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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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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태산 대종사 종재식 고위문

세월의 흐름이 쉬지 아니하여 종사님이 열반하신 후 벌써 49일 기념을 맞이하오니 소자 등의 망극한 슬픔과 추모의 정성이 세월을 따라 더욱더욱 골수에 깊어지옵나이다.


오호통재라. 종사님이시여! 본 회의 사업이 아직 중도에 있사옵고 저희들의 공부가 아직 자력을 얻지 못하였거늘 어찌하여 이 미진한 사업, 철모른 대중을 두시고 거연히 파안의 길을 떠나셨는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다시 의심이 되옵고 더욱 통절하올 뿐이옵니다.


육체의 생사라 하는 것은 제불제조와 및 일체중생이 다 같이 면치 못하는 것은 소자 등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우리 종사님이 3회 내에 벌써 이 세상을 떠나실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하였나이다.


오호통재라 이것이 웬일이오이까. 이것이 진정한 천명이십니까. 미련한 저희들로서는 아직도 그 분별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오호통재라 종사님이시여! 28년 간 춘풍추우 긴 세월에 우매한 저희들의 앞길을 인도하기 위하사 천만방편과 무량법문으로써 주야를 불구하시고 근근자자(勤勤孜孜)하시와 상기현훈(上氣眩暈)은 그 몇 번이시며 침식을 망각하시기는 그 몇 번이시였던가, 은혜를 생각하면 허공이 갓이 없고 정의를 말씀하오면 창해가 더욱 무궁하옵나이다.


그러하오나 소자 등은 불민불초(不敏不肖) 하와 매양 종사님의 심지에 위안을 드린 적은 적고 괴로움을 끼친 일은 많사오며 모든 법문에 실행한 바는 적고 어기는 일이 많사와 마치 어린 아해가 자모의 뜻을 알지 못하고 한갓 철없는 생활을 하는 것과 같이 지나옵다가 이제 돌연히 영결의 통(痛)을 당하오니 전일의 잘못을 낱낱이 뉘우치옵고 일생의 여한이 길이 가슴에 사라지지 아니하여 이른바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손이 효양(孝養)하고자 하나 부모가 계시지 아니한다는 옛 글이 더욱 염두에 새겨지오며 또는 장구한 세월에 모든 사업을 건설하시는 중 한 때도 여유있는 시간을 얻지 못하시고 정신 육신을 너무나 진력하시다가 필경은 건강을 보중(保重)치 못하시고 과로상기(過勞上氣)하신 그대로 이 세상을 떠나셨사오니 이것이 비록 불보살의 천직이라 할 것이오나 저희들에 있어서는 어찌 유감됨이 없사오리까.


오호 통재라 종사님이시여! 지금 어느 곳에 계시나니까. 피로하신 정신을 쉬시기 위하야 입정삼매에 드셨나이까. 저희들을 잊지못하여 삼계에 소요하시며 영명(靈明)이 조림(照臨)하시나이까. 산을 보아도 종사님 생각이요 물을 보아도 종사님 생각이요 이곳저곳에 수택(手澤)이 계심을 보아도 오즉 그 생각이요 구비구비 옛일을 회상하여도 오직 그 생각뿐이옵니다.


오호통재라 종사님이시여! 광명하옵신 그 법안을 다시 어느 곳에서 뵈오며 명랑하옵신 그 법음을 다시 어느 곳에서 들으며 자비에 넘치신 그 지도를 다시 어느 때에 받들게 되오리까. 마음과 몸을 오로지 의지하옵고 고와 락을 한가지 맛보던 그 정경을 다시 어느 곳에 가서 하소연 하오리까. 저희들의 사정을 말씀하자면 한이 없고 수가 없어서 종이와 붓으로는 도저히 다 기록치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체로써 말씀하오면 종사님께옵서는 비록 53세의 짧은 세상을 계셨다 할지라도 부처님의 대도를 다시 밝히사 대중교화의 모든 방편을 배푸심에 유무식이 한 가지 법을 배우게 되고 남녀노소가 같이 법을 알게 되며 선악귀천이 없이 제도를 받게 되고 재가출가가 아울러 수행을 얻게되어 처소에도 구속됨이 없고 시간에도 구속됨이 없고 직업에도 구속됨이 없고 생활에도 구속됨이 없어서 불법으로서 수신도 하고 불법으로서 제가도 하고 불법으로서 사회도 운전하고 불법으로서 국가에 봉공하야 천만작용이 오직 불법 하나로서 정각정행을 하고 지은보은을 하고 불교보급을 하고 진충보국을 하는 사대강령을 목표 삼아서 안으로는 일체생령을 제도하고 밖으로는 병든세상을 치료하는 모든 법의가 대개 갖추어졌사오니 앞으로 무량한 세상을 통하여 장차 불일이 재휘(再輝)하고 인천의 복해(福海)가 깊어질 줄을 저희들은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무리 불초한 저희들 일지라도 28년간이나 말씀으로써 교훈하시고 실행으로써 보여주신 그 정신이야 어찌 일시인들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오직 법을 위해서는 몸을 잊고 공을 위해서는 사를 놓는 그 도를 더욱 명념하야 서로 근면하고 서로 경책하며 더욱히 오개조의 유언을 잘 실행하야 기어히 이 사업의 토대를 완전히 쌓아올리고 이 공부의 수행을 게을리 아니해서 종사님의 미덕을 더럽히지 아니하고 종사님의 유지를 성취하옵기로 다시금 힘있게 맹서하오니 복유 종사님 존영이시여 저희들로 인하여는 미망을 두지 마옵시고 잠간이라도 이 세사를 잊으시옵고 호연히 삼매에 드셨다가 시절을 따라 다시 사바에 재현하사 저희들의 앞길을 다시 인도해 주시옵고 중생들을 자비로이 구원해 주시기를 지심봉축 하옵나이다.


대종사부주 존령이시여 하감하옵소서.



소화 18년 7월 26일


불법연구회전무출신 일동 근고 재배



편집자 주 |


이 글은 소태산 대종사 열반 후 종재식 때 주산종사가 전무출신의 마음을 모아 지어올린 고위문으로 추청됩니다. 대종사 열반식에서는 고유문이 지어 올려졌고 기제사 때에는 고백문이 지어 올려졌다고 합니다. 지금 이 고위문은 원불교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대종사님 유품전에 전시되고 있으며, 독자들의 편리를 위해 현대문으로 일부 수정했음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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