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첫 정기연주회, 강물처런 뜨겁게 흐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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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첫 정기연주회, 강물처런 뜨겁게 흐르리라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6.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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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장을 찾아서 / 서울교구 원음합창단




연습 10분 전, 서울회관 5층 무대에 촘촘히 들어선 의자를 정돈하며 단원들이 숨을 죽인다. 이제 열흘, 누구나 무리라던 공연 날짜, 그리고 숨막힐 듯 짜여진 연습 일정. ‘6월 14일 오후 4시 유니버살 아트센터’까지 떡 하니 박힌 광고며 포스터가 나오던 날, 탄성보다는 한숨을 먼저 뱉은 단원들은 가타부타 없이 유난히 긴 시간을 연습했었다. 남녀혼성 4부로 ‘서울교구 원음합창단’이 창단한 후 첫 번째 열리는 정기연주회, 그간의 우여곡절에 새로운 단원들도 많아 그냥 시작한다는 의미로, 세상에 선보인다는 의미로 만족하면 어떠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더 오기가 생겨 쉰 목소리로도 음을 맞췄다. 그것은 ‘값싼 칭찬보다는 냉정한 평가’를 원칙으로 하는 이원파 지휘자(서울교당)의 신념이자, 몇 번의 큰 경계에도 신심 하나로 다시 일어서고 일으킨 정보화 단장(대치교당)의 정성, 그리고 이들을 따르면서 동시에 이끄는 60명 단원들의 의심 한 올 없는 백퍼센트 공심 덕분이다.




# “진리도 불변 소리도 불변”


배장은 반주자(분당교당)가 피아노 앞에 앉아 단원들의 기본음을 잡아주는 것으로 연습이 시작된다. 이 지휘자는 오늘도 낮고 너른 목소리로 연습 순서와 주의할 점을 일러준다. 올 2월부터 연습 시작, 한달만에 주 1회이던 연습을 주 2회로 늘려왔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작곡·편곡을 마친 게 1월, 이번 무대에 올리는 17곡 모두가 처음 접하는 곡이다. 원불교 문학지 1호부터 실린, 원불교 사상을 잘 드러낸 17편의 시에 곡을 붙인 이 지휘자, 한곡 한곡 애끓는 마음으로 지난 겨울 숱한 밤들을 지새왔다.


“자꾸 플렛이 되잖아요! 이쁘게 내려 하지 말고 소리를 뿌옇게 내주세요… 다시 한번 가죠.”


누구라도 악수 한번, 인사 한마디 나눈 이라면 이 지휘자의 이런 카리스마가 낯설 수도 있다. 평소 감정이 풍부하고 잘 웃는 그, 허나 연습 때 만큼은 다르다. 날카로운 눈과 빈 음 하나 꽂힐 틈 없는 귀, 연습 중의 그의 손 끝 하나 하나가 남녀혼성 4부의 음을 정확히 짚어낸다. 하루 4시간 연습의 막바지에 이르면, 60명 단원 모두에게 그를 에워싸는 네 개의 오선지가 보이는 기분이다.




# 이 순간, 이 벅차는 느낌


“진리가 불변이듯 소리도 불변입니다. 가사를 생각하며 좀 더 먼 곳으로 소리를 내세요.”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부담인걸까. 그의 눈매가 자꾸 매서워진다. 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과 단원 모두가 표정으로도 원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반복되는 주문이다. 한 마디 한 음도 서툴게 이어본 적 없는 그, 가사 한 마디도 기도와 공부 없이는 써본 적 없는 그, 그의 이 오롯함을 알기에 60명 단원 모두의 마음이 금새 조화로운 소리로 다듬어진다.


“이거에요! 바로 이게 제가 원하고 진리가 원하는 소립니다. 이렇게 소리를 내면 이 법이 관중석으로 강물처럼 흘러나올거에요.”


시에 곡을 붙여 시를 부르는 느낌이어서일까. 이 지휘자의 칭찬은 드물지만 또한 시적이며 한량없다. 한번 소리를 맞추니 다음 곡부터는 지휘를 따라가는 것으로도 마음이 쉬이 모아진다. 이 순간, 이런 벅차는 느낌. 진정한 카리스마란 엄한 와중의 길고 편안한 호흡일 터, 이런 이 지휘자의 모습에 분당·죽전교당 교도들도 ‘배우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는다.




# 시에 곡을 붙인 새 노래 17곡 발표


소원·부모은·인생에 이어 일원주의에 입각한 사계의 시선, 시간에 대한 성찰에 대한 주제로 펼쳐지는 6월 14일 정기연주회. 마지막으로는 영산성지와 스승·도반·원불교의 비전으로 교단 본질을 웅장하고 성스럽게 드러내는 것으로 마쳐진다. 전공자들의 독창과 교무들의 4중창이 틈틈이 짜여진 이번 공연은 특히 전곡 자막이 함께 해, 귀 뿐 아니라 이 법 충만한 마음으로도 함께 할 것이다.


이제 정기연주회를 불과 며칠 남겨둔 서울교구 원음합창단. 그들의 기도와 정성이 정기연주회를 눈물과 감동으로 이끌 것이다. 10분의 휴식이 끝나고 배 반주자가 다시 피아노에 앉는다. 이 지휘자가 지휘봉을 든다. 이제 이 뜨거운 원음이 당신에게로 간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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