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을 생태적 전환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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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생태적 전환마을로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3.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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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우 황대권 /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대표

지난 3월 9일 오후 전라남도 영광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4주년을 기념하여 녹색당 이유진 운영위원장의‘탈핵과 대안에너지’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모두들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대안에너지의 세계적인 흐름과 미래의 에너지 모습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그동안 탈핵운동에만 치우쳐있던 영광지역의 활동가와 군민들에게는 아주 시의적절한 강연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이유진님께 감사를 드린다.


언젠가 월요일마다 영광군청에서 홍농 핵발전소까지 걷는‘생명평화탈핵순례’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홍농의 상록마트에서 핵발전소까지의 마지막 구간을 걷는 길이었다. 길 건너편에서 마주오던 아주머니 서너 분이 순례행렬을 보더니“즈그들은 전기를 안 쓰는감?” 하면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 말,“ 너희들도 전기를 쓰지 않는가”는 모든 탈핵운동가들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는 마치 삼성컴퓨터를 쓰면서 삼성불매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운동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준비된 대답이 있긴하다. 당장 핵발전소를 폐쇄하자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대안에너지로 대체해나가자는 것이므로 그런 비판은 트집 잡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위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자격지심’(自激之心)이라는 말이 있다. 남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지만 마음속에 무언가 켕기는 구석이 있을 때 쓰는 말이다. 아무리 탈핵을 소리 높여 외쳐도 오늘 나의 문화생활이 핵에너지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면 자격지심이 없을 수 없다. 무릇 주의주장의 파괴력은 행하는 이의 순수성과 언행일치에 비례하는 바 자격지심은 이를 크게 훼손시킨다.


현재 한국의 대안에너지 비율은 겨우 2%를 넘지 않는다. 10%를 껑충 뛰어넘는 선진국들에 비하면 창피할 정도다. 탈핵운동가들은 탈핵과 함께 에너지 전환을 집요하게 요구하지만 경제성장에 목을 매고 있는 정부는 교묘한 숫자놀음으로‘하는 척’만 하지 실질적인 전환은 제대로 이루지지 않고 있다. 정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좋지만 이제는 운동역량의 절반을 대안에너지 구축으로 돌려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탈핵운동도 벅찬데 거기에 대안에너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적절히 역할분담을 하면 된다. 이 일이 중요한 이유는 핵에 대해 무관심한 시민들을 대거 끌어들임으로써 결국은 탈핵의 저변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탈핵활동은 순수한 자기희생으로 이루어지지만 대안에너지 운동은 살림살이에 재미와 함께 도움도 준다.


그런데 대안에너지만 갖추면 탈핵이 저절로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가 전환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탈핵을 효율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핵에너지로 가동되는 살림살이의 모든 부분을 동시에 바꾸어나 가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로부터 교육, 의료, 교통, 문화, 교환시스템 등 모든 부분을 생태주의 원칙에 서서 바꾸어가면 더 이상 핵에너지가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된다. 이를 국가차원에서 하자면 기득권자들의 방해로 인해 시간만 보낼 뿐이므로 나와 내 가정, 더 나아가 지역차원에서 주민들이 연대하여 해나가는 것은 가능하다. 이렇게 주민이 주도하여, 혹은 지자체와 협력하여 지역을 생태적으로 바꾸어나가는 운동을‘트랜지션(전환) 타운 운동’이라고 한다.


‘트랜지션 타운 운동’은 2006년 영국의 토트네스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전세계에 만개가 넘는 도시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전환을 선언한 도시들은 탈핵을 실천하고 있다. 이웃 일본만 해도 2008년에 처음 도입되었는데 벌써 50개의 도시가‘트랜지션 타운’을 선언했다. 일본의 경우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한다.


탈핵은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이라면, 트랜지션은 나와 내 이웃에게 요구하는 운동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 영광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환을 위한 유리한 토양을 갖추고 있다.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탈핵운동의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핵발전소로부터 해마다 주어지는 보상금을 전환운동에 활용할 수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광지역에는 의식 있는 종교지도자들이 많이 있어서 지역주민들을 설득하여 함께 실천하기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영광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염원하는 주민과 활동가, 종교 지도자들에게 제안하노니 2015년을 성지 영광의 생태적 전환 원년으로 선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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