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봉공회 가정보상원 파견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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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봉공회 가정보상원 파견사업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08.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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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더운여름, 목욕봉사로 몸과 마음을 씻다.



더위도 더위지만, 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에 주차 공간을 찾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쌀가게와 고물상에 나란히 있는 동네, 혹여 길이 헷갈리면 번번히 막다른 곳에서 후진해 내려와야 하는 동네, 8월의 어느 아침 찾아간 본동의 첫인상은 시간을 몇십년쯤 돌려놓은 듯한 그것이었다.


# 할머니의 방에 햇살이 비칠 때


차에서 내려서도 얼마만큼은 걸어 올라가야 하는 할머니의 집은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아직도 남아있었나, 하며 뜨악할만큼 어둡고 습한 곳이다. 세평짜리 예닐곱개 방에서 공동 화장실과 수도를 사용해야 하는 재개발 예정 건물의 울퉁불퉁한 복도, 노란 전구는 불이 나간지 오래된 듯 먼지가 부옇게 앉아있다.??


할머니의 방에 들어서자 지린내가 가득하다. 거동이 불편해 대소변이 원활하지 못한 할머니는 몇 년 전 시력까지 완전히 잃으셨다. 봉공회 외에도 다른 단체에서 봉사를 오긴 하지만, 목욕봉사가 특히 쉽지 않고 워낙 동네에 독거어르신들이 많아 생활에 불편함이 많은 상황이다.


봉공회원 세 명과 기자가 들어서기도 좁은 방, 미리 준비해온 포장된 곰탕과 떠먹는 요구르트를 내려놓은 봉공회원들은 할머니의 끼니부터 묻는다. “아침 또 안드셨어요? 힘 없으면 목욕도 못하잖아요, 이것부터 드시고 해요.” 할머니는 유난한 더위에 힘이 들었던지, 목욕이란 말에 고맙다는 인사부터 꺼내신다. 서둘러 요구르트를 떠먹여 드린 뒤 재빨리 옷을 갈아입는 봉공회원들. 수돗가에서 물을 떠서 데우고, 목욕시키고 청소까지 하다보면 땀에 물에 옷이 다 젖는단다.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쓱쓱 자기 위치로 가는 모습이 5년째 할머니를 찾는 봉사자들답다.?? “할머니 목욕에 두 명, 물 나르고 데우는 데 한명이 필요해요. 그래도 처음엔 얼마나 오래걸렸는지 몰라요. 이제야 의사소통이 좀 되는 거죠.”


# 마음 통하는 날을 기다리며


한달에 두 번, 목요일 10시에 서울회관 원봉공회 사무실에서 출발한 인원은 모두 16명, 팀을 나눠 스무집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주소만으로 집을 찾는 데만도 종일이 걸렸단다. 그렇게 찾아간 집에서도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어르신들이 불편해하시고 어려워하실 때마다, 봉공회원들은 교무님과 함께 “진심으로 대하다보면 언젠가는 마음이 통할 것”이라며 서로 손을 맞잡았다. “지금은 얼마나 기다리시는지 몰라요. 어르신들 뿐 아니라 동네분들이 고맙다고 하실 때, 그 때 참 따뜻해요. 한번은 어르신 드리려고 동네 가게에 가서 부침개를 사는데 원불교 분들 수고 많으세요, 하시면서 같이 팔고 있는 삶은 옥수수를 싸주시더라구요.


이 동네가 형편이 좋지 않아 그러기 쉽지 않은데, 그때 정말 은혜와 감사를 느꼈지요.” 아닌게 아니라, 목욕 중에 할머니께 죽을 전하러 온 동작복지은행 복지사는 봉공회 소문을 듣고 꼭 뵙고 싶었다며 담당자(강명권 교무) 연락처부터 물었다. 원불교 분들에게 목욕봉사에 대해 교육을 받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머리를 빗어드리고,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힌 봉공회원들의 손길을 꼼꼼히 눈에 담는 복지사들, 아마도 이 날 할머니는 모처럼 개운하고 배부른 하루를 보내실 것 같다. #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시기도 하고, 눈이 안보이시니까 음식이 상해도 모르실 때가 많아요. 와보면 상한 음식이 그대로 있을 때, 밥통에 밥이 빨갛게 굳어있을 때, 그럴 때 참 마음이 아파요.” 가정파견봉사를 나오면서 길가에 앉아계신 어르신 한분한분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봉공회원들, 덕분에 부모님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다며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공을 돌린다.


봉사를 나오면서도 한달에 1만원씩 내서 어르신들 필요한 물품이나 먹거리를 사다드린다는 그들, “덕분에 복을 더 지으니, 얼마나 잘한 일이에요”하며 부족한 일손 때문에 도와드리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되려 죄스러워하는 마음이 참으로 곱고 말갛다.


우리가 누구라는 한마디 없이 다음을 약속하는 봉공회원과 함께 한 아름다운 시간을 뒤로 하고, 감상들을 나누기 위해 돌아오는 길, 더위에 흘린 기자의 땀이 부끄러웠다. 어둡고 습한 할머니의 방에 햇살같이 찾아드는 그들의 미소가 할머니의 마지막 인사와 자꾸 겹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디 몸 건강하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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