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를 여는 상생 기원문
상태바
세계평화를 여는 상생 기원문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10.1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타원 이선종 교무 " 종로교당


우리는 지난달 미국 뉴욕시 세계 무역 센터 참사를 목격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당시 미국인들이 겪었을 고통과 분노를 깊이 이해하며 마음으로부터 아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들과 친지들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눈물을 생각하며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우리는 그 장구한 세월동안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자신들의 땅을 일구며 살았던 소박한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현대적 무기를 가지고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땅이 2000년 전 우리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강대국들의 힘을 얻고 자기네 땅을 찾겠다고 밀려왔습니다.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망연자실 고향으로부터 쫓겨났습니다. 그들은 반세기 이상의 세월을 한과 고통 속에서 방황해야 했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고통, 고향에 뼈를 묻고 싶어도 이미 다가갈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린 고향이 그들의 뼈 속 깊이 사무치고 있는 분노가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미국 세계무역센터 참사는 이러한 누적된 역사적 분노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0년 동안 십자군 전쟁을 통하여 아랍 이슬람 문명과 유럽 기독교 문명은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원한을 쌓아 왔습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유럽 대륙에서 장구한 세월동안 각종 탄압과 대량학살의 표적이 되어왔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세기에 들어서면서 자기들만의 나라에 대한 강한 집념이 표출되었고 이것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탄생을 가져왔습니다. 이스라엘은 건국과정부터 그 이후의 전반적 과정 속에서 아랍 문명과 타협 공존의 노력보다는 힘의 논리로 일관하여 왔습니다. 그 뒤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문명이 이스라엘을 돕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랍인들의 기독교 문명에 대한 원한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져 갔고 서로 끝날 줄 모르는 증오의 급류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세계를 고통과 절망 속에 빠져들게 하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 겸허한 마음으로 생각해 봅시다. 어느 성자께서 “성스러운 전쟁”을 주장하였습니까? 성자들의 가슴에는 오직 자비와 사랑 은혜만이 존재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그릇으로 성자들의 정신을 담고, 현세적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종교간의 갈등은 문명과 사회간의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지금 우리는 성자의 정신으로부터 크게 이탈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불교과 원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현재의 참사는 과거 자신들이 지은 바 업이라고 합니다. 그 업은 누구의 탓이 아니라 스스로 뿌린 씨앗이라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의 참사는 멀고 가까운 세월에 미국이 아랍인들의 가슴에 심어온 분노의 씨앗이 폭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들의 아픔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아픔과 분노를 이해하고 자신들이 뿌린 원한의 뿌리를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들의 힘을 가지고 아프카니스탄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업은 갚음으로서 또 새로운 업의 출발이 됩니다. 내가 갚을 차례에서 내가 멈춰버리면 악연의 업은 그것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악연의 업을 갚고 보면 또 다른 악연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린 미국의 대 참사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통하여 이러한 분노의 악순환을 읽습니다. 피는 피로서 씻을 수 없고, 분노는 분노로서 풀 수가 없습니다. 원한에 대한 복수는 스스로를 묶는 사슬로 자신을 또다시 묶습니다. 따라서 우린 미국의 분노와 좌절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아프카니스탄 공격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을 향해 아프카니스탄 무력 침공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이 전쟁으로 인하여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죽게되고 그 원한은 계속 뿌리 깊게 그들의 가슴속에 자리잡아 이번 참사와 같은 악순환을 지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종교인의 이름으로 이와 같은 비극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강대국 미국은 자신들의 힘을 가지고 타인들에게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하기보다는 평화와 공존, 상생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아랍인들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분노를 끌어안을 수 있는 전화위복의 성숙한 국가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촉구하며 기도 드리고자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