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합력 - 남북통일, 세계평화 - 이소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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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합력 - 남북통일, 세계평화 - 이소성대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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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민족통일대축전


윤창원(법달) 원불교청년회 남북한삶운동부장


지난 10여년 동안 해마다 8월이면 대규모 통일행사가 열렸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와 통일행사 참가자들 사이에 심한 충돌로 이어졌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꾸준히 추진된 햇볕정책의 노력과 더불어 민간차원의 남북교류를 한차원 높게 끌어올리기 위해서 7대종단과 민화협, 통일연대로 구성된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2001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는 여러 가지 혼란을 예상하면서도 평양 ‘8.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하였다. 교단에서도 교정원장님을 비롯하여 11명의 출가와 재가들이 함께 축전에 참여하였다.
8월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1시간만에 평양의 순안공항에 도착하였을 때 남쪽 참가자들은 모두 손뼉을 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948년에 김구선생이 평양을 방문한 이후 가장 많은 311명이 평양의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다.

3대헌장탑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3대헌장 기념탑 앞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하는 문제가 큰 벽으로 다가왔다. 3대헌장기념탑 앞에서 열리는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은 8월15일 오전 9시30분에 열릴 예정이었다. 남측 대표단은 8월14일 오후 늦게 방북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서둘렀지만 8월15일 12시에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출발전 방북교육에서 3대헌장탑에서 일체의 행사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정부와 추진본부가 각서를 통하여 약속했다. 또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교육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들은 이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늦은 출발로 인해 3대 헌장탑에서의 행사도 자연히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남쪽의 기대와는 달리 6시간 동안 2만여명의 북쪽 동포들이 뙤약볕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북단이 술렁였고 추진본부에서도 방향을 전체참가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사이 일부 참가자들이 3대헌장탑으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만경대 정신
다음날 동행한 기자단을 통해 들려온 서울 소식은 일부신문이 ‘출발부터 얼룩진 민족통일대축전’으로 보도한다는 것이었다. 참가자들 내부에서도 추진본부를 질타하는 소리와 개·폐막식에 참가한 참가자들을 비판하는 등 살얼음판처럼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남측 참가자들 사이에 유지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만경대 방명록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었다. ‘만경대 정신’이란 존재하지도 않은 개념이다. 불국사에 가면 불국사에 담긴 뜻에 자신의 소망을 연결시켜 방명록에 기록하는 것과 같은 가벼운 의미이다. 다만 북한연구에 권위 있는 진보적인 학자가 쓴 글이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지지 않을 뿐이다.
결국 만경대 정신이 불러일으킨 파문은 대표단이 6박7일 동안 거둔 모든 성과를 덮어버릴 정도로 걷잡을 수 없게 퍼졌다. 깊은 생각 없이 나온 가벼운 몇 가지 행동이 본말을 전도시켜버린 것이다.

이소성대
하지만 이번 축전을 통해 거두어들인 성과에 대해서도 객관적 평가가 함께 있어야할 것이다.
평양 체류 6박 7일 동안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민간차원에서 남북교류를 지속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이후 남북 당국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민간이 앞장서서 남북 사이에 가느다란 대화의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종교, 사회문화 등 민간차원의 남북교류는 남과 북 주민들 사이의 마음의 벽을 허물게 한다.
교단에서는 독립적인 지원과 협력창구(조선불교도연맹)를 개설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조불련내의 책임부원에게 교도로서의 자격을 주는 법명을 주었으며 불교와 합동으로 평양 광법사에서 법회를 보기도 하였다. 다른 종교에서도 공동의 예배와 미사를 보았으며 작가들은 문학작품 낭송회와 작가교류를, 예술인들과 언론인들도 교류와 접촉을 확대해가기로 약속했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 비무장지대에 평화촌(Peace Camp)를 만들어서 문화예술인들의 축제를 하기로 한 것은 비무장지대라는 분단의 수난을 민족의 축복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다. 청년 또한 10월에 금강산에 남북청년 통일대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으며 여성, 노동자, 농민, 어민도 교류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동서독 주민들은 통일이 된지 10년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상대방을 향한 미움의 감정을 녹이지 못하고 있다. 제도의 통일을 이루었지만 사람들 사이에 마음의 통일은 안된 것이다. 이번 평양 민족통일대축전에서 각계의 다양한 교류에 대해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한 것은 동서독과 달리 남북이 마음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동서독과는 다른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8·15축전은 우리에게 쓰지만 소중한 교훈들을 많이 남겼다. 통일운동이 부분운동이 되어서는 안되며 국민 모두와 진보·보수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사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단에서도 이번 방북의 성과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사업과 전문가 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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