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와 불교의대화(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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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와 불교의대화(Ⅱ)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0.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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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별기획 전수와 회통 - 상 /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사무국장)

전수(專修), 즉 한 가지 수행만을 한다는 이 말은 일본 불교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일본의 중세 종파 불교가 삼보의 각각의 측면인 불법승의 어느 한 쪽을 강조하며, 교의, 수행, 신앙 체계를 확립하고 있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전수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측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조계종이나 태고종의 간화선 일변도의 수행, 천태종의 법화경 신앙, 진각종의 전통 밀교의 수행, 정토계 종단의 아미타불 신앙, 그 외 여러 불교계 종단들은 또한 일본과 같은 불법승 삼보의 어느 위치에 입각하여 자종의 수행 혹은 신앙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승불교권의 종파 형성의 역사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동아시아 불교가 밀교를 비롯한 선종, 정토종, 천태종과 같이 수행 방법이나 신앙의 대상, 혹은 자종의 핵심 경전을 가장 강력한 구심점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회통(會通)은 불교의 모든 사상을 하나의 원리 안에서 통일적 관점으로 본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통불교라는 말은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이 쓴 조선불교(朝鮮佛敎): 동방문화사상(東方文化史上)에 있는 그 지위(地位)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신라 원효(元曉, 617-686)의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의 영향을 받아 통(通) 전(全)불교의 전통이 한국불교사의 맥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았다.


원효의 회통의 의미에서 보면, 조선시대에 확립된 참선(參禪) 간경(看經) 염불(念佛)을 두루 수행한 삼문수업(三門修業)이 회통의 정신과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과연 모든 종파의 교의를 평등하게 수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는 의문이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논의의 영향으로 불교의 울을 벗어나 한국철학사상의 흐름을 회통의 원리와 원효 화쟁론의 핵심 원리인 일심(一心)에 기반하여 일관되게 서술하고자 하는 연구도 일어나고 있다. 전수와 회통은 특수성과 보편성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전수적 불교관이라고 할지라도 실제로 마음이 열린 조사들은 보편 정신에 입각하여 다양한 사상을 포용, 통합, 융통해 온 것이다.
소태산은 깨달음을 통해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대종경 제1서품 1장)”이라고 보았다.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는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제불제성의 심인이요, 일체중생의 본성”임을 밝혔다. 그리고 이 진리는 그의 가르침 전체를 통틀어 회통, 중도, 원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회통 정신은 중도의 철학과 실천적 원만성의 두 축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소태산은 특히, 불교를 비롯한 동서양의 종교, 도덕과 과학 문명, 영과 육의 관계에 대해 이 점들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는 소태산 재세 시 전통 불교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음에서 소태산과 원불교의 이러한 회통적 사상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는 앞에서 삼교일치의 사상에서 보았듯이 원불교는 종파성을 넘어 회통불교, 회통 종교를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태산은 불교개혁의 방향 중 하나를 분열된 교화 과목을 통일하는 것에 두었다. 그는 염불종(念佛宗), 교종(敎宗), 선종(禪宗), 율종(律宗)의 모든 가르침이 “다 계정혜 삼학의 한 과목들이므로 우리는 이것을 병진하게 하되, 매일 새벽에는 좌선을 하게하고, 낮과 밤에는 경전 회화 성리 일기 염불 등을 때에 맞추어 하게 하여, 이 여러 가지 과정으로 고루 훈련하나니, 누구든지 이대로 정진한다면 재래의 훈련에 비하여 몇 배 이상의 실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교의품 20장)”고 한다.
오늘날 원불교의 정기 훈련 과목으로 확립된 11과목은 이 삼학의 수행방법들이다. 원불교에서의 삼학은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를 말한다. 이 삼학은 물론 불교의 계정혜 삼학에 근원한다. 이를 소태산은 해석학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는 힘을 삼대력이라고 불렀다. 원불교에서는 삼문수업의 전통만이 아니라 여타 종파의 가르침을 널리 수용하며, 다양한 수행의 방편을 활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삼학 수행의 회통 정신은 모든 종파의 회통으로 발전한다. 원불교정전에는 “세계의 모든 종교도 그 근본되는 원리는 본래 하나(제1총서편 제2장 교법의 총설)”라고 한다. 그리고 “교문을 별립하여 오랫동안 제도와 방편을 달리하여 온 만큼 교파들 사이에서 서로 융통을 보지 못한 일이 없지 아니하였나니, 이는 다 모든 종교와 종파의 근본 원리를 알지 못하는 소치라 이 어찌 제불제성의 본의시리요”하고 불교의 종파, 더 나아가 모든 종교의 근본은 하나라고 보고 있다. 이는 불교 중
심의 세계관에서 세계 모든 종교로까지 확대된 종교 다원주의의 수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원불교의 종교다원주의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하나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정산의 경우, 이를 삼동윤리를 통해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그는 ‘동원도리(同源道理)’를 “모든 종교와 교회가 그 근본은 다 같은 한 근원의 도리”, ‘동척사업(同拓事業)’을“모든 사업과 주장이 다 같이 세상을 개척하는 데에 힘이 되는 것”,‘ 동기연계(同氣連契)’를 “모든 인종과 생령이 근본은 다 같
은 한 기운으로 연계된 동포”로 알고 세계 인류가 서로 대동 화합하자고 한다.(정산종사법어제13 도운편 35장) 이는 소태산이 주장한 일원상의 진리를 보다 현실적 윤리로써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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