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들의 아주 특별한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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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종교들의 아주 특별한 주말"
  • 한울안신문
  • 승인 2005.10.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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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무제 어떻게 대처하나? - 두번째


대천해수욕장의 요나성당



연주암에서 점심공양을 기다리는 등반객


주5일제가 보편화되면서, 이웃종교들은 주말여가활동과 종교생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이들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하고 있다. 자칫 종교생활을 소홀히 하기 쉬운 주 5일 근무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더러는 ‘종교의 위기’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주 5일제를 오히려 교화의 기회로 만들기도 한다. 그 형태와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해지는 이웃종교들의 아주 특별한 주말을 알아본다.
# 연주암의 등반객 점심공양
관악산 등반객에게 코스 선택의 여지는 많지만, 일요일만큼은 십중팔구 연주암으로 발길을 향한다. 연주암은 일요일 12시면 공양간 문을 열고 모든 등반객에게 점심을 주기 때문이다. 메뉴는 밥에 김치와 콩나물, 고추장을 넣은 소박한 식단이지만, 산 중턱에서 먹는 그 맛을 사람들은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이 점심은 무료인데, 점심을 먹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불전함에 공양비(보통 1000원 정도)를 넣고 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악산 일요일 점심공양은 입소문이 퍼져, 일부러 이 점심을 먹기 위해 연주암을 찾는 모임까지 생겨났다.
불교의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방안으로는 템플스테이가 가장 먼저 꼽히지만, 실제로 10월 현재 전국의 조계종 사찰 870개 중에 43개 사찰만이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를 시행하기엔 대부분의 사찰들이 규모, 인력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 이런 사찰들은 연주암의 점심공양과 같이, 나름대로의 적절한 방법으로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이 점심공양은 불자들 뿐 아니라, 주 5일 근무제 도입 후 큰 폭으로 증가한 등산 인구에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찰방문자가 사찰 분위기를 보다 강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공양"차의 제공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경기대 박석희 교수)가 적절한 예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일찌감치 새벽예불을 드리고 산에 올라 점심공양 후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 5월에는 가수 안치환, 박기영 등이 출연한 ‘연주암 산상음악회’를 열어 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연주암은 사찰의 지리적 조건과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등반객의 증가가 잘 맞아떨어져, 종단 전반의 이미지 상승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포교의 효과도 얻고 있는 것이다.

# 매일 예배열리는 게스트하우스
경남 통영 미륵도의 장안친구된교회는 통영의 명물로 꼽힌다. 스위스풍의 30m 높이의 본당과 날개모양의 양쪽 두 동은 1999년 교회 청년들이 인근 조선소의 폐자재 등을 모아 직접 지은 것이다. 바닷가 언덕 위에 위치한 이 교회에는 게스트하우스와 넓은 마당, 그리고 아담한 공연무대까지 갖춰져 있다.
바다가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댓가나 조건은 없으며, 교회 봉사팀이 식사와 잠자리까지 맡아 준비한다. 또한, 장안친구된교회는 문화공간이 없는 지역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역자들의 휴식 공간인‘자연학교 민들레"와 문화카페 ‘로뎀나무관’을 열어 조용하고 아늑한 휴식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다.
교회시설 이용에는 종교의 구분이 없으며, 하다못해 매일 밤 열리는 예배에 참석해야 한다는 조건도 없다. 강요된 신앙이 아닌, 편안한 마음·소중한 인연이 전도의 시작이라는 이광수 목사의 뜻이다. ‘교회는 예배 드리는 곳’이었던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숙식·문화생활과 예배를 종합하는 신앙서비스’를 해야한다는 장안친구된교회의 모습은 실로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 콘도와 야영장 운영하는 성당
휴가철 대표 피서지인 대천 해수욕장에 위치한 요나성당(정운광 신부)은 콘도, 야영장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성당이다. 원래 7,8월 대천으로 모여드는 많은 교우들을 위해 지어진 이 성당은 바닷가라는 점에서 착안, 고래 뱃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요나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고래모양의 건물을 지었다.
요나성당은 계절에 상관없이 콘도와 솔밭야영장을 빌려주며, 7,8월에는 하루에 미사를 4차례까지 늘려, 피서객으로 하여금 편리한 시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작년 12월 31일에는 오케스트라의 콘서트와 새해 해돋이행사를 포함한 ‘송구영신이벤트’를 열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통영의 장안친구된교회가 도심을 떠난 여행객들을 잡는 작은 규모의 전원교회라면, 대천 해수욕장에 위치한 요나성당은 ‘찾아가는 신부님, 찾아가는 미사’를 모토로 하고 있다. 콘도 및 야영장 운영으로 이익을 남기고 지역과의 연계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도 앞장서, 일년 내내 여행객들로 붐빈다.
완연한 가을로 향해가는 10월, 요나성당의 변신은 숨가쁠 정도다. 최대 1시간 거리 내에 위치한 해미, 갈매못, 솔뫼, 줄무덤과 다락골 등의 카톨릭 성지를 연결하는 성지순례가 1박 2일, 2박 3일로 인기리에 진행 중이며, 바닷길이 열리는 무창포 해수욕장 갯벌체험과 솔밭 묵주기도를 잇는 ‘관광 - 신앙 연계 프로그램’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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