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본 소태산 대종사"최준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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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소태산 대종사"최준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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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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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산은 너무나도 웅장한 큰 산맥
이 세상에 대한 소태산의 진단
원불교는 물질개벽에 버금가는 정신개벽을 주장한다. 나는 진작에 동학부터 시작되는 우리나라 신종교의 핵심 컨셉이 ‘개벽’이라고 주장했다. 원불교도 신종교인지라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개교의 캐치프레이즈에 개벽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물질개벽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인류 사회에는 과학과 산업이 발전하면서 실로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정말로 개벽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되고 기술이 이렇게 발전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우리의 정신 상태는 이 물질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물질을 조종하고 살아야 하는데 오히려 물질에 의해 조종된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물질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소태산은 아주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인류는 지금 마치 철모르는 아이가 칼을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형국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인류를 철모르는 아이로 비유한 것이 그렇다. 인류는 전체적으로 보면 정신 연령이 한 10살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칸 전쟁이나 이락 전쟁도 사실은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의 치기 어린 싸움에 불과한 것이다. 아이들이 땅따먹기 놀이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규모의 면에서만 차이가 날 뿐이지 다른 사람 것을 가능한 한 더 많이 뺏으려 한다는 의미에서 싸움의 구조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른이 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어른은 사물을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다른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대부분의 경우에 어느 한쪽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쌍방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이게 안 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잘못은 바깥에 있을 뿐이다. 그저 남 탓만 하는 게 아이들의 수준이다. 지금 세계를 보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과오를 인정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나라나 지도자들은 거의 없다. 항상 다른 쪽이 잘못했다고 비난할 뿐이다. 그래서 세계 인류의 전체적 정신 연령이 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인류에게 이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손에 갖고 있던 게 변변치 못했기 때문이다. 손에 갖고 있는 거라고 해봐야 삽이나 칼, 쟁기가 고작이었다. 그것 가지고는 아무리 자연을 학대한다 해도 자연에 큰 손상을 가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인류는 이런 원시적인 도구 대신 굴삭기나 폭약 등을 갖고 있어 자연을 언제나 제 마음대로 파헤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인류는 유사 이래로 자멸할 수 있는 최초의 시기를 맞이했다. 뿐만 아니라 지구 입장에서 볼 때에도 지구 위에 사는 한 종의 동물에 의해서 이 혹성 전체가 이렇게 쑥밭이 된 적이 없을 것이다. 내 눈에 인간은 흡사 악충(惡蟲) 같은 존재이다. 인간이 가는 곳에는 항상 파괴만 있기 때문이다. 몇 억 년씩을 존재했던 원시림이 태초이래 처음으로 사정없이 파괴되어 나간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돈 몇 푼 벌려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말이다. 인간이 가는 곳에는 자연의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자연이 죽는다는 건 전 생물의 전멸을 뜻한다. 그런데 인간은 지구 위에서 발을 내딛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개교의 표어가 실제로 이러한 환경 재해를 지칭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소태산의 가르침 속에는 드러내놓고 환경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측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태산이 제시한 이 ‘칼을 든 아이의 비유’는 마치 앞으로 닥쳐올 환경 재앙을 묘사한 것 같아 재미있다. 우리가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만들어낸 여러 도구들은 분명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이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칼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 칼은 음식을 만들 때에도 없으면 안 되지만 동시에 사람을 죽일 때에도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수불가결한 물건이면서 동시에 매우 위험한 물건이 칼이다. 소태산은 바로 이 현대문명이 칼과 같다고 본 것이다. 사정이 어떻든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 아이를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일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 정신을 개벽하자는 거다. ‘정신개벽’이라는 용어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어서 어른이 되자는 것이다.
기실 보통 환경문제의 해결은 현재 인류(특히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가 유지하고 있는 소비의 수준을 반 이하로 낮추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들 말한다. 물건들을 공연히 너무 많이 만들어서 하릴없이 많이 쓰는 것이다. 회사라는 것들은 무조건 이윤을 극대화한답시고 ‘쓰잘데기’ 없는 물건을 마구 만들어 내서는 사람들을 현혹하여 팔아‘제낀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느새 소비하는 기계가 되어 아무 생각 없이 무목적성의 소비만 한다. 이른바 소비를 위한 소비이다. 그래서 전 지구가 인간이 배출해낸 쓰레기로 뒤덮였다. 지구가 소화할 수 있는 양은 진작에 넘어버렸다. 이러면서 사람들은 서서히 물질의 노예가 되어 갔다. 마치 물건을 팔고 사고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일설에는 만일 10 여 억이 되는 중국 인구가 남한 사람이 하는 정도의 소비를 한다면 지구가 망할 거라고 한다.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은 계속해서 경제 개발을 할 게다. 그러면 그럴수록 중국 전 인민의 소비 수준은 올라갈 것이고 지구 오염도는 더 높아져 갈 터이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암담하기만 하다(물론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인들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하도 화급하니까 소태산이 정신개벽을 외치고 나온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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