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 집에서 구피(관상용 물고기)를 분양받아 키우고 있다.
빨간색 노란색 검정색 점박이등 여러 종류의 구피들이 어우러져 노니는 것을 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다.
맑은 물속에서 수초들 사이사이를 민첩하고 우아하게 헤엄쳐 다니는 구피들은 내 마음과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구피들로 인한 이야기로 식구들과의 관계도 유연해지고 수분이 부족한 계절에는 가습기 역할까지하니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한 달 정도 되면 물을 갈아주는데 구피들은 파란 플라스틱 바가지에 옮겨 놓고 작업을 한다. 아름답게 꾸며진 어항 속에서 노닐 때와 파란 플라스틱 바가지에서 오밀조밀
모여 있는 구피들의 품격은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그야말로 볼품없다.
구피의 두 모습을 보면서‘아,사람도 저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현재 원불교 교무로 이 옷을 입고 있을 때의 모습이요. 또 하나는 세상에서 일반인으로 있을 때의 모습을 가정해 본 모습이다.
비교해보니 어항속의 구피와 바가지 속의 구피처럼 완전 다른 모습인 것 같다. 나와 우리 모든 전무출신은 이 교단과 더불어 더 없이 소중하고 귀하다.
그러므로 어느 경우에도 어느누구에게도 막되게 하면 안 될 것 같다. 어느 때부터인가 교역자들 사이의 관계를 보면 삭막하고 걱정되고 마음이 아픈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떻게 하면 모든 교역자가 서로에게 고맙고 기쁘고 자랑스럽고 희망으로 설렐 수 있을까? 자신의 소중함을 스스로 인식하고 우리 모두를 그 마음으로 소중하게 인식하면서 함께 성숙해가고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
나의 생각과 말이 누군가를 걱정하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은 없는지 더러 있었다. 참회하고 서원한다. 그리고 기원한다. 모든 선 후진들이 다함께 행복한 성직자가 되고 나날이 발전하는 교단이 되기를.
* 그동안 소중한 글을 전해주신 모든 교무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