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의 인권과 종교폭력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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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인권과 종교폭력 ②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11.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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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차옥숭 교수 / 이화여자대학교


동성애가 에이즈 감염의 주요원인이기 때문에 에이즈 치료비용을 100% 국민세금으로 지원함으로써 국민들이 세금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 차별금지법안이 제정된 이후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이나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 징역에 처하는 등 엄벌한다는 것, 학교에서는 동성애에 대해 가르쳐야 하며 교육에 항의하는 부모가 수갑에 채워져 감옥에 보내졌다는 등의 아무런 근거 없는 정보를 유포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후 시민위원회와 권역별 토론회, 공청회장 그리고 동성애 혐오자 관련 단체들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일관되게 주장되었다.


광고는 10월 6일 조선일보 등에 또다시 실렸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민인권헌장>과 인권정책의허상에 속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광고는 박시장과 인권헌장을 겨냥한 비난이었다.


한 번에 수천만 원에 이르는 유력 일간지 신문광고를 한 두 개도 아니고 일곱 개 신문에다 연속적으로 광고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진 조직이 이 문제에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첫 번째 광고가 실린 며칠 후인 9월 30일, 서울시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강남권역 토론회에서 100여명의 참가자 중 대다수는 토론회의 초반부터 행사를 방해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눈짓을 주고 받으며 야유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쳤다. 진정시켜 토론을 하도록 했지만, 그들은 신문광고에서 제기된 주장과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이 와중에 박원순 시장이 샌프란시스코 출장 중 현지 언론과 인터뷰 한“한국이 아시아에서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최초의 국가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의 기사가 10월 3일 국내에 소개되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10월 17일 서울시 성북구청에서 강북권역 토론회는 자리 배치를 가지고 소리를 지르고, 동성애에 대한 혐오발언도 거침없이 나왔다.



이날 공청회장을 방문했던 한 장애운동 활동가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현장의 참담함을 생생히 전해준다.


“동성애 혐오에 대한 말들은 사람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 공포스러웠다.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말도 사치였다. … 동성애만이 아닌 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은 논의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인권도시에서 장애인은 어떤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가는 전혀 얘기할 수가 없었다.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온 몸에 힘을 주고 거칠게 소리 지르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란 사람을 죽이고 있었다. 잔인했다. 무서웠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은 성소수자들…. 미안하고 … 아프고… 나도 장애인이라고 순식간에 멸시와 차별 혐오를 당해봤었지만 이렇게까지는…. 사람이 무섭다. 사람의 집단이 무섭다. 사람의 말이 무섭다. 사람의 신념 같은 행동이 무섭다. 사람의 당당함이 무섭다.


이 무서움을 일상처럼 매일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틀을 보냈다.”


그동안의 인권헌장 제정 작업은 훌륭한 거버넌스의 전형으로 손꼽힐 만했다. 준비 작업까지 포함하면 1년 넘게 서울시와 전문가, 시민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갔다.


그러나 제6차 시민위원회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끝나고 난 뒤 이틀 후인 30일 일요일 오전, 서울시는 시민위원회에 알리지도 않은 채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서울시 입장에서 표결처리는 최종적으로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 한다”며“서울시민인권헌장은 자연스럽게 폐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시민위원회의 전문위원들이 서울시의 행동에 분노했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기자회견에 맞서 전문위원들이 사태를 정확하게 알리는 보도 자료를 돌리고 전문위원명의의 성명서도 발표했다. 성명서는 제6차 시민위원회는 45개 조항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45개 조항은 표결에 의한 합의로 확정하고 인권 헌장을 채택한 것임으로, 예정대로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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