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일기'일곱개의별'-22)부처님의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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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일기'일곱개의별'-22)부처님의 웃음소리
  • 한울안
  • 승인 2015.09.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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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 강동현 교무(칠성부대 군종장교)

소태산 대종사의 웃음소리는 어땠을까? 직접 듣지 못해 아쉬움만 그윽하다. 대종사를 친견한 제자들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나 갈증은 못내 크기만 할뿐, 그러나 이젠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 제자들도 역사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법신이 아닌 색신에 집착하는 미숙한 공부인의 한계지만 그리움은 쌓이고 또 쌓이기만 할 뿐. 지금은 고인이 된 겸타원 임영전 선진(대종사의 자부)을 모시고 대학교 때 '선진님 모시기’를 했었다.



당시 겸타원 선진은 대종사의 웃음소리는 천지가 울릴 정도의 호탕한 웃음소리라고 었다. 그 뒤로 대종사의 진영을 보며 웃음소리를 상상한 적이 많았다. 목성(木聲)과 금성(金聲)이 섞인 부처님의 호탕한 웃음소리, 부처님의 웃음소리는 상상만 해도 묵은 업(業)이 녹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서 있는 이 곳은어딘가? 웃음소리 보단 경직된 표정과몸짓을 보기 쉬운 곳, 바로 군부대다.심각하게 경직된 장병은 둘 중 하나에 속한다. 군기가 들거나 군 생활이 힘들거나. 그 장병들을 만나 가볍게 인사를건네 본다.



“안녕! 잘 지내니?”군기가든 장병은 힘차게 답한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냅니다.”반면에 군 생활이 힘든 장병들은 개미가 기어가듯 답한다.“네.”이 답변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또 아프다.



군 생활이 힘든 장병들이 쉬어가는곳, 그린캠프. 여기에 모인 장병들은 경직 된 표정과 몸짓이 일반적이고 일상적이다. 인성교육 시간에 알게 된 A장병. 이 장병은 자살충동으로 인하여 캠프에 입소 중이었다.



A장병은 인성교육 후 상담요청을 해왔다.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A장병. 희망이없는 인생과 답답한 군 생활에 대한 푸념이었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들은 잊을 수 없는 말‘쓰레기 같은 놈’, 알고보니 어려서부터 가출 후 조직생활에 몸담았던 장병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마음으로 염원했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제가 힘과 역량은 없지만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몸과 마음으로 잘 들어 주겠습니다.’A장병의 말에 공감하고 또 공감하였다. 너무 심각할 때는 간단한 위트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A장병은 시간이 흐를수록 경직된 표정과 몸짓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러다가 A장병이 뜬금없이 웃으며말했다. “교무님은 형님 같습니다.”이말을 듣고 나도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말했다. “교무님이 너 형님 노릇하느라고 고생하고 있다.”A장병은 활짝 웃으며말했다.


“교무님, 고맙습니다.”이 말을 듣고 한 마디 했다. “앞으로 형님이라고 불러라.”A장병은 갑자기 일어나더니 90도로 허리를 꺾으며 인사를 했다.“예, 형님!”그 뒤로 형님과 동생 사이가 되었다.



1주일 후, 다시 인성교육을 갔다. A장병은 그린캠프에서 한 단계 아래인쉼 캠프로 내려왔다. 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인사를 했다. “형님! 안녕하십니까?”교육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은 A장병, 그동안 마음의 의지처가 없어서 외롭고 힘들었던 것이 풀린 모양이다.



교육이 끝나고 A장병은 커피를 건네며 인사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형님!”활짝 웃는 A장병을 보며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고맙다.”라고 밝게 인사를 나누며 돌아서는 순간, 한감상이 떠올랐다.



‘부처님의 웃음소리’부처님의 웃음소리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저 장병의 웃음소리가 부처님의 웃음소리였다. 왜 부처님의 웃음소리를 멀리서 찾으려 했을까?



A장병에게 말했다. “네가 잘 웃으니 꼭 부처님 같다.”그러고 보니 이 세상 모든 것이 부처님의 웃음소리 아님이 없었다. 부처님들이 계신 그린캠프장을 떠나며 두 손 모아 염원했다. ‘부처님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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