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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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 바라보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4.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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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별기획 3부작 / 연세대학교 원불교 교우회 30주년 기념강연 2 , (홍기빈,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개벽


지난 200년 한국 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개벽이다. 수운, 증산, 일부, 소태산 이 분들이 유, 불, 도의 관점으로 개벽을 재해석했다. 이 개벽의 핵심은 서세동점의 상황이전에 이미 기존의 사상이 타락했으므로 새로운 정신을 살리자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의 메시지는 참으로 의미가 있다.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중요하다. 관점과 의미에 따라 같은 사건에 다른 의미가 드러난다. 몇 년짜리 규모로 보는 것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



# 정신과 물질의 구별


정신과 물질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가? 대개는 관념론이니 유물론이니 하는 관점으로 보기 쉬운데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면 물질이다. 반대로 눈에 안 보이고 손에 안 잡히면 정신으로 보면 된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통일되어 있는 것이므로 한 쪽만 보고 한 쪽 얘기만 하면 황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류 진화와 문명 발달 과정에 있어 물질적 과정이나 정신적 과정에서만 바라보면 안 되고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동일하게 발전했는지 그걸 확인해야 한다.



# 물질과 정신의 상호 변화


산업사회에 맞춰 새로운 윤리가 나오면 기존의 도덕적 관점이 바뀐다. 물질적 생활조건이 바뀌면 정신적 관념들이 바뀐다. 안 바뀔 도리가 없다. 이를 거부하고 정신적인 점만 강조하면서 초시간적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는데 정신생활과 물질생활이 심하게 괴리가 되면 사람이 위험해진다. 일주일 내내 죄짓고 일요일 날 교회 가서 기도하는 생활을 반복하게 된다. 변화된 물질에 따라 변화된 정신이 나타난다. 이 변화는 물질이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정신이 선도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의 선후나 우월을 다루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고 이 두 가지가 긴밀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인간의 정신적 위기


인간 욕망의 구조도 물질생활의 모습에 따라 바뀌었다. 여러 문명의 설화와 민담을 보면 인간사회의 큰 위기에 성인이 출현해 인간의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어 주었다는 내용이 많다. 물질생활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이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되냐?’ ‘타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냐?’ 이런 근본적 위기가 나타났고 전쟁과 같은 큰 혼란이 일어났다.



#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200년 전 벌어진 시민혁명은 인간 정신생활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고 산업혁명은 물질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인간이 물질적 세계와 만나는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맑스의 자본론만으로 기계문명과 산업혁명을 파악할 수 없다. 산업혁명의 초기에 쓰인 책에 불과해서 산업혁명의 전모를 밝힐 수 없다. 이제 자연에 없던 관계와 에너지와 물질적 관계가 생겼다. 시민혁명은 산업혁명보다 더 놀라운 정신사의 일대 도약이다. 진화사(進化史)적으로 생각해 볼 때 중요한 일이다. 인간이 가부장적 폭력과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게 된 사건이다.



# 자본주의란?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를 ‘인간의 정신적 태도’ 라고 접근했다. 베버는 자본주의를 자본회계의 합리성으로 보았는데, 이는 현재 가치와 미래 수익성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자본주의적 합리성이다. 미래의 자본 수익성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가의 관점으로 만물 만사를 바라본다는 말이다. 이러한 독특한 정신적 태도를 자본주의라고 했다.



#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


천 년 전에는 노후라는 단어 자체가 고상한 계급의 이야기였다. 하급계층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착취는 지금도 계속되었지만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은 없다.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났으므로 자본 회계의 합리성 보다는 고차원적이고 새로운 시대의 맞는 합리성을 세워야 한다. 현재 자본회계의 합리성은 농경 시대에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 묶이지 말고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열어놓은 인류의 가능성에 대해서 마음과 머리를 열어 놓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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