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핵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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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핵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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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2.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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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욱 편집장
25년전 핵발전소가 값싼 무공해, 안전에너지라며 우리 나라 곳곳에 들어섰다.
영광에 핵발전소가 들어설 당시 한전은 온배수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열대어를 양식해서 어민들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칼라판 그림까지 동원하여 선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갯벌이 썩고 영광의 칠산 앞바다에서는 더 이상 굴비가 잡히지 않게 되었다.
7년전 영광에서 핵발전소 반대집회를 할 때, 한 할머니가 손자를 등에 업고 나타났다. 계속해서 집회장소를 맴돌던 할머니는 울먹이며, 챙피를 무릅쓰고 나왔다며 대중앞에 마이크를 잡았다. 놀랍게도 할머니 등에 업힌 아이는 양손이 기형으로 손이 없었다. 그리고 발도 굽어서 걷지 못할 처지였다. 할머니의 아들은 핵발전소에서 일했는데 방사능에 오염되어 병이 들고 손자가 이렇게 되자 한전은 거금을 쥐어주며, 다른 곳으로 살 것을 종용하며 입막음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에서 먹고살기가 쉽지 않아 손자를 할머니가 보고 있다고 했다. 한전과 약속을 해서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 나올 수는 없지만 하도 기가 막히고 호소할 때가 없어서 나왔다며, 핵발전소는 없어져야 한다고 조용히 울먹였다.
집회에 나왔던 원불교 영산대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등이 구부러진 물고기를 어망에 담은 한 어부가 나타났다. 그 물고기들은 잡은 물고기가 아니라 방사능에 오염되서 죽어 둥둥 떠다니는 것을 주워온 것이라고 했다. 이제 갯벌에 조개들도 다 썩고 바다에서 나는 것은 겁나서 먹을 엄두도 못낸다고 침통한 모습으로 정부를 향해 미친듯이 욕을 하다가 가버렸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정책을
몇일전 한 기자가 말하기를 아무리, 핵발전소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운영된 것에서는 폐기물이 나오니, 핵폐기장을 지어야 되지 않겠냐고 주장한다. 또 어떤이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으면서, 지금 핵폐기장이 뭐가 문제냐고 반핵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또 원불교의 핵폐기장 백지화 운동은 자기 종교 성지에는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안되고 다른 지역에는 들어서도 된다는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냐고 논박하기도 한다. 또 어떤 교도님은 한수원에 한 친구가 말하기를 핵에너지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우리 나라의 전력 생산능력은 4%밖에 안된다는데 대체 어쩌자고 그러냐고 묻기도 한다. 또 한 대학생은 학교 다닐 때, 우리 나라는 대체 에너지를 찾으려고 해도 풍력도 어렵고, 수력발전도 어렵고 화력은 공해가 심해서 안되고 핵에너지가 가장 안전하고 값싸다고 배웠는데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고민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우리의 언론과 정부가 핵문제에 대해 공개적이고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생각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와 장을 만들어 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핵에너지 사업은 그동안 국가가 독점적으로 운영해 왔으며, 언론은 국가의 핵에너지 사업을 대변하고 홍보할 뿐이었다. 이번 핵폐기장 후보부지 선정과정에서도 언론은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하여 빨리 핵폐기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한 언론은 사설을 통하여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더 이상의 지역이기주의로 흘러서는 안된다고 따끔한 주의를 주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6일, 1천여명의 대중이 참여한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 추방 반핵국민행동」출범식에 그렇게 많은 기자들이 왔으면서도 단 한줄도 싣지 않았다.
정부가 그동안 핵폐기장 부지를 선정하면서 보여왔던 것은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는 강권력을 동원한 밀어부치기식이었다. 그렇게 좋은 핵폐기장을 3천여억원이라는 큰 지역발전 자금까지 준다는데 왜 지역주민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막으려고 했을까?
강압적인 핵폐기장 부지 선정이 뜻을 이루지 못하자 당국은 2000년도에 들어서 지자체를 통해서 자율공모를 시도했다. 그러나 어느 지역도 핵폐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산자부’와 ‘한수원’은 용역회사에 의뢰하여 적당한 부지를 찾고 지역에 유치위원회를 만들어 지역민들이 원해서 하는 것처럼 핵폐기장 부지를 선정하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의원과 관계자들에게 해외여행도 시켜주고 많은 활동비도 주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작년 한 해만 39억원의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은 사양산업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은 70년대에 700% 이상, 80년대 140%로 증가하였지만 90년대에는 5% 증가에 미치고 있을 뿐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앞으로 20년 동안 원자력 발전소가 늘기는 커녕 지금의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럽의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은 종래의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을 제한하기로 정치적으로 합의했다. 독일의 경우는 어떻게 하면 보다 빨리 기존 원자로를 중단시킬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프랑스와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반을 폐쇄시킬 일정을 발표했다.
원자력 산업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줄어들게 된 것은 원자력 발전소가 갖는 위험성도 크지만, 그보다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 과학기술로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폐기물은 짧게는 30년, 플루토늄은 24만년 동안 외부와 완전히 격리시켜야 그 독성이 사라진다.
24만년 동안 그 폐기장을 관리할 수 있는 지역과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을 수 있는가. 대만 정부가 주민 몰래 란유도라는 섬에 폐기장을 지었다가 심각한 방사능 오염문제가 발생하자 북한에 버리려다 국제적인 저항에 부딪쳐 좌절되고 결국 핵에너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게 된 것도 핵폐기물 때문이다.

테러와 전쟁의 가장 무서운 적
동아일보 기사(2001년 9월18일자)에 의하면 한수원의 관계자는 “중형 비행기 테러를 막아내려면 원자로를 지하에 설치하거나 콘크리트 벽을 10미터 이상 두껍게 쌓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비행기가 원전에 부딪히지 않도록 미리 막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국내 원자로의 격납건물은 가장 두꺼운 경우가 고리, 울진 등 경수로가 1.22미터로 비행기가 부딪치면 그대로 체르노빌과 같은 대형원전 사고를 초래하게 된다. 북한의 원자력이 문제가 되는 것도 전력을 만들고 남은 폐기물이 그대로 핵폭탄으로 제조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다. 거기다 2월9일 북기관지 민주조선은 “한반도가 핵전쟁의 위험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는데, 남측에 있는 18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북한이 공격한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비싼 원자력 에너지
워싱턴 국제 에너지 그룹과 월 스트리트의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내 모든 원자로의 1"3 이상이 전력자유화로 5년내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환경조사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풍력이 원자력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월드워치 연구소는 미국 원자로는 전력 1키로와트를 생산하는데 약3천에서 4천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가스연료를 사용하는 첨단 복합화력발전소는 1키로와트당 4백에서6백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풍력을 이용한다고 해도 1천에서 4천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원자력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세계은행도 1992년 원자력을 위한 투자금은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다 앞으로의 과학기술을 고려한다면, 다른 에너지원들은 계속해서 경제적으로 저렴해지는데, 원자력은 해체비용과 핵폐기물의 유지관리비용 때문에 갈수록 비용이 커지고 있다.

원자력 추가건설 없어도 충분
현재 우리가 쓰는 전력의 40%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전이 출력을 조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생기는 운영의 결과이지, 원자력을 그만둔다고 40%의 전력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종래의 원전을 다 중단할지라도 여름에 특별히 전력이 많이 드는 시기를 제외할 경우, 모든 전력을 화력과 수력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북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와 미국 델라웨어대 에너지 환경정책센터,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등이 참여해 2년간 종합연구하여 발표한 ‘지속가능한 에너지환경 공동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의 추가적 건설 없이도 장기 에너지 수급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다.(김종달, 「월성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점과 대책」 2001.11.2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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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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