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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6.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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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정 우리 것인가?-주체성의 진정한 의미


진산 김관도(성곤)"종로교당"새삶회 부회장


진산 김관도(성곤)"종로교당"새삶회부회장

필자는 작년부터 원광대학교 동양대학원에서 한국사상사 (思想史)를 강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논란의 초점은 과연 우리 사상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단군 할아버지의 사상이 우리 사상이냐? 유불선 삼교가 우리 사상이냐, 동학과 원불교 사상이 우리 사상이냐? 근세에 서구에서 들어온 서구 철학이나 이데올로기는 단지 외래 사상일 뿐이냐?
부처님의 초기 설법 중에 제행무상, 제법무아(諸行無常, 諸法無我)라는 말이 있다. 이 세상에 영구히 변하지 않는 고정된 실체는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가도 변하고 민족도 변한다 (역사 속에 얼마나 많은 민족이 생겼다가 없어졌는가?) 이는 ‘우리’ 민족, ‘우리’ 국가, ‘우리’ 사상이라는 것도 불변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언제인가는 세계 모든 인류가 하나의 ‘우리’라는 의식 속에서 살게 되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분명 한민족의 구성원들이 전부 단군의 직계 자손은 아닐 것이다. 수천년이 흐르면서 중국, 만주, 동남아시아, 일본 등과 교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에 흘러 들어왔을 것이고 이들은 신라,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이 땅의 원주민들과 같은 사회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리고 한글, 한복, 한식, 한옥 등 소위 ‘한문화’를 형성하였다. 따라서 한민족이라는 의식은 혈연적인 요소 외에도 문화성, 지역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오랜 시일동안 만들어진 것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민족의 의식 속에는 단군의 사상 외에도 중국에서 들어온 유불선 삼교가 ‘우리’의 사상으로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또 근세 이후에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서구의 종교와 사상, 특히 기독교와 맑스주의 사상도 (기독교는 남에서 맑스주의는 북에서) 현재는 ‘우리’의식의 커다란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사상’은 늘 내외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하는 것이라 한반도에서 시작한 것 만 우리 것이요 한반도 밖에서 온 것은 남의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맞지 않는다.
어떤 분은 원불교는 한국에서 시작한 진짜 국산 종교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은 이러한 민족 종교만을 믿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만약 그러한 논리라면 원불교를 해외에 전도할 아무 의미가 없다. 타 민족은 그 나라의 고유 종교만을 믿어야 주체적이기 때문이다.
대종사께서 원불교를 통해서 “앞으로 불법이 새 세상의 주체가 되리라”고 말씀하신 진정한 의미는 ‘통만법 명일심(通萬法 明一心)’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그 사상이 누구의 것이고 어디에서 왔든 그것을 빌려다가 내 마음 하나를 밝히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면 그것으로 사상의 역할은 다 하는 것이다. 일원상이 텅 비어 있는 것, 진정한 일원상은 그 테가 없다고 하는 의미도 진정한 ‘주체성’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잘 시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진정한 나는 텅 비어 있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 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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