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세계여성대회 10주년 제 49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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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세계여성대회 10주년 제 49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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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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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정신의 실천, 세상을 변화시킬 희망-정선희 (사)한울안운동 총무
북경세계여성대회, 그리고 북경행동강령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는 우리의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았지만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합 중의 하나일 것이다. 1975년 멕시코시티에서 하늘아래 처음으로 ‘세계여성의 날’이 선포 된 후 20년간 세계의 여성들은 평등·평화·발전이라는 주제를 논의하였고, 그리하여 마침내 태어난 것이 1995년의 ‘북경행동강령’이기 때문이다. 이 문건은 그 후 10년 동안 세계 각국의 여성발전을 유도하고 평가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한국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1996년 여성발전기본법을 시작으로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그리고 여성부 신설과 최근의 호주제 폐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성정책과 법률의 기준이 바로 북경행동강령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인권과 평등이 중시되기 시작했고, 차별받는 약자를 보호하려는 시도는 있었을 테지만, 과연 북경행동강령이 없었어도 이렇게 단시일에 제도적 발전이 있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 중요성이 더욱 확실해진다.
막 시작된 ‘전지구화’의 물결로 각 정부는 인류의 문제를 국제적 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했고, 그리하여 무려 362개항이나 되는 북경행동강령에 서명을 한 것이었다. 게다가 NGO운동이 세계적으로 연대하게 되고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북경행동강령은 상당한 ‘효력’을 발생하며 지난 10년간 전 인류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고, 이번 49차 여성지위위원회에서는 그 평가 작업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문제, 새로운 해법
그러나 10주년 회의는 환호의 장이 아니었다. 그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어 온 것도 사실이지만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물결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빈곤문제를 더욱 심화시켰고, 남아시아 여성들은 이주노동자가 되어 선진국을 떠돌며 이리저리 팔려 다닌다. 또 2001년 9·11테러는 미국민에게 테러에 대한 응징이라는 전쟁의 명분을 주었고, 결국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중동의 나라들은 다시금 오랜 원한과 복수를 다짐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동안 진행되어 오던 평화에 대한 논의는 다시 아득해지고 중동인들, 특히 중동여성들은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떠안으며 끝없이 유린당하고 있다. 이렇게 10년 전에 비해서 문제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더욱 악성화 되고 있건만 정부간의 협력은 더 어려워져서 이제는 이행을 전제로 한 문건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그 속은 암담한 회의장 한 구석에서 내게 떠오른 것은 정전 제15장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이었다. 전 세계가 상처를 벌린 채 치료법을 찾고 있었지만, 도대체 이 좋은 치료법을 어떻게 전해야 한단 말인가.

원기 100년, 우리 앞에 놓인 또 다른 10년
회의 기간 중 한국여성NGO네트워크에서 주최한 ‘이주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포럼’에서 한지성 여성회장은 지정토론을 하며 마지막으로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개념을 소개했다. 비인간적 대우를 받고 있는 이주민들을 돕는 방법은 물질적인 시혜가 아니라 자력양성에 입각해야 하며 피부색과 문화가 달라도 그들을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우리 자신의 변화를 통해 함께 사는 사회를 실천해가야 서로에게 상생의 은혜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너무나 이상적인 해결법이지만 대부분의 청중에게는 처음 듣는 해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리이타’라는 개념은 그 언급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힘이 있었다. 성인의 가르침이 위대한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현장에서 할 수 있었다.
이들이 받은 위안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실천 뿐이다. 병든 사회에 위안을 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이긴 하지만,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왜 저장만 해둘 것인가.
원기 100년이 이제 10년 남았다. 원불교 교도라면 누구나 원기 100년 안에 이 법을 만난 복에 대해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자부심이 커다란 긍정적 에너지로 변화하여 세상의 희망이 될 날을 꿈꿔본다. 우리의 한울안정신이 실천으로 사회의 구석구석에 퍼져 상처는 아물고 그 흉터 서로 덮어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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