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로 거듭나는 ‘새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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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로 거듭나는 ‘새가정’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10.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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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화 교무" 신림학사" 숙대대학원 여성학 4학기
우리의 다짐
“새 마음 새 몸 새 생활로 새 사람이 되어 새 가정 새 나라 새 세계 새 회상 이룩하자”
원불교 신앙인들에게 익숙한 ‘우리의 다짐’은 매일아침 선(禪)으로 맑게 하루를 열고 선체조를 마치고 나면 우렁차게 내뱉는 우리들의 깨달음을 향한 정진의 함성입니다.
대종사님께서 전해주신 개벽의 소식을 깨치고 실천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이 짧은 한문장안에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말 그대로 소중한 우리의 다짐이고 염원입니다.
부부권리 동일
대종사님께서는 병든 사회와 병든 가정을 둘로 보지 않으셨습니다. 1920년에 인생의 요도로써 처음 발표된 「사요」는 부부권리동일(夫婦權利同一), 지우차별(智愚差別), 무자녀자타자녀교양(無子女者他子女敎養), 공도헌신자이부사지(公道獻身者以父事之)입니다. 부부권리동일은 1932년 『보경육대요령』을 발간하면서 “남녀권리동일”로 그리고 현재 『원불교교전』에서는 “자력양성” 으로 고쳐 남녀차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차별을 넘어서도록 그 의미를 확대했습니다. 부부권리동일은 사회의 남녀권리동일을 이루기 위한 기초로 보았고 남녀권리동일은 남녀가 서로 의존생활을 버리고 자력생활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인권평등을 위한 기초로 간주되었습니다. 부부권리동일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우선 여성의 무권리와 부자유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내용으로는 재산권과 사교권과 친부모부양권이 없는 것을 비판하고 동시에 권리에 따른 의무도 지지 않음으로써 가정 국가 사회의 각 방면에 손실이 큼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부부동권을 철저히 이행하여 여권을 인정함과 동시에 모든 의무를 남녀가 똑같이 지게 하여 서로 원망이 없게 하고자 함입니다. 남녀권리동일은 부부가 함께 하는 민주적 가족문화를 이루는 길이며. 가족 이기주의나 혈연 중심주의를 넘어 열린 가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결국 나머지 세 개의 조항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호주제 폐지
호주제도는 민법상 家를 규정함에 있어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로써 민법 제 4편(친족편)을 통칭하며 그 절차법으로 호적법이 있습니다. 호주를 세우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이 제도에 ‘남성 우선적인 호주승계순위. 부가우선입적주위, 호적편제. 성씨제도와 같은 여성차별조항이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좁게는 가족 안에서 혈통을 이어야 한다는 남아선호사상과 깊게 연관되어 있고, 넓게는 사회 안에서 많은 부분 뿌리깊은 불평등을 계속 양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 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어, 결국 한국사회의 가부장 의식과 악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정부는 1983년 5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마련한 ‘여성에 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에 서명했지만, 가족의 성씨를 선택하는 권리보장 항목은 유보하고 있고 ‘호주’제는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상황입니다. 1999년 11월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호주제에 관해서 여성을 종속적인 역할로 위치 짓는다하여 폐지 권고사항을 결의 한 바도 있습니다. 비슷한 ‘家’ 문화권인 일본과 중국보다도 더 혈연중심적이고 폐쇄적인 가족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여성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종교 114개 단체가 작년 9월에 호주제 폐지에 뜻을 같이하여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를 출범시켰습니다. 아쉽게도 종교계는 6대 종단 중 강력한 반대세력인 유림을 제외하고는 원불교만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각 종단의 여성단체들이 주도해서 활동해왔지만, 올해 천주교에서는 “호주제폐지천주교연대”를 따로이 꾸려서 천주교 산하의 여성단체뿐 아닌 다른 시민운동 단체들을 아울러 함께 활동을 시작했고, 개신교도 현재 산하 단체의 범연대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불교와 천도교는 114개 단체 중에 속해있지만, 교단 안에 통일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에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의 양성평등의 이념에 위배되는 것으로 위헌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모성보호법과 여성부를 출범한 여세를 몰아서 올해 국회 회기 안에 통과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 8월에 천주교의 호주제 폐지 연대 측에서는 우리 교단를 비롯해 이웃종단에 호주제 페지를 위한 종교여성연대를 제안하였고, 10월에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위한 종교여성행진’ 이라는 명칭으로 행사를 준비중입니다.
종교계의 활발한 움직임은 인권(여권을 포함한)문제의 출발점인 가족문제를 종교계가 앞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으로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몫
아직 교단적으로 합의된 부분은 없습니다. 교단의 역량에 비추어 볼 때, 사회운동에 함께 연대하는 것도 기성종단들과 다르게 더욱 신중해야겠지만, 우리들의 몫이 있음을 더욱 상기해야 할 때입니다. 대종사님를 비롯해 시대에 비해 진보적이지 않은 성인은 없었습니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청년 대종사님을 다시금 간절히 마음에 모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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