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남교당
상태바
원남교당
  • .
  • 승인 2005.02.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탁 교수의 세상읽기-암과 마음공부
이번 방학에 미국서 귀국할 때 휴스턴을 들려서 왔다. 휴스턴은 뉴욕, LA, 시카고 다음으로 큰 미국의 4대 도시 중 하나이다(얼마 전까지는 미주 선학대학원이 있는 필라델피아가 4대 도시였음). 남쪽에 처져 있어서 미국에 가더라도 잘 가지 않는 곳인데 마침 총영사로 있는 친구가 초청해서 그곳을 처음으로 밟게 되었다.
휴스턴은 미국의 대표적인 에너지 도시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인 엑슨 석유조차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휴스턴이 석유도시라는 것을 실감나게 해 주는 대목은 휴스턴의 모든 건물들이 지하 1층 이상 파내려가지 못하게 시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상 파내려 가면 석유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보다 휴스턴에서 내 마음을 솔깃하게 만든 곳은 엠디 앤더슨병원이었다. 이 병원은 암 전문병원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인데 언젠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이 병원에서 폐암 치료를 함으로서 우리에게 낯익어진 병원이다. 병원 안내는 한국인으로 이 병원에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방사선치료과장 김의신 박사가 1시간 30분 정도에 걸쳐 친절히 해주었다.
암치료 전문병원으로서 앤더슨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암 환자에게 가능한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암 치료란 암이 퍼진 부분을 수술로 잘라 내는 것쯤으로 생각해 왔는데 김 박사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그런데 이 분의 설명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수술을 통해 잘라내더라도 다른 부분으로 전위되면 수술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암세포 자체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다 나은 암치료 방식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들은 태어날 때부터 돌연변이 세포인 암세포를 갖고서 태어난다고 한다. 문제는 유전적으로 암세포가 빨리 퍼지는 사람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암세포가 확 퍼지는 후천적인 경우도 이제는 많다. 이 때문에 앤더슨 병원에서는 암 환자를 가능한 입원시키지 않고 통원치료를 하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의사로부터 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사형선고 쯤으로 생각하는 환자의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이 병원에는 1천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있는데 상당수가 현재 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다. 물론 그 중에는 암을 극복한 환자도 있다. 이런 사실은 환자가 암 진단을 받더라도 진단 받기 이전 생활과 다름이 없도록 하려는 병원 측의 세심한 배려도 작용한 것 같다. 앤더슨 병원은 이런 식의 정신치료를 약물치료와 함께 병행함으로써 암 치료전문 병원으로 유명해졌다.
그런데 정신치료란 무엇인가. 우리 식으로 하면 그것이 곧 마음치료 방법이 아닌가. 그렇다면 마음공부를 잘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지만 혹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암세포가 우리 몸 안에 더 이상 퍼지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비싼 병원을 가지 않더라고 평소에 마음공부를 통해 값싸게, 그리고 꾸준히 암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