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세계로 전할 것도 많고 배울것도 많다
상태바
세계로 세계로 전할 것도 많고 배울것도 많다
  • 한울안
  • 승인 2001.03.27 0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45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에 참석하고 나서


유엔 한국대표부 리셉션장에서



3월6일 유엔빌딩 앞에서


정선희 (중구교당"원불교여성회 간사)


여성회에서 일한지 6년째.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간 참석했던 국제회의를 헤아려보니 국외에서 5번, 국내에서 2번, 이렇게 7번이나 되었다. 그 중 3번은 그냥 입회인으로서 참석한 것이었지만 4번은 한국의 조직사무국으로, 혹은 외국 현지사무국으로 업무를 수행했고 게다가 3번은 국제회의 중의 국제회의라 할 수 있는 UN본부에서의 회의였으니, 요즘처럼 국제관련 직업이 인기를 누리는 때에 이만한 행운과 경험을 갖기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참석한 회의는 제45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 줄여서 CSW라고 한다) 이다. 유엔은 총회,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국제법정, 사무국 - 이렇게 6개의 큰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정치나 군사, 외교 등의 문제를 떠나 환경, 개발, 인권, 여성 등 우리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문제를 담당하는 곳이 ‘경제사회이사회(Economic and Social Council, 줄여서 ECOSOC이라고 한다)’ 이다. 이곳 산하의 9개 기능위원회 중의 하나가 바로 CSW이다. CSW는 매년 3월 회의를 갖는데, 여성과 관련된 모든 유엔의 결정을 담당하는 회의가 바로 CSW라 할 수 있다. 작년의 주제는 그해 6월에 있었던 베이징+5 유엔여성특별총회의 준비회의였고, 올해 주제는 HIV"AIDS(특히 제3세계 여성과 미성년자의 에이즈 감염문제)와 인종차별(올해 8월말~9월초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있을 유엔인종차별특별총회를 준비하기 위함), 그리고 앞으로 5년간의 활동계획을 짜는 것이었다.
이번 CSW에 한국에서는 25명의 정부대표단, 8명의 비정부기구(NGO)대표단 등 대규모의 인원이 참가했는데, 이는 지난 1월에 단행된 행정부내 여성부 신설을 자축하고 한국여성운동의 성과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이다. 한명숙 여성부장관을 비롯 4명의 여성국회의원, 여성NGO네크워크의 코오디네이터(협의조정자)인 한지현(법명:지성) 원불교여성회장, 여성단체협의회(여협)의 은방희 회장, 여성단체연합(여연)의 지은희 대표 등 국내에서는 한번에 모이기도 힘든 여성계 대표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여성NGO네트워크에서는 ‘국내 여성운동에서의 NGO와 GO(정부)의 협력관계’에 관한 포럼을 준비하여 크게 주목받았다.
이 포럼에서는 여협과 여연의 발표자및 각 단체가 지금까지 해 온 업적을 발표하여 한국 여성운동의 주요흐름을 요약하였다. 특히 여연에서는 지난 10년간 활동에 대한 홍보영상물을 상영하여 큰 호응을 받았는데, 영어로 더빙이 잘되어 있었다. 앞으로 우리 원불교여성회에서도 이런 홍보물을 준비해 세계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지성 여성회장님은 “NGO와 GO가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진정한 협력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면서 “국제활동에 있어서도 소수의 엘리트중심에서 벗어나 보다 민주적으로 세계여성운동이 국내로 들어오고 또 국내의 여성운동이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NGO들의 활발한 국제활동을 정부가 지원육성 해야한다”고 발표하셨다. 이에 참석자들은 진심으로 열띤 공감을 표시하며 앞으로도 이렇게 유익한 포럼을 지속해달라고 요청해오기도 했다.
또한 원불교 UN사무소의 이오은 교무님과 뉴욕교당의 김덕전, 소예리 교무님께서도 참석하셨는데, 유엔 회의장 안에서 뵌 교무님들의 단아한 정복은 더욱 아름답고 빛나 종교와 국적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다가와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어했다. 특히 이오은 교무님께서는 발표 후 가장 먼저 질문을 하시고 한국여성NGO들이 앞으로 주력해야 할 일의 하나로 ‘평화협상 과정에의 적극적 참가’를 제의하셨다. 유엔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의 참여분야를 한국여성NGO들에게 소개하는 분이 바로 우리 교무님이라는 사실에 마음 뿌듯하고 기뻤다.
‘국제회의’ 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특히 국제관련 일을 하고 싶은 젊은 여성들이라면 더더욱 무엇을 떠올릴까? 잦은 비행기 여행, 낯선 호텔생활, 근사한 정장과 서류가방, 보기만해도 멋진 논쟁과 합의, 끝난 후의 외교관 파티? 물론 간간히 우리의 상상을 만족시켜줄만한 이런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혹은 이런 것들을 동경하여 국제무대로 뛰어드는 것이 아주 잘못된 일도 아니지만, 이를 전부로 알고있으면 곤란하다.
이것은 바로 목적의 문제다. 사람들이, 특히 NGO가 국제회의에 오는 목적은 참 가지가지인 것 같다. 대부분의 NGO들은 우선 정부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서 온다. 그러면서 NGO의 시각을 결과물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이해그룹간의 조정 역할을 NGO가 하기도 한다. 이런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유명한 NGO들은 국제적인 유명인사가 되어 UN이나 기타 국제기관에 스카웃되는 경우도 종종있다. 그렇다고해서 개인적인 출세를 위해 NGO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따라서 로비를 하던, 시위를 하던, 그냥 참관을 하던,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과 능력 문제겠지만, 중요한 점은 NGO들은 정의롭고 올바르며 진정으로 평등, 평화적인 소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고보니 원불교도로서, 그중에서도 여성교도로서의 참석은 더더욱 값지다. 우리는 세계평화와 평등에 대해 교리적으로 전할 말이 너무나 많다보니 어디에서 어느 주제로든 늘 선진적인 의견을 낼 수가 있고, 그런 기회가 여성이다보니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유엔에서 2,000여개의 NGO가 참석하는 위원회는 여성지위위원회 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NGO의 진짜 힘은 ‘실천’에서 나오는 것인데, 원불교도 만큼 옳은 일에 있어서 깨끗한 실천으로 마무리하는 조직은 세계에서 찾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세계에 나서보니, 원불교라 당당하고 원불교라 신이 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원불교 여성인 것이 즐겁고 원불교 여성인 것이 자랑스럽다. 한지성 여성회장님의 올해 신년사 제목처럼 다른 동지들도 ‘늦지않게 오길’ 바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세계 주변부의 작은 교단이 아님이 분명하다. 이 사실을 나처럼 UN 회의장 의자에 앉아 어느 순간 감격스럽게 재확인하고는 빨리 한국으로 돌아와 원불교와 함께 하고 싶은 일에 몸달아 하는 젊은 동지들이 더욱 더욱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사진설명>
1.유엔 한국대표부 리셉션장에서

좌로부터 지은희(여연대표) 은방희(여협회장) Pat Harrison(전문직 여성클럽연맹 세계회장)한명숙(여성부장관) 한지성(원불교 여성회장) 박영혜(숙대교수)

2.3월6일 유엔빌딩 앞에서

한지성 여성회장과
정선희 간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