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과 민족화해협력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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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과 민족화해협력방안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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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산 이광정 종법사


일제하에서 겪은 민족의 고통, 남북 형제끼리 서로를 살상했던 한국전쟁, 정말 분단 55년동안 어린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텔레비젼에서 그 어느 곳이든 서로를 이간하고 증오하고 원망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1년전 남북 정상이 악수를 나눴다. 미움과 원망과 증오는 55년 동안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이제는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제는 정의로롭고 냉정한 잣대를 버리고 참회와 용서와 관용으로 서로를 포옹하려고 한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우리는 많은 어리석음과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외세 앞에 바른 길을 찾아 굳건히 나가지 못하고 있다.
1년전 정상회담을 앞두고 좌산 종법사께서 특별강연한 ‘남북정상회담과 민족협력방안’은 1년이 지난 지금은 물론 앞으로 남북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도 우리가 남북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고 판단되어 당시 강연의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반갑습니다. 평소 남북통일을 위해서 수고가 많으신 여러분들이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오늘 이 자리가 특별히 반가운 것 같습니다. 처음 여러분들 앞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공자님 앞에서 문자를 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싶어 여러 번 망설였으나, 이 나라의 통일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종교적 사명감을 가지고 꾸준히 고뇌해 온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비록 나의
지금 우리에게는 다른 어느 때보다 이 나라의 통일문제를 풀어갈 큰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역사 속에서 지자의 말씀을 듣지 않아 큰 곤욕을 치렀던 역사적 사실들을 수없이 보아 왔습니다. 가까운 일 예로 임진왜란 당시 율곡 이이를 비롯한 수많은 선각자들이 일본이 침공할 위험이 있으니까 10만 양병을 해야한다고 주장을 했지만 이처럼 평화로운 때 징병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하여 듣지 않더니 7년 전쟁을 치렀습니다.
또 한 말에는 어떠했습니까? 김옥균 선생을 비롯한 선각자들이 하루빨리 개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듣지 않더니 일본에 35년간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의 역사를 겪어야 했습니다. 또 해방 후에는 어떠했습니까? 백범 김구 선생 등이 그처럼 단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를 했지만 결국 듣지 않더니 지금 이 순간까지도 분단의 역사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와 상황이 비슷했던 오스트리아는 공산주의자들까지도 함께 온 국민이 단일정부를 수립에 노력한 결과 지금은 영세중립국으로 큰 번영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자들의 지혜로운 말씀을 듣지 않아 치러야 했던 큰 곤욕들을 우리는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지금 우리 모두가 지혜를 하나로 모으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도 통일에 대한 합리적 노선을 정립해 보자는 것이거나, 통일을 향한 단계별 접근방법을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소태산 대종사님 이하 스승님들이 평소 해주셨던 말씀들에 입각해 통일의 지혜를 창출해 보자고 하는 조그마한 나의 노력일 뿐입니다.
원불교를 개교하신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이 나라가 해방되기 2년 전에 열반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자주 우리에게 해주신 말씀 중 하나가 “장차 이 나라가 어변성룡이 될 것이다. 세계의 정신적 지도국이 되고 도덕의 부모국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과거 불합리한 차별제도 때문에 억울하게 죽어간 원혼들이 와서 큰 난리를 한 번 일으킬 것이다. 그 때가 오면 척을 짓지 말아라” 하는 말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만 하더라도 일제 치하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것들을 다 빼앗기고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말씀들은 모두 꿈같은 말씀들이었죠.
그런데 어땠습니까? 해방과 함께 나라가 분단이 되더니 결국 6·25전쟁이라고 하는 엄청난 난리를 한 번 치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나는 현실적으로 이 나라의 분단 원인을 당시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찾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종교적 진리에 입각해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종교적 진리에 입각해 볼 때 분단의 원인은 어디 있느냐? 나는 종교적 진리에 입각해 볼 때 이 나라 분단의 원초적인 기점은 원한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원한이 뭉치고 뭉쳐서 분단으로 이어졌다고 하는 이 사실만 깨닫게 되면 통일의 길을 어떻게 열어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확연해집니다.

나는 4년 전부터 이러한 생각들을 통일대도(統一大道)로 정리해 발표를 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강조해 왔습니다. 제가 4년전 정리해 발표한 통일대도의 첫 번째는 대해원(大解怨)을 하자는 것입니다. 분단의 원초적 기점이 원한에 있으므로 이 원한의 응어리만 풀어주게 되면 통일 문제는 마치 실타래 풀리듯 쉽게 풀어져 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남과 북의 상황을 보면 대명천지가 마치 이 나라의 통일을 도와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북한은 몇 년째 계속된 흉년으로 매우 아쉬운 처지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때 우리가 아무런 조건없이 그들을 도와준다고 한다면 내 생각으로는 그 동안 남과 북을 갈라 놓았던 이 원한의 응어리들을 풀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는 대사면(大赦免)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는 남한은 북한에 대해서,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 서로가 서로를 가해자라고 주장을 하며 살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불행했던 과거지사 일랑은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대사면을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상태로 되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어떻게든 앙갚음을 하고 말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끝내 참다운 만남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지금 북한은 과연 남한이 대국적인 자세로 나올 것인가를 엄청나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제 확실히 서로가 서로를 사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대화해(大和解)를 하자는 것입니다. 이번 북한의 소년예술단이 남한에 와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얼마나 화해로웠습니까? 화해가 이루어지면 교류가 이루어지고 교류가 이루어지면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게 되고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화해가 무르익게 되면 뜨거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되고 뜨거운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가기 시작하면 통일의 대로가 트이게 되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대수용(大受容)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 동안 남북한은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 양보 보다는 서로 다른 주장과 요구들만을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통일대의 국가대의에 크게 위반된 일이 아니라면 이제 사소한 일은 수용하고 받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통일 이후 나라의 이름을 고려라고 하자는 주장도, 국기를 한반도 지도로 하자는 주장도, 어려우니 쌀을 좀 달라고 하는 주장도 사소한 일이므로 다 들어주자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보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되고 신뢰가 쌓이다 보면 그 속에서 통일도 자연 이뤄질 수 있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대협력(大協力)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서로서로 돕자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이 자립갱생을 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으로 저대로 망하기를 기다려 흡수통일을 하자는 유혹을 혹 받을 수도 있으나 이는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지금 통일을 하자는 것도 결국 사람을 살리자는 것인데 북한 사람들이 다 죽기를 기다렸다가 통일을 하자는 것은 차마 동포애를 가지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접근법이라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한이 서로 교류를 통해서 북한 때문에 남한도 잘살고 남한 때문에 북한도 잘 사는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이웃사촌의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여섯 번째는 대합의(大合意)입니다. 남북한이 서로 이웃사촌이 되어 협력기관을 형성하고 통일정부 통일헌법을 창출시켜 나가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북한이 서로 만나 한사람도 다치지 아니하는, 하다못해 김정일까지도 다치지 아니하는 대합의를 창출해 내는 길만이 통일을 이뤄내는 가장 빠른 통일 방법이요 통일을 후에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말씀드린 것이 내가 4년전에 내놓았던 통일대도 구상의 요지입니다. 내가 이 말씀을 지금 다시 드린 것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떤 정치적인 견해를 가지고 말씀드린 것이라기 보다 기본적으로 유의해야할 점들을 생각해보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나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있어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이 상호간 신뢰구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남한은 북한을 믿을 수 있고 북한은 남한을 믿을 수 있어야 제대로 만남이 이뤄질 수 있고, 만남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알맹이 있는 대화가 오고 갈 수 있습니다. 이 신뢰문제가 형성이 되지 않으면 그것은 아무리 만나봐도 허구이자 빈껍질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분단 이후 지금까지 구축해 온 불신의 벽을 하나하나 허물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작업을 해내야 앞으로 어떠한 대화도 진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믿음이라고 하는 것은 결심을 낳고 결심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결과를 낳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자기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의 당연함입니다. 믿음은 마치 첫 단추와 같아서 첫 단추를 잘못끼게 되면 줄줄이 그릇되는 위험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북으로부터 남에 대한 신뢰도 받아내야 하고 남에서 북에 대한 신뢰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남한에서는 무력통일, 흡수통일을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고, 북한에서는 무력도발 적화통일을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야 합니다.

아울러 상호 신뢰구축을 위해서 반드시 논의해야 할 문제가 남북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무력을 동원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하는 것을 대화를 통해 서로가 충분히 이야기하는 문제입니다. 지금은 각종 무기가 고도로 발달되어서 자칫 무력을 동원하게 되면 6·25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민족의 파멸이라는 위기상황을 가져줄 것임에 분명합니다. 따라서 이는 유구한 역사를 통하여 큰 후회를 남기는 일이 될 것이며, 무력도발 당사자는 지울 수 없는 역사적 죄인으로 낙인 될 것이라는 사실을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인식을 같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연후에는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대사면을 하자는 내용의 대화를 충분히 하자는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가 있더라도 북한도 남한도 서로가 서로에게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남북 분단으로 인해 큰 피해와 상처를 주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민족의 자주 정신이 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외세에 밀려 본의 아니게 저지른 과오요 실수였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과거의 잘못들을 딛고 일어서서 이제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득권들을 다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나라의 통일을 기필코 이뤄내고 말겠다는 소명의식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통일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이 나라의 통일문제가 이러한 원칙에 의해 해결되고 나면 전 한민족의 환호와 통곡이 터져 나올 것은 물론 우리 나라의 발전이라고 하는 것은 수륙공(水陸空) 3방면으로 문호만 열어놓고 있어도 세계 사람들이 스스로 몰려와 이 민족의 전도가 승승장구하는 발전을 이룩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사실을 서로가 충분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남북정상회담에 있어서 당면한 여러 가지 의제가 있겠으나 그것은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근본적이면서 우선하는 문제는 역시 통일문제입니다. 이산가족도 만나야 되고 남북교류도 해야되고 평화도 정착해 나가야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통일문제만 풀리고 나면 다 해결될 문제들입니다. 때문에 그 어떠한 문제도 통일문제에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당장 통일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버거우니까 이것을 향해서 이산가족이 만나고 남북 교류를 해서 통일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지 결코 통일을 포기하고 그러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국가적인 상황이나 국제 경쟁사회의 상황으로 볼 때 통일부터 하는 것이 국력이나 경제력 소모를 가장 적게 하는 일입니다. 만약 지금 통일이 된다고 하면 지금처럼 저렇게 많은 국방비를 쓸 일이 없지요. 그렇듯 통일이 이루어지고 나면 필요 없이 구석구석에서 낭비되는 엄청난 돈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상호신뢰구축만 된다고 하면 의제 문제는 그 다음에 실무자들이 만나 풀어갈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굳이 의제문제를 거론한다면 전에 발표되었던 7·4 남북공동성명과 부속합의서를 지켜나가자는 약속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7·4남북공동성명과 부속합의서에서 언급한 내용들만 잘 지켜나가자고 한다면 다른 것들은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언론에서 보도된 남북한의 주장을 비교해 보면 북한에서는 기본문제를 중시하고 있는 것 같고, 남한에서는 현실문제를 중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신뢰구축문제만 해결되고 나면 어떤 문제를 먼저 다뤄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남한에서 강조하고 있는 이산가족문제는 북한에서 상당히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이산가족끼리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접촉을 하고 오고가고 하다가 보면 남북한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인 차이로 인해 북한의 체제를 유지하는데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가 이것을 배려해주는 아량이 있어야 되겠지요. 오히려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 휴전선에 만남의 장소를 설치해 양쪽에서 와서 만나고 갈리고 차라리 이런 정도의 선은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만약 당장의 경제적 실리를 찾는 방침이라면 현실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요 보다 근본적인 통일을 원한다면 기본문제에 더 비중을 가지고 접근하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이 만일 기본문제를 더 우선시하고 비중 있게 접근해 오면 통일문제를 서두르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따르는 대처가 있어야 하며 이번 정상간에도 이 문제에 대한 대화를 충분히 해야 하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본문제가 되었던지 현실문제가 되었던지 상호 접촉을 하면서 끝까지 불신을 심어주지 않는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체제상에서 오는 차이점은 솔직히 서로 인정을 하고 세심한 배려를 해 나가게 되면 설령 지금은 그들이 적당히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접촉을 해 올지 몰라도 결국은 풀어지기 마련입니다.

역사적 상황이라고 하는 것은 고정불변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때 그때의 상황 따라서 변하기 마련인 것이 바로 역사입니다. 우리 남북관계만 보더라도 옛날에는 당국접촉이 있은 후 민간교류를 하겠다고 그렇게 강조를 했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어느 접촉이 되었던지 쉬운 것부터 하다가 보면 다 풀리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남북문제도 계속해 나가다보면 점점 열리게 되고 열리게 되면 합의문제로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미군문제만 하더라도 그 동안 남북이 가져왔던 입장이 크게 다른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북한은 분단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미군철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있는 것이 북한에게도 더 유익하다는 것을 일러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미군이 전쟁 억지력을 쥐고 있지 않으면 남한은 정치적 변동상황에 따라 감정적 군사조치가 일어날 염려가 있는데 이것을 억지 하는 장치로 미군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보안법문제만 하더라도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다고 하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북한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제기하는 한편, 오늘날 남북간 다방면의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이미 사문서화 되어졌고 남북한 평화가 심화될수록 자동적으로 사문서화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주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여기서 하나 더 덧붙인다고 하면 국제환경의 조성의 문제입니다. 남북회담이 진전되면 될수록 다른 한편으로 주변 국제환경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주변환경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통일전도에 먹구름으로 작용할 수 있고, 서광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주에서도 미·일·러·중 등 4강은 통일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중·러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할 것이요 중·러는 한반도 전체에 미국의 영향력이 팽배할 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은 자기들 체제가 위험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고 일본은 자기들의 국력을 넘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에게는 통일 후에도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관심 밖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것과 분단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젊은이들의 반미감정이 심해질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일본에게는 통일이 되면 북한을 개발하고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기자재가 필요할 것이니 그 때는 일본의 기자재가 많이 필요하다는 말 등으로 설득하고, 러시아에게는 통일이 되면 러시아의 광활한 자원을 공동 개발함으로 해서 자원의 주 공급원이 러시아가 될 것이라는 등으로 설득하고 중국에게는 통일이 되면 제일 가까운 이웃사촌이 되어서 교류를 꽃피워 갈 것이요 양국의 국익에 상서로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설득을 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이 나라 분단의 책임을 물어 50년이 넘도록 민족을 갈라놓은 일은 35년 동안 이 나라를 점령한 일본의 죄악에 버금가는 죄악임을 강조해 통일대업 성취에 나서줄 것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일은 국론의 통일입니다. 평소에도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나친 정쟁을 경계해야 하는데 하물며 남북통일의 과업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이 문제까지도 여와 야로 나누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고 계층 따라 생각과 주장을 달리 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소아를 놓고 대아를 주장하면 소와 대가 한가지 구원을 받을 것이나 대아를 놓고 소아를 주장하면 소와 대가 한가지 멸망되는 법입니다. 따라서 각계 각층이 그 중에서도 특히 각 언론계가 하나가 되어 서로 힘을 밀어주고 지혜를 보태서 분위기를 조성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 전체가 통일정책을 수립할 때는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일단 통일정책 수립 후에는 그 정책에 전 국민이 하나가 되는, 그래서 통일대의에 국가대의에 무릎을 꿇는 자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서 기어코 남북통일을 성사시켜 주는 그런 회의가 되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하면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원기85년(2000년) 6월7일 宗 法 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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