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면 재미, 공부면 공부! 얄밉도록 야무진 원남교당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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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면 재미, 공부면 공부! 얄밉도록 야무진 원남교당청년회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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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장을 찾아서, 원남교당 청년회




서울의 봄은 대학로 거리에서 시작된다. 마로니에공원의 플라타너스는 이미 봄 싹을 틔우려 빈 팔을 힘차게 뻗는다. 군데군데 겨우내 쌓인 눈이 아직 남아있지만, 새 봄 새 학기의 들뜬 마음에 사람들은 마음부터 옷차림까지 벌써부터 봄이다. 젊음과 지성의 상징 대학로, 언제나 뜨겁고 환한 청춘들의 거리. 창경궁 쪽으로 굽어 가다 만나는 원남교당 청년회가 그토록 반짝이고 번뜩이는 것도 이 위치 때문일까. 오랜 역사로 고즈넉한 느낌의 교당 지붕을 들썩이게 하는 원남 청년회. 신앙보다 가깝고, 법회보다 더 일상적인 그들의 시간을 들여다보았다.




# 도반, 함께하면 마냥 좋은


여름·겨울 선방훈증훈련, 봄·가을 청년회 자체훈련, 그리고 여름MT와 겨울MT, 여섯 번의 큰 행사가 끝이 아니다. 대각개교절이나 명절대재에 맞춰 공연 준비, 심심할 틈 없이 올라오는 각종 벙개 모임…. 어느 봄날엔 오직 ‘날씨가 좋아서’ MT를 떠나고, 설 연휴엔 ‘짧은 연휴라 고향에 못 내려갈까봐’ 명절을 함께 맞고, 야구 시즌 때는 ‘모여서 각자 팀 응원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교당에서 야구 보고, ‘그 동네 빙수가 맛있으니까’ 빙수 먹고, ‘이사갔으니까’ 집들이 가고, ‘더우니까’ 시원한 곳으로 소풍. 이쯤되면 딱히 특정한 목적으로 모인다기 보다는, 모이기 위해 갖가지 이유를 붙이는 쪽에 가깝다. 영화 티켓 여분이라도 생기면 부리나케 카페를 찾아 영화 벙개를 치는 원남 청년들, 직장 동료보다, 학교 친구보다 친한 내 도반들과 함께라면 뭐든 즐거운걸까. 가까워도 너무 가까운 그들 덕분에, 원남 청년회는 언제나 시끌벅적 활기가 넘친다.


이런 끈끈한 법정이 넘치는 원남 청년들은 유학, 병역, 전근, 결혼 등의 이유로 거주지를 옮긴 청년들을 챙기는 마음이 살뜰하다. 매주 함께 법회를 보진 못하지만, 먼저 교당 소식들을 전하면서 원남 청년임을 잊지 않게 하는 것. 물론, 힘이 되는 안부 한마디에 잊을 법한 마음을 다시 챙기는 먼 곳의 청년들은 틈틈이 현지의 소식도 전하고 신앙 수행 정도도 알려온다. 타향살이 청년들을 위한 기도도 기도지만, 법정은 오고가는 덧글 속에서도 깃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덧글 속에서 관심과 애정과 포부가 드러난다. 인터넷 카페 문화에 익숙한 청년들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인 셈. 그러다보니 단지 생일이나 집안 대소사 뿐 아니라, 누가 오늘 면접을 보고, 누가 어제 무슨 영화를 봤고, 누가 첫 월급을 타서 뭘 쏠지, 누가 찜닭 레시피가 필요한지 등등, 마치 룸메이트들처럼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원남 청년들의 공간, 다음 카페 ‘원불교 원남교당 청년회(cafe.daum.net/wwonnam)’에 새 글이 없는 날이 과연 있었을지 궁금할 정도.




# 끈끈한 열정, 마음부터가 프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즐거운 일이라면 팔을 걷어부치고 모이는 원남 청년들, 친해서 모이는 줄로만 안다면 큰 오산이다. 알고보면 얄미울 정도로 야무진 공부쟁이들. 특히 올해 김혜진 청년회장의 목표와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출발한 여러 프로그램들에 원기 94년 달력이 빽빽하다. 선방에서 진행하는 12시간의 출가여행 ‘선방스테이(수요일 저녁~목요일 아침)’, 올해 시작한 ‘교무님과 함께 하는 좌선 및 문답감정(토요일 2시 40분)’ 등으로 공부심을 꽉꽉 채우고 있다. 거기에 ‘못하면 출가 클럽’이라는 사조직(?)의 등장으로, 원남 청년들의 공부심에 가속이 붙고 있는 상황. 이 클럽은 아침 4시 30분 기상과 하루 1시간 교전 공부를 지켜가는 모두와의 약속으로, 자진 가입자 수의 추이에 청년회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


또한, 원남 청년들은 원불교 청년 문화에서도 눈에 띄는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수준높은 무대 ‘쇠돌’로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모은 바 있는 연극반은, 러시아에서 연극을 전공한 한상돈 청년을 필두로 원불교 성극 문화 창달에 앞장서고 있다. 잘하는 청년만큼 처음이라 더딘 청년도 있지만, 원남 청년 특유의 끈끈한 열정으로 이미 마음부터가 프로가 되어 무대를 빛내고 있다.




교당이 있는 원남동 사거리에서 안국동으로 향하는 길, 창경궁 돌담을 낀 율곡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교당을 마주본 오른편의 젊고 활기찬 마로니에 공원과는 달리, 전통 고궁들을 따라 걷는 율곡로에선 한적하니 절로 내 마음이 살펴진다. 그러고보니 그리 상반된 거리 꼭 한 가운데 있는 원남교당 위치가 참으로 묘하지 않은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누고, 그보다 더 값진 공부심을 함께 나누는 푸른 부처들. 재미면 재미, 공부면 공부, 얄밉도록 야무진 원남 청년들의 미래를 두근두근 기대해본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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