실례(失禮)도 하고, 불효(不孝)도 하고, 거짓말도 하고, 비하도 하며 무책임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국가로부터 인간성을 인정받아야 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가끔씩 반성하며, 자책한다. 그리고 나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동참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다짐도 한다.


효를 인륜의 대본으로 삼고, 법보다 예를 내세우는 것이 유교이지만 한 사람을 도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사후에야 그 사람에 대한 공과 덕을 논하였다. 그리고 그 논의의 중심엔 공의(公義)가 있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이 짐을 지우게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도덕의 언설 속에 숨으려는 어른의 추한 모습을 바로 잡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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