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이은고통의땅, 히로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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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이은고통의땅, 히로시마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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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70주년, 원폭 70주년, 후쿠시마와 히로시마를 가다 ② 이태은 / 원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저는 원폭피해 3세입니다.”


8월 4일, 히로시마에서 열린‘원수폭(원자폭탄, 수소폭탄)금지 세계대회’에서 평화대사로 무대에 선 여고생의 자기소개입니다.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피해를 보고자란 3세인 저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안하지만, 그래서 핵의 위험을 알리는 평화대사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인류와 핵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


원폭피해 3세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3년전 서울광장에서 열린‘후쿠시마 1주기 한국탈핵대회’에 온 열살 여학생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어른)여러분! 저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저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이 아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당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난민이기도 하고요. 이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미안함에 마음이 아립니다.


원폭 70주년을 맞이하는 히로시마 역사관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역사관에는 4미터의 핵폭탄이 떨어진 70년 전의 히로시마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혹하게 펼쳐집니다. 학교 간 아들은 시신조차 찾을수 없고, 대신 까맣게 타버린 도시락을 받아 안은 엄마, 피폭된 딸이 먹고 싶다던 토마토를 사러간 사이 아이가 죽어버린 이야기, 자식무덤가에 세발자전거와 철모를 세워둔 아버지….


29만 명의 희생자를 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는 제국주의 전쟁이 국민들에게 대를 이어 남긴 고통스런 피폭의 역사입니다. 원수금대회에서 만난 원폭피해 한국인 할아버지는 당시 사범학교학생으로 일본군으로 징용되어 히로시마에 있다가 피폭을 당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군대에서 2km 남짓 떨어진 곳에 심부름을 갔다가 참상을 면했지만 군부대에 있던 병사들은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히로시마역사관에는 원자폭탄 폭발 이후 상황을 밀랍인형으로 재현해 놓기도 했는데 까맣게 타버린 사람들의 피부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원수금대회에서 증언자로 나온 할머니는 그당시를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4km 떨어진 건물안에 있었던 저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 피폭당한 친구들을 간호하게 되었습니다. 이친구들의 피부는 미역처럼 흘러내렸어요. 물 좀 달라고 저에게 호소했지만 물을 줄 수 가 없었지요. 의사가 물을 먹으면 바로 죽는다고 해서요. 죽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 힘들었습니다.”


‘미역처럼 흘러내리는 피부’이말은 아마도 평생 잊기 힘들 것 같습니다.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원폭70주년 행사가 히로시마기념공원에서 열렸습니다. 아침 일찍 서둘러 해외게스트들을 위해 스테프들이 미리 잡아놓은 외국인석에 앉았습니다.


전범국가 일본은 자국국민과 아시아민중들의 희생을 외면하면서 평화헌법을 전쟁법안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미국의 동아시아지배전략에 편승한 아베정권은 자위권에 머물렀던 일본군의 위상을 외국에 출병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동경시내에서, 그리고 일본에 머무는 동안 아베정권의‘전쟁법안 반대’움직임을 듣고, 보았습니다. 이날 기념식에 아베수상이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 동안 외국인 여성이 일본어와 영어로 쓴 ‘전쟁법안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고, 또다른 여성외국인은“전쟁법안 반대”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결국 외국인석 주변 경호원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습니다.


나가사키 원폭투하 70년을 맞이한 일본의 현재 플루토늄 재고량은 47톤을 웃돌고, 이는 핵탄두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지진이 가장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본, 핵폭탄 피해국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로 11만 이재민이 고통받고 있는 일본, 54기 핵발전소가 멈춘채 4년을 살아온 일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11일 센다이 핵발전소 1호기 재가동결정을 내린 일본.


일본정부는 아직도 원폭피해 70주년의 교훈을 모르고 있나봅니다.


핵없는 일본, 핵없는 지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일본의 수많은 이노우에씨들에게 연대의 기도를 보태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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