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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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긴장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11.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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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담현 교도 / 마포교당


오전 회의시간. 모두들 딱딱한 직각소파에 앉아 있다. 두꺼운 니스칠의 한 뼘이 조금 넘는 넓이를 가진 팔받 침대. 쿠션도 자리마다 하나씩 있다. 하지만 저 끝 가운데 한 분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팔받침대에 팔을 올려 놓거나 쿠션에 등을 기대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빳빳한 자세로 한 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행여나 모나는 언행이 있지 않을까 조심조심한다. 한마디라도 놓칠새라 귀를 세우고, 자기 업무에 관련된 지시가 나오면 즉각‘예알겠습니다.’라고 하고, 방안을 찾으라면‘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어색한 침묵몇 번. 그렇게 회의는 끝난다.


그리고 저녁 술자리. 오전과 똑같은 위치, 여전히 꼿꼿한 90도 자세. 한 분이 원샷하면 나도 원샷. 한 분이 자리를 뜨기 전까지는 누구도 집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긴장된 뇌근육은 알코올을 눌러버린다.


한 분이 차에 오르고 출발하면 그제서야 숨이 돌아오고 모두들 수고했다는 덕담이 나온다. 각자 아까보다는 크고 밝은 목소리로 내일 보자고 하면서 집으로 간다. 누워서 헤아린다. 오늘 무사했구나.



한 분을 위한 하루였다. 다른 누구도 그 무엇도 없었다. 다른 모든 이들에게 이날은 오직 불편한 긴장으로 뒤덮인 하루였을 뿐이다.


회사건 국가건 정책이나 계획을 추진할 때는 결정자의 뜻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실무 담당자들이 그 뜻에 대하여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거나, 아니면 뜻을 꺾을 수 없는 경우라면 그 추진방법에 구체적인 검토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야 추진과정 중에 문제점이 적고 부작용도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일이 추진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더 많았다. 담당자들과 실무자들은 그런 경우 각자의 판단을 버린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생각없이 지시대로 달린다. 안 그러면 자리를 보전할 수 없기에. 위에서 본 하루가 그런 모습니다.


교과서 국정화. 정부와 여당은 어떠한 반대도 뚫고 나갈 태세이고 군대와 경찰까지도 교과서 국정화를 계획대로 완수하기 위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토록 강한 추진력은 언제 나타났나. 바로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확인된 때부터였다. 그전에 어떤 자유로운 토론이나 그 방향과 방법에 대한 현실적 논의가 있었다고 들어본 적 없다. 느닷없이 등장해 완료시점까지 돌진하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 이에 대한 찬반을 떠나 지금 추진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한 분을 위해 매일매일을 불편한 긴장상태로 보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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