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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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종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3.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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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한국갤럽의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조사 (2) -


한국인의 가치관에서도 세속적인 가치는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종교적인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특히, 성선설(性善說)에 찬성하는 비율은 39%로 84년 조사 이래 최저치에 이르고 있다. 반면 지난 30년 동안 성악설과 선악 공존설은 계속 증가하였다.


문항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전래의 사고방식도 전체적으로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한편 이혼과 낙태는 응답자 60% 이상이 용인하고 있다. 그에 비해 동성애(同姓愛)는 응답자 1/4만 인정하고 있다.


이같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가치관 항목에 있어서는 종교의 차이보다 세대별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사회가 압축적 성장을 하다 보니 그만큼 세대 간의 갈등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지난 30년간 ‘감소하고 있다’는 응답은 계속 증가하였다. 더불어 종교적 덕목 실천에 대한 긍정률도 크게 감소하였다. 종교의 사회적 기여에 대해서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60%를 넘어서고 있지만, 종교단체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종교적 헌납에 대해서도 개신교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부정적인 응답이 대부분이다. 이런 응답은 종교에 대해서 추상적으로는 긍정적이나, 현실의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말하자면 기존의 종교단체가 종교에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를 전체적으로 보면, 각 종교단체는 지난 10년간 사회의 부정적 여론에 대해 각자 나름의 대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신교는 자체 종교의식(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자기 혁신을 진행해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불교는 내부 쇄신을 진행하고 있으나, 거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천주교는 단지 종교적 활동을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한국의 종교는 세속 문화의 침투에 대해 자기 정체성을 보존하고자 개인의 종교성을 대폭 강화시키고는 있으나 그러한 노력이 개인의 종교성 강화에만 영향을 줄 뿐 조직으로서의 종교에는 개신교를 제외하고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불교에 대한 건의 사항으로 성직자의 자질 향상, 개신교에는 지나친 전도, 천주교에는 종교 이외의 일에 자제 등이 제일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이 같은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불교는 운영의 합리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문제를 많이 지니고 있고, 개신교는 여전히 신앙적 정열과 자신의 정체성만 강조하면서 비개인교인과 대립 각을 세우고 있으며, 천주교는 과거와는 달리 전도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자생종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자신의 존재감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 종교계는 종교 내외에서 불어 닥친 부정적 여론에 힘써 대처해야 하는 수성(守成)의 종교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양적 성장(成長)에 길들여진 기존 종교가 이제는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고 내부 운영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밖에 없는 종교 개혁과 쇄신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쇄신이 없이 개신교처럼 자기의 정체성만을 강화하면 외부 집단과는 거리를 두게 되고 이질성만을 내세워 사회와의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한국 종교문화의 성숙은커녕 종교가 자기 집단 이익을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할 가능성이 많다. 이와 함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의 종교 중립성 문제가 더욱 거세게 제기될 수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을 극복하고 한국 종교의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 종교의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


향후 한국종교에서 중요하게 부각될 수 있는 점을 몇 가지 언급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선 기존 종교에서 탈근대의 영성적 종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종교가 더 개인 신앙화되고 영성종교화가 될 가능성이 많다. 모든 종교가 자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멤버십 종교로만 지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현재 세속 사회에 대한‘대안적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데 더욱 많은 노력이기울여질 것이다.


종교는 항시 더불어 사는 새로운 삶의 양식들을 만들어 왔다. 한국 종교도 그런 방향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다. 끝으로 시민의 구체적인 삶을 증진시킬 수 있는‘시민적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과 인간 존중에 기여할 수 있는 종교만이 주도적 종교로 발돋음 할 수 있다.근대 이후 한국 종교는 교조적인 정교 분리(政敎分離)에 사로잡혀 종교 영역이 사회로부터 분리되는 폐쇄 공간인 것처럼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기업적 경영 방식을 이상으로 삼고 집단의 양
적 팽창에 집착해 왔다.


현재 우리사회에 진행되고 있는 개인의 종교성 강화 경향, 그리고 제도화된 종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더 이상 종교가 폐쇄 영역에만 안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종교적 활동이 인권, 환경, 복지, 문화, 통일과 같은 세속의 공공영역에까지 확산되어야 한다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끝)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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