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주의자황대권, 그를 만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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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자황대권, 그를 만난 일본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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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윤경 팀장(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골라 먹을 수 있는 풀이라곤 고깃집에서 익숙한 상추, 깻잎, 쑥갓 정도, 그리고 슈퍼로 나물 캐러 가는 에고(Ego)적 삶을 사는 일인으로‘야생초편지’저자 황대권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 고쿠분지에 있는 카페‘슬로우’를 다시 찾아 갔다.


전날 인사를 나눈 카페 스텝들은 행사준비로 실내 정리가 한창이었다. 테이블 하나를 점거하려는 우리 일행들의 의도를 알았는지 준비 중이라며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정중히 거절당한 셈. 항상 매출을 올려주는 대상인 고(高)객이었던 손님 입장에서는 황당한 대접이었다.


밖에 머물기엔 조금 쌀쌀한 날씨라 빵집으로 몰려 들어가 빵집의 판매생태계를 교란 시켰다. 평소 먹던 빵을 고르지 못한 꼬마 소녀에 대한 미안함에 빵집을 나와 다시 카페 주변을 서성거렸고 갤러리 입장의 허락을 받았다.


비집고 들어간 갤러리에서는‘황대권의 라이프 이즈 피스(life is peace)’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방 안 가득히 들어차 있는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은 앉을 자리 하나 없어도 틈을 내주는 연대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는 황대권 선생님의 생태적 삶을 중심으로 에코 빌리지, 생명평화마을, 일본 미군기지와 원전 문제를 지닌 오키나와와 후쿠오카를 쓰지 신이치 선생님과 여행하며 인간의 미래를 묻는 다큐멘터리 작품이었다.


투옥과 고문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황대권 선생님을 구해낸 야생초와 그의 편지글을 통해 에코(Eco)적인 다른 삶의 방식을 접했던 열혈독자로서 영화상영 후 이어진 참가자들과 선생님과의 대화시간에는 팬심을 적극 발휘해 맨 앞자리로 옮겨 살아있는 생명들의 평화와 전 우주가 담긴 흙의 평화에 대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야생초를 만났다는 것은 내가 땅과 연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야생초를 발견한 이후 약 10년 동안 풀을 먹고 풀이라는 생명과 함께 살아가면서 생명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풀이 나 있는 땅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 땅이야말로 모든 생명들이 태어나고 죽고 생명들을 유지하게 하는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짧은 30분 간의 대화의 시간이었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오염된 공기와 땅을 가진 일본인들이 왜 갤러리에 모이고 생태적 삶에 대해 진지함을 갖게 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감옥이라는 공간에서 야생초를 통해 치유되었듯이 이들도 생태적 삶속에서 방사능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찾고 있는 듯했다.


7시 행사 전 1시간의 휴식시간 동안 카페는 저녁식사와 이후 강연을 위해 접수 줄이 길게 늘어졌다. 눈치껏 껴들기는 했지만 빠릿빠릿한 비즈니스 마인드 서비스 제공에 익숙한 패스트(fast)족에게는 낯선 광경이었다.


기다림은 그 자체가 지루함일 텐데 그 시간과 공간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유로움과 소통의 즐거움이 묻어났다. 도시 안에서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며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서로 돕고 나누는 모습은 이익이 아닌 관계를 지향하는 삶을 선택했다는 자부심이 더해져 더 행복해 보였다.


“어제 국회의사당 앞에서 2시간 동안 시위를 하고 왔습니다. 일본 시민들의 다양하고 활발한 시위모습을 보고 함께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차를 타고 가는 중에 자리가 비어 앉았는데 옆에 일본인 젊은 여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제가 앉으면서 이분의 옷자락을 스쳤는지 신경질적으로 자기 옷을 막 털어 내는 것입니다. 저는 기분 나빴지만 참고 웅크리고 갔습니다.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전차가 흔들리니까 가끔 옷이 닿았습니다. 그때마다 격렬하게 털어냈습니다. 참 힘들게 갔습니다.”


감옥에서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고 인식의 전환을 갖게 된 선생님은 기꺼이 모기가 물어도 대여섯 방 정도는 그냥 참아냈다고 한다.


잘 가꾸어진 논밭이나 잔디밭을 보면 아름답다기보다는 그 속에 가해지는 폭력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다는 선생님은 “잔디와 작물을 살리기 위해서 엄청난 폭력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그런 폭력의 결과를 먹고 있는 셈이고 폭력의 결과를 먹기 때문에 우리는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진정 평화로운 마음과 생활을 하려면 우리 입에 들어가는 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평화로워야합니다. 이것이 내가 감옥에서 느낀 평화입니다.”


선생님은 바쁜 일상적인 이유도 있지만 점차 영광 생명평화농장에서 채취농업의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 조상들이 했던 수렵 채취의 삶의 방식으로. “주류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이상한 일이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행복합니다. 기후이상 등으로 여러분들도 머지않아 이렇게 살지 않을 수 없는 날을 맞이할지 모릅니다. 풀에 대해 알아가고 야생의 동물을 알아가는 이러한 비주류의 삶이 미래를 대비하는 삶입니다. 현재를 만끽하면서 미래도 대비하는 삶. 누가 더 현명한 사람일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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