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몸, 건강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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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몸, 건강한 사회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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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삶회, 참여연대 간사 사상무료진료"6월18일




눈에 보이는 형체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있고, 그 기운은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므로 만물은 형체와 기운과 마음(혹은 理) 이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고 병도 이 세 방면으로 온다. 특히 오랫동안 진행되는 병들은 대개 마음에서 출발하는데 마음이 편향되면 기운이 편향되어 막히고 기운이 막혀서 오래 가면 마침내 형체가 손상되어 병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이 형체로 나타나기 전에 미리 마음의 편향을 발견하여 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곧 이상적인 의학이라 할 것이다. 이 마음의 편향을 체질별로 파악하여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의학이 바로 사상의학이다.

음인(陰人)은 대개 지키는데 치우치는데 음인 중에도 정(精)을 관리하는 몸 아랫부분(腎大腸 부위)이 강한 소음인은 작고 정미한 것에 능하여서 거기에 치우치기 쉽고, 모으고 지키는 힘의 중심인 몸 중하부(肝小腸 부위)가 강한 태음인은 집착이 깊고 오래 간다.
한편 양인(陽人)은 대개 쓰는데 치우치는데 음식을 통해 기혈을 만들어내는 몸 중상부(脾胃 부분)가 강한 소양인은 말과 행동이 빠르고 추진력이 강하며, 기혈을 쓰는 몸 맨 윗부분(心肺 부위)이 강한 태양인은 나아가려고만 하고 물러서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들은 전체적으로는 모두 필요한 개성들이어서 한 조직으로 말하면 기획실에는 소음인의 치밀한 설계력이, 행동 부서에는 소양인의 추진력이, 조직의 중심 부위와 구석구석에는 태음인의 끈기와 꾸준함이 각각 있어 주어야만 그 집단이 번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여 상처를 입고 깊은 오해에 빠져드는 경우가 흔히 있다. 예를 들어 소양인의 급하고 직선적인 표현은 소음인을 위축시키고 태음인에게 깊은 상처와 오해를 남길 수 있다. 반대로 태음인의 깊은 집착과 완고함은 소양인의 창의력을 위축시키고 소음인을 답답하게 할 것이다. 소음인이 자신의 치밀함을 상대에게 요구하면 태음인과 소양인은 일을 할 수가 없어 자신감을 잃을 것이다. 이런 상태가 오래 가면 병이 된다.
소음인의 좁은 범위에 집착하는 모습을 소양인이 보면 이기적인 쫌생이 쯤으로 비칠는지 모른다. 그러나 소음인은 그 좁은 범위에서 생각이 정리가 되어야만 그것을 바탕으로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다가 유비가 찾아오자 삼고초려를 하는 동안 삼국정립의 설계도를 세운 후에야 세상으로 나아갔던 제갈공명이 바로 그러했다.
같이 사회운동을 하더라도 서슬 퍼렇던 70년대에 가장 먼저 용감히 뛰어나간 이들은 소양인이 많았다. 그러나 어떤 집단에 소양인이 너무 많으면 80년대 이후 분열을 거듭한 운동권처럼 조직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좀 답답하고 느려 보여도 태음인이 절반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스스로 설계가 끝난 후에야 행동으로 나설 수 있는 소음인이 가세한다면 아주 훌륭할 것이다.

마음의 병은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불화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먼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 따뜻하게 훈훈하게 살자. 그래야 그 따뜻함으로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자신의 특성을 자랑스럽게 살리면서 상대를 인정하고 배우는 것이 그 방법이 된다.
소음인인 나는 태음인인 아내의 꼼꼼하지 못함을 원망함으로써 아내가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게 하였다. 이를 깨닫고 아내에게서 느껴지는 태음인의 깊은 맛을 존중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아내의 마음속에 ‘저 까다로움이 없어졌으면’하는 원망이 있음을 보았다. 나는 아내에게 ‘그 까다로움은 나의 단점이자 일을 해내는 장점이오. 그걸 원망한다면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므로 외로워질 것이오. 당신이 다 맞추어 달라는 생각을 버렸으니 당신도 그 까다로움을 나의 색깔로 인정해 주시구려’하였다.
우리는 다르다는 것만으로 상처입지는 않는다. 마음의 상처에는 반드시 오해가 있다. 상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처를 크게 입는 것이다. 소양인 남편의 불같은 성격에 심장병이 생긴 태음인 부인을 만나면 ‘아직까지 지나간 바람을 붙잡고 상처를 입고 계십니까?’하고 말해 본다.
부부 사이 뿐 아니라 자식에게도 우리는 뜻하지 않은 상처를 입히곤 한다. 소음인 엄마가 소양인 아이에게 ‘시키는 대로 공부할 것’을 강요하면 아이는 자신의 여의주인 창의력을 잃고 만다. 태음인 엄마가 소음인 아이에게 이것저것 욕심 내어 시키면 미처 정리가 되지 않은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만다.
나아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를 원망하고 있지만 그 얘기를 잘 들어보면 자신의 관점에 빠져 지나치게 입었다 생각하는 피해의식의 집합이다. 소음인은 자신의 수줍은 성격 탓에, 소양인은 꼭 자기 생각대로 만들려는 외승심(外勝心) 때문에 피해의식을 더 키운다. 원망하는 마음은 병의 씨앗이 되므로 우리가 원망을 발견할 때 바로 자신의 특성에 비추어보아 수용을 한다면 참으로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6월18일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강연한 내용>

익산원광한의원063-855-6086
E메일: ssmed@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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