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국제교화의 새로운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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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국제교화의 새로운 모델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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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장을 찾아서 / 9년째 스리랑카대학생 장학금 전달한 외국인센터




작은 키와 마른 몸, 허나 단단하고 곧은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걷는 그,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에서 만난 최서연 교무는 태국 태국 출신 이주여성 서류문제로 구청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한국어교실 방학이라고 좀 쉬실 줄 알았더니 웬걸, 8월 9일 일주일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지 이틀째란다. 스리랑카에서 장학금 전달과 특별천도재까지 마치고 돌아온 최 교무는 피곤한 듯 하면서도 국제교화의 미래를 마주한 활기가 그득했다.




# ‘원부디즘’이라는 말


“학생 가족들이 ‘원불교가 우리 아들 딸을 배우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지요. 2001년부터 작학금을 전달했던 세 학생은 ‘원불교 덕분에 의사가 됐다’고 하고요. 그들의 입에서 ‘원 부디즘’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국제교화 하는 보람을 느끼죠.”


올해로 9년째 스리랑카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는 최 교무. 벌써 일곱 번째 방문이었던 스리랑카와 최 교무의 인연은 2000년 양천교당 부교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정부교당에서 일요일마다 ‘한국어교실’을 열던 최 교무, 수강생을 통해 스리랑카의 한 대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던 것.


“의대생인데 집안이 가난해 학업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내용이었어요. 편지를 받고 얼마나 도와줘야 할지 물더니, 당시 환율로 1년에 13만원 정도인거에요. 한달에 13만원도 아니고 1년에 13만원이면 도울 수 있다니 너무 놀랐어요.”


대학까지 무상교육인 스리랑카, 그러나 등록금만 무료일 뿐, 학용품, 기기 등 필요한 13만원이 없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숱하다. 그만큼 극빈층이 많다는 것. 이를 두고 큰 고민 없이 자신의 용금에서 장학금을 보내기 시작한 최 교무, 1년에 4만원 정도인 스리랑카 초등학생들의 장학금들도 보내기 시작했다.


“2001년 처음으로 장학금을 보내면서 한가지 원칙을 세웠어요. 필요한 학생의 계좌로 직접 준다는 거에요. 다른 사람이나 단체를 통하면 잘못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거든요.”




# 현지인들 네트워크 봉공활동


시기를 같이 한 도움의 손길도 보태졌다. 서울 보은회에서 “이 좋은 일 진작에 말씀하시지…” 하며 십시일반 보태기 정성을 모으기 시작한 것. 그렇게 올해로 9년, 대학생만 총 42명에게 1,304,600루피(한화 약 1천 4백만원)가 ‘원불교장학금(Won Buddhism scholarship)’으로 전달됐다. 초기 장학금 전달한 학생들 중 3명은 이미 의사가 되어 ‘꿈이 이루어졌다’는 감사 메일이 가끔 온다고.


또한, 2007년부터 단지 그냥 주는 것이 아닌, 빌려준 원금을 돌려받는 식으로 수혜 형식을 바꿨다(loan). 의사가 되어 갚은 원금은 또다시 같은 처지의 후배들에게 돌아가는, 책임감있는 선순환으로 자력양성과 개벽사상을 실현하자는 것.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서약서 한 장 받고 안 갚으면 어떡하냐는 말씀들을 하세요. 그럴때면, 그래도 그 사람들을 믿어야지 어쩌겠냐, 우리는 믿고 하는 거라고 대답하지요. 그러면서 대종사님 방언공사 하시던 마음과 자세를 새삼 떠올려보게 되네요.”


의식주보다는 교육을 지원하는 최 교무,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잡는 법을 배우게 되길 바란다는 그. 집 올리고 물자 지원하며 현지에서 교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장학금 시스템으로 ‘현지인의, 현지인에 의한, 현지인을 위한’ 국제교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는 다부진 꿈을 향해 가고 있다.


“장학금 전달 10년째인 내년부터는 수혜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현지에서 원불교 장학금 받은 학생들의 네트워크를 조직해 원불교 교화도 펼치고, 현지인들끼리 묶고 마음 나누는 의미있는 봉공활동을 펼치는 것이 희망입니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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