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이만난사람)몽당연필로 그리는 희망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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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이만난사람)몽당연필로 그리는 희망이야기(1)
  • 한울안
  • 승인 2015.09.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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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기자 권해효-조선하교를 후원하는 '몽당연필'공동대표

박대성 편집장(이하 박): 저희 원불교가 그동안 인권에 관련된 활동이 부진했습니다.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의 여러 심각한 병리현상을 종교인으로서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각성이 있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과‘원불교인권위원회’등을 통해 광화문에서 추모 기도회를 지금껏 하고 있는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입니다. 그런 점에서 권해효 씨 같은 영향력이 있는 분이 대중에게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질문을 해주는 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권해효 배우(이하 권): 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아시겠지만 한국의 시민사회 단체가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위축됐잖아요. 단순히 정권 차원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한국의 시민단체가 시민과의 괴리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어떤 분들은 시민단체에 적지만5000원, 10000원 회비를 내주는 것처럼 저역시 똑같은 거죠. 여기가‘조선학교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이라는 단체가 운영하는 카페이기는 한데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도 중요하고, 단체가 자생능력을 갖기 위해 만든 공간이기도 한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박: 조선학교(일본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위한 민족학교)를 후원하는‘몽당연필’의 공동대표로 활발히 활동하시는데 특별한 인연이 있으셨나요?


권: 인연은 2002년 부터 있었어요.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이 났을 때 조선학교들 역시 많은 피해를 입어서 긴급히 지원해야 될 사항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단순히 그 일만 하는 것은 아니었고 좀 더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자! 해서 이번 기회에 긴급히 만들었던게 몽당연필 재단입니다. 조선학교는 워낙, 가지고 있는 느낌과 역사적 이미지들이 복잡하고 관련됐기에 어디서부터 풀어나갈지 애매해요. 올해가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 한일 국교 수교 50주년이라고 얘기하는데, 조선학교 같은 경우 일본에서의 차별의 역사, 아직 정리되지 않았던 역사, 끝나지 않은 전쟁의 역사 등 조선학교를 통해 정작 우리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근·현대사를 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중요한 이유는 조선학교에 가보면 한국사회에서 놓쳐버리고 잃어버린 ‘교육이란 무엇인가?’,‘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에 대해서‘그렇지! 학교라는 것은 이런 곳이었지’하고 다시 일깨워주게 됩니다. 경쟁 때문에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사회인으로서 사람으로서 키워내는 일, 함께하는 일, 누군가 배려하는 일, 참아내는 일, 그런 것들의 높은 가치를 갖게 됩니다.



세월호 이후에 아시겠지만, ‘권력이란 것이 어디까지 사악해 질 수 있나?’ 라는 생각과 아무리 몰라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월호 부모에게 가서 패악질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나?’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많죠.



‘우리는 원래 나빴구나!’이런 생각부터 시작해서 우리 역사를 돌아봐서 매 순간 그랬던 인간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고 하지만은 자괴감에 빠졌을 때도 저는 일본에 가서 조선학교를 만나고 오면 일종에 치유를 받고 오는 느낌이죠.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를 길러내고 노력하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 오면 ‘우리는 원래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 원래의 우리의 본성은 그런 게 아니다’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다시 돌아오게 되죠.
박: 최근 시리아 난민들의 비참함이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100여 명의 난민이 타고 있는 배가 가라앉아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만 나오게 됩니다.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가 된 나라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소식에 수만리 떨어져 있는 우리도 마음이 아픈데 멀쩡히 정부가 있는 나라에서 허무하게 죽어간 300여 명(세월호 사건)에게 이념적, 정치적 덧칠을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패악스러운 모습인가하는 고민하게 됩니다.



권: 악(惡)해진다는 말은 진짜 악하다. 는 의미도 있지만 권력의 느낌에서 악하다는 것이에요. 길거리에서 같이 소리 지르고 있는 패악질을 하는 분들은 사실 악하다는 것 보다는 공포에 질린거예요. 우리 사회에서 돈이 안 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잖아요. 혹시나 나에게 튈지 모르는 국물 한 방울이라도 혹시나 못 얻어먹을까봐 하는 공포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행동들이죠.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작동하는 모든 공포들 진짜 걱정이에요. 그 공포를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그걸 표현하는 방법중에 예전부터 많이 듣던 말이“처자식먹여 살리려다 보니”입니다.



세월호 관련해서 분노하고 있음에도 정작 회사에 가서 하청업자들을 쥐어짜고 있는 사람이 한 두 명이겠습니까? 한 가정을 박살내면서도 거기에 대해선 모르고 있죠. 그것은 공포에 질린 태도입
니다. 우리 사회에서 함께하면 그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성공의 경험들이 아예 없는 거예요. 그러니 공동체 자체가 붕괴됐다는 느낌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카페‘몽당연필’카페
http://cafe.daum.net/mongda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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