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가꾸듯 원불교 심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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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가꾸듯 원불교 심을게요"
  • 노태형
  • 승인 2005.05.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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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경학원 이사장 취임한 최준명 교도..."절름발이 교육은 절대 안돼"
“나무 가꾸듯 휘경학원에 원불교를 심어야죠”
5월18일, 휘경여중·고를 거느린 35년 역사의 휘경학원 새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최준명 회장의 눈에 휘경학원 설립자 황정신행 종사의 생전 모습이 퍼뜩 스쳐 지난다.
곱디고운 자태로 평소에 최 회장에게 많은 애정을 보였던 황정신행 종사가 떠난지 벌써 1년여. 마치 유산을 넘겨받듯 최 회장은 황 종사가 생전에 많은 애정을 보였던 한국보육원과 휘경학원을 그동안 차곡차곡 이어 받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휘경여자중학교와 여자고등학교로 이뤄진 휘경학원은 교직원 200여명에 학생 수만도 2천6백여명. 그야말로 청소년 교화의 보고라 할 수 있다. 특히 서울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청소년교화를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원불교와 관계없이 운영되어온 곳이라, 원불교를 심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원불교를 받아들이도록 공을 들여야죠.”
교직원 교화를 가장 큰 과제로 여긴다는 최준명 이사장은 “절대 무리하지 않겠다”는 말을 강조한다. 그러나 휘경학원을 서울 청소년교화의 발판으로, 또 원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교육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만은 단호하다.

절름발이 교육 절대 안돼

“절름발이 교육은 절대 안되죠. 원불교 교육은 도학과 과학을 병진하는 것이고, 인성을 중시하는 교육 아닙니까. 원불교 마음공부를 바탕으로 감성이 풍부한 인재를 배출할 겁니다.”
원불교 신앙에 바탕한 나름의 교육관을 밝힌 최 이사장은 “많은 교무님들이 수시로 학교를 드나들어, 아이들과 교직원들에게 원불교 이미지를 심어 줄 필요가 있다”면서 “학교에 전무출신을 배치해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끌어 갈 계획이다”고. 또 이를 위해 학교 공간을 아이들의 수업에 지장이 없는 한 언제든지 원불교 행사에 할애할 생각이라고.

교구청 건립이 서울교화의 제1과제

이렇게 휘경학원을 통한 청소년교화 발판을 마련한 그이지만 서울교화를 위해서는 교구청 건립이 가장 시급하다는 평소 지론을 펼치는 데에는 거침이 없다.
특히 “서울에 번듯한 교구청이 마련돼야 휘경학원도 여기에 압도되어 쉽게 교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현재 상황에 아쉬움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이웃 종교처럼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을 짓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최소 서울교도들의 종교적 자존심을 지켜 줄 수 있는 형태의 건물이 하루 빨리 지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구의 교화가 살아나면 다른 교구의 10배 효과를 낼 것입니다. 특히 서울교구청의 역할은 한국 사회에서 중앙총부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교화상황에서 무얼 주저하는지 모르겠어요.” 답답함이 가득 실린 목소리로 언성을 높이는 최 이사장은 “교단적으로 대승적 차원의 교화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우물을 파놓으면 미꾸라지가 모여들 듯, 바로 교구청은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죠. 현 교단의 교화활력을 위해서는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서울교구청 건립에 매진해야 합니다”며 열을 올린다.

난 참 행복한 사람

“이젠 교단도 재가들의 역할에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어요. 교화만 잘되면 되는 것이지, 굳이 교단이 모든 것을 떠안을 필요가 없쟎아요.”
사회사업의 일정 부분을 재가교도들이 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온갖 정력과 돈을 투자했더라도 그것이 행복으로만 바꾸어 질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것”이라며 평소의 인생관을 밝힌 후 “난 돈 벌어서 종교사업도 하고, 사회사업도 하고, 교육사업도 하니, 참 행복한 사람이다”며 “이렇게 잘 살다 죽으면 된다”며 허공을 향해 껄껄 웃음을 날린다.

노태형 편집장 lst21@w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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