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중학교’ 원불교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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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중학교’ 원불교가 나섰다
  • 전재만
  • 승인 2002.03.22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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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교육관
대종사님께서 바라시는 교육관은 무엇보다 도학과 과학이 원만하게 병진되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다 아시다시피 물질문명이 중심이 되어 도덕문명은 한없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1960년대만 해도 평균 50달러에 불과했는데 40년 동안 약 2백배에 해당하는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한편에서는 빈익빈과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과거 콩 한쪽도 나눠먹던 훈훈한 인정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대종사님께서 바라는 인물은 신분이 높거나 성공한 사람이 아닌, 도덕성 강한 인물, 더불어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현실
과학물질문명은 탐욕스럽습니다. 내 것을 덜어낼 줄 모르고, 조절할 줄 모르고 다스릴 줄 모르고 청정심이 낮습니다. 기술정보산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컴퓨터가 우리에게 준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 중독에 빠져 오로지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오늘날 교육현실은 물질문명에 지배받아 이루어지는 형편이며, 이런 현실이 아이들의 다양성과 사춘기 시절의 민감한 감성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한국최초의 대안중학교 송학중학교 설립 배경
성지고등학교에서 강연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듣고 보니 그곳에서 제대로 강연하고 가신 분이 드물다고 해요, 아무리 강연을 정성껏 해도 아이들이 듣지 않고, 장난치고 중간에 나가버려서 오히려 초청강사에게 미안한 경우가 생기고, 강사는 ‘뭐 이런 아이들이 다 있냐’며 가버리기 일쑤랍니다. 그래서 저는 미리 제 소개를 적어 아이들에게 전해 달라 하고 아이들이 제 강연을 듣기를 원한다면 간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원해서 갔습니다. 가서 저의 학창시절을 말했어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공부를 못하고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이야기를 낱낱이 했어요. 그러나 그러던 제가 대학에도 들어가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원불교 교역자로 사회사업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해온 일을 소개하며, ‘저도 했는데 여러분도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할려는 마음이다’하고 강조했죠. 이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나 봅니다. 그런데 그때 그런 아이들을 통해서 일반학교에 부적응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가 고등학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범죄의 연령이 자꾸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안중학교’가 필요하다는 곽진영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대안중학교를 만들어야겠다는 서원을 세웠습니다.

대안중학교의 특징
아이들에게 균형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황폐한 물질문명에 상처받고 퇴폐문화에 멋모르고 물들던 아이들의 심성을 자연을 통해 치유하며, 과보호되고 타력생활에 의존한 아이들의 생활을 자력생활로 유도하고 단체생활을 통해 원만한 생활을 터득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취미활동과 간단한 노동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더욱 살리면서 강인한 도덕성을 살려내게 하는 것입니다. 그간 원불교 교단에서 만든 ‘성지고(영광)’와 ‘원경고(대구)’, ‘화랑고(경주)’는 이런 대안고등학교로 성공했고,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았습니다. 이것을 이제 중학교에도 실현하는 것입니다.

헌산중학교 현황과 과제
대안중학교 설립 제안서를 불교, 기독교 등 대안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104곳과 함께 정부에 냈습니다. 그중에 단 한 군데 우리 송학중학교(전남 영광)만 인가를 받고 지난 3월4일 55명이 입학식을 가졌습니다. 송학중학교는 부지 5천평에 연건평 6백평으로 교사와 교육내용, 모두 완벽한 구비를 이루었기 때문에 유일하게 인가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내용은 일반교과 70%, 요가, 원예, 생태체험, 도자기, 목공예, 애니메이션 등 특성화 교과 30%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공부’를 통해 선생님들이 먼저 변화하며, 그 변화가 아이들이 받은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살이 돋아나게 것입니다.
헌산중학교는 용인에 준비하는 두번째 대안중학교입니다. 1천2백평 부지에 50여명의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교실과 기숙사를 짓고 있습니다. 4월이면 본관이 완공될 것입니다. ‘헌산’은 길광호 교무의 살아 생전 어려운 이웃과 소년원 아이들을 위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붙이게 된 이름입니다. 헌산중학교는 길광호 교무의 뜻을 강해윤 교무님이 이어가겠다는 거룩한 뜻으로 많은 것이 차근 차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디서 이 많은 성금이
저는 이 일을 할 수록 이것은 제가 하는 일이 아니라 법계(法界)에서 진리가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난 10월부터 헌산중학교에 매달 7천5백만원을 보냈는데, 한 번은 돈이 5천만원밖에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속으로 ‘이번에는 7천5백만원을 못채우겠구나’하고 있었는데 2시간만에 2천5백만원이 들어오는 겁니다. 여기 저기서 돈 입금했다는 전화가 줄줄이 들어오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 제가 했다고 하겠습니까?
진리계에서 이 세계와 교단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하지 않고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송학중학교 건립에 4억여원이 들어가고 헌산중학교 건립에 7억여원이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 모든 것이 많은 분들의 정성과 서원이 모아져서 이루어지는 일인데요, 요즘은 홈페이지 「원불교청수나눔실천회」(motherpark.org)를 통해서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십니다. 콩고에 화산피해가 났을 때, 24시간만에 1천만원이 모금돼서 보낸적도 있을 만큼 홈페이지 참여가 많습니다. 또 전국 교무님들과 교도님들의 정성도 많은데요, 얼마전 제주교구에 가서 강의했을 때 강의료는 30만원이었는데 후원금이 7백만원이 들어와서 참 감사했습니다. 또 한국자산관리 공사에서 사옥이전 기념강연을 했는데, 강연비는 1백만원이었는데 사원들이 1천만원을 후원해 준 뒤로 계속 후원해 주시고요, 또 한지성 여성회장님이 경기여고 동기모임을 통해 10여년 전부터 매달 1백만원을 후원해 주시고요, 또 얼마전에는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이 황순원문학상 상금으로 받은 3백만원 전액을 성금해주셨고요, 무엇보다 강남교당 교도님들의 정성스러운 희사와 참여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헌산중학교에는 홍제교당 김현강옥 님이 큰 관심을 갖고 1억원을 기탁해 주셨고, 또 건산 최준명 의장님이 기부를 약속해 주셨습니다. 헌산중학교 건립에는 강남교당 이해인 교도님의 남편 남영호님이 운영하는 건축회사 ‘좋은집’이 설계와 건축을 맡아 주셨고, 포스코에서 이번 건축에 들어가는 기자재를 무료로 제공해주셨습니다. 총 7억이 들어가는 헌산중학교 건립에 뜻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로 이시대의 안타까운 교육현실에 대종사님의 교법이 실천되어 참교육이 살아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간절히 서원합니다.
<정리: 박동욱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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