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식 종사의 "평화의 염원"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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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 종사의 "평화의 염원"을 읽고
  • 한울안신문
  • 승인 2005.11.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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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들의 깨끗한 거울"


세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진정으로 큰 기쁨이 있다면 그것은 가슴속에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큰 스승을 모실 수 있다는 것이리라.
그러나 큰 스승은 늘 우리 곁에만 멈춰 계시지 않으신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서 큰 스승의 마음을 잘 읽어내시고 후진을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는 선진의 손길이 소중한 보배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박장식 종사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은혜로운 존재이시다.
후진들의 깨끗한 거울로서 오늘을 살고 계시는 박장식 종사, 과장도 없이 그렇다고 감춤도 없이 질박하게 서술해 주신 『평화의 염원』을 손에 들자마자 한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었다. 그 분의 말씀에서 대종사의 진정에 가장 가까운 음성을 얻어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장식 스승의 가계는 남원군 수지면 호곡리, 죽산 박씨들이 500년 동안 나라의 높은 벼슬을 이어 오면서 지기 굳고 근신하는 자세로 덕망과 기품을 지켜 내려오는 호족으로 전통적인 유학자 집안이다.
그 자신도 유학의 법도를 익혀오다 신학문을 받아드리기로 하시고 전주고등보통학교, 경성제일공립고등학교(현 경기고교)를 거쳐 경성법학전문학교(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일본유학을 준비하는 그야말로 당시의 초일급 지성인 이셨다.
이런 높은 안목을 구비하신 박장식 종사께서 대종사를 한번 뵈온후 그 혈심제자 되기에 주저함이 없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불가사의’란 단어가 떠오르곤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해후와 마찬가지로 대종사와 박종사의 만남도 숙연의 구조로 파악되었다.
교단 초창기 이야기, 교단이 당한 숱한 고난들, 그리고 후세의 귀감으로 기록되는 수많은 위기 대처법, 자랑스런 국내, 국외에서의 교화담등 스승이 들려주시는 진솔한 설법속에 우리는 교단의 미래를 담보해낼 수 있는 보석같은 거울들을 발견한다. 스승의 이런 기록물의 가르침이 우리 후진에게 보석이요 거울일 뿐만 아니라 그 어른께서 90살을 넘기신 오늘 보여주시는 일상 또한 우리에게 너무나도 깨끗한 거울이 되시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이야기는 차치하고, 고 팔타원 황정신행종사께서 100세를 넘기시고 열반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봉고차에 여러 후진 원로들과 합승하시어 총부에서 서울까지 오셔서 문병하시고는 당일로 일행과 함께 총부로 귀환 하시는 모습을 나는 뵈었다. 아무리 건강하시더라도 이미 90을 넘기신 몸이신데 너무도 거룩해 보였다. 대종사를 한마음으로 봉대하던 두분은 무언가 무언의 말씀을 나누셨으리라. 이러한 철저한 동지적 정감과 법도있는 스승상이 당신의 고향 작은 마을에서 40명이 넘는 출가자를 나오게 하지 않았는지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을 손에서 놓으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감각과 감상을 얻게되었다. 외학공부를 많이하신 젊은 스승께서 대종사를 한번 뵙고 모든 것을 바친 일생의 삶이 보여 주듯이, 도학의 기본이 서있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되므로 가장 근본되는 큰 공부는 마음공부라는 상식적인 사실을 절절히 확인하는 계기를 얻었다. 이것은 ‘원불교의 교법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중등교육을 실시하는 학교’휘경학원의 책임자로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는 특별히 유념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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